[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재판에서 두 회사의 합병 자문사 직원이 합병비율 검토 보고서를 작성한 회계법인 딜로이트안진(안진)으로부터 의견을 청취하려고 했을 때 삼성물산의 방해가 없었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삼성의 요구로 안진이 고의적으로 제일모직의 기업가치는 높이고 물산은 낮춰 합병비율이 적정하다는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이재용 부회장 측은 합병비율은 적법하게 한 달간 주식에 따라 산정했고, 보고서와 관련한 안진 회계사들의 의견 청취도 막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23일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부정거래·시세조종)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 대한 27차 공판을 진행했다.
27차 공판엔 전 골드만삭스 직원 송 모 씨가 출석했다. 삼성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반대한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를 대응하기 위해 골드만삭스를 자문사로 선정했는데 검찰은 송 씨가 당시 골드만직원으로서 이에 관여한 인물로 보고 있다.
이날 재판에선 이 부회장 변호인의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이 부회장 측은 안진이 작성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 검토 보고서를 거론했다.
당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은 1대0.35로, 삼성물산의 가치가 제일모직의 3분의1 수준으로 평가됐다. 이 부회장은 당시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했지만, 삼성물산 지분은 없었다.
검찰은 안진이 삼성의 주문대로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제일모직의 기업가치를 고평가하고, 삼성물산의 기업가치를 저평가했다고 판단했다.
이 일환으로 삼성물산의 가치를 낮추기 위해서 1조3천억원 상당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영업용 자산으로 분류, 비영업용 자산에서 제외했다고 보고 있다. 비영업 자산으로 간주하면 가치평가에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현금성 자산을 영업용 자산으로 볼 수 있고, 증인이 안진 회계사로부터 합병비율 보고서의 의구점에 관해 설명을 듣는 과정에서도 삼성의 방해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당시 삼성물산이 보유한 목적을 고려하면 현금을 영업용 자산으로 분리 가능한 것이냐"고 물었다. 송 씨는 "그렇게 볼 수 있다"고 답했다.
이재용 변호인 측은 "증인이 실제로 안진에 연락해서 설명을 듣거나 협의하는 것에 대해 물산에서 금지하거나 부정적인 입장을 취한 적이 있냐"고 질의했다. 송 씨는 "없다"고 말했다.
또 변호인은 "안진의 합병 검토 보고서에 대해 삼성물산이 숨기려고 들었냐"고 물었다. 송 씨는 "그런 기억이 없다"고 답했다.
변호인은 "당시 증인이 안진 회계사를 만났을 때 회계사가 (검토 보고서 중) 이건 좀 무리한 거다, 어쩔 수 없이 작성한 거라고 말한 적이 있냐"고 질의했다. 송 씨는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민혜정 기자(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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