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문영수 기자] 2021년은 게임업계에 있어 매우 의미있는 한해로 기억될 전망이다. 게임산업의 대표적인 악법인 강제적 셧다운제가 도입 10년만에 폐지되는가 하면 P2E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게임 시장인 중국 진출을 위한 판호 발급이 이뤄진 것도 올해며 게임업종이 타 대기업과 비교해도 무색하지 않을 만큼 연봉 테이블이 오른 것 또한 올해다. 반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재택 근무 체제가 장기화됐고 게임사들의 무리한 운영을 지탄하는 트럭 시위가 본격화되기도 했다. 2021년을 달군 주요 이슈들을 정리했다.
◆강제적 셧다운제 10년만에 폐지
강제적 셧다운제가 10년 만에 폐지됐다. 강제적 셧다운제는 청소년의 수면권, 학습권 등을 보호할 목적으로 2011년 16세 미만이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의 심야시간대에 인터넷 게임을 할 수 없도록 제한한 제도다.
국회는 지난 11월 본회의에서 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0시∼오전 6시 인터넷 게임 제공을 제한하는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은 청소년 보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개정안에는 인터넷 게임 중독, 과몰입 피해 청소년뿐 아니라 피해 청소년 가족에게도 상담 교육 및 치료와 재활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반영됐다. 19대, 20대 국회에서 두 차례 제도 개선을 추진했으나 불발된 강제적 셧다운제가 마침내 폐지된 것이다.
이에 따라 청소년 게임이용 규제는 강제적 셧다운제 대신 선택적 셧다운제로 일원화된다. 선택적 셧다운제는 청소년 본인이나 학부모가 요청할 경우 게임 접속을 의무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매출 300억원 이상 게임업체가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코로나19 재택 장기화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면서 게임사들의 재택 근무 체제도 장기화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확산 우려에 게임업계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가 시행한 '위드코로나'가 한달여만에 끝나고 지난 18일부터 2주간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를 적용하는 등 다시금 방역이 강화되자 부분 재택 근무체제를 이어오던 게임사들은 하나둘 전사 재택으로 전환하는 분위기다. 업체들은 임직원의 불필요한 외출과 모임 및 다중 이용시설 자제 권고와 함께 개인 방역을 철저히 할 것을 당부하고 향후 방역 상황에 따라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재택 체제 강화로 게임 출시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실제 펄어비스는 올해말 출시할 예정이던 '붉은사막'을 코로나19 확산 및 재택 근무에 따른 개발 지연으로 인해 무기한 연기한 바 있다. 당시 회사 측은 "붉은사막 팀 및 관계자 모두의 건강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상황 속에서 최고의 게임 경험을 드리기 위해 일정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메타버스·P2E 게임의 약진
메타버스와 및 P2E(Play to Earn)라는 개념은 올해 게임업계에서 대두된 화두다. 기존 게임과는 다른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내년 게임 시장에도 적잖은 여파를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메타버스는 현실과 같은 사회와 경제, 문화 활동 등이 이뤄지는 가상세계를 뜻하는 표현으로 국내에서도 관련 서비스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나만의 아바타를 만들어 다른 이들과 교류하고 게임도 즐길 수 있으며 경제 활동까지 펼칠 수 있어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게임사들도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화두를 제각각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며 대응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메타버스와 더불어 함께 대두된 P2E는 이른바 '페이 투 윈(Pay to Win)'이라 일컬어지던 기존 부분유료화 과금 방식과 달리 이용자가 게임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는 개념을 뜻한다. 동남아시아 등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위메이드가 '미르4'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P2E 게임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면서 해당 분야에 뛰어드는 국내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판호 발급…中 본격 개방은 '아직'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필요한 판호가 국내 업체에도 발급됐다. 다만 극소수에 그치면서 중국 시장 개방은 그야말로 기대감으로만 끝나는 분위기다. 내년도 시장 전망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판호는 중국 내 게임을 서비스하기 위해 반드시 사전에 발급받아야 하는 허가권을 뜻한다.
지난해 12월 중국이 3년 만에 컴투스의 '서머너즈워: 천공의 아레나'에 외자 판호를 발급한 데 이어 올해 2월과 6월 핸드메이드게임즈의 '룸즈'와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에도 판호가 발급됐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 대다수 업체들이 수혜를 입지 못했다.
중국 당국이 사회주의 가치관을 강화하는 기조에 따라 내부 검열이 심해질 것이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선전부 출판국은 지난 4월부터 판호 심사에 새로운 채점 제도를 적용하기도 했다. '관념지향'과 '문화적 의미'를 포함한 5가지 항목에 대한 전문가 심사를 통해 총점 3점 이상인 경우 판호 발급을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게임업계 연봉 인상 릴레이
게임업계 연봉 인상 릴레이도 2021년을 달군 주요 이슈중 하나다. 넥슨이 방아쇠를 당긴 연봉 인상 흐름은 대형 업체는 물론 중견 업체까지 여파를 미치며 개발자들의 '몸값'을 전반적으로 상승시켰다.
넥슨은 올초 신입사원의 초임 연봉을 개발직군 5천만원, 비개발직군 4천500만원으로 크게 상향 적용하고 재직중인 직원들의 연봉도 800만원씩 일괄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일회성 격려보다는 체계적인 연봉인상을 통해 인재 경영을 강화한다는 취지였다. 넥슨의 공격적인 행보에 다른 게임사들도 사실상 반강제적으로 넥슨과 동일하거나 그 이상의 조건을 맞추며 개발자 유출 방지 및 인재 영입을 위해 애써야 했다.
광풍에 가까운 연봉 인상 릴레이로 인해 게임업계의 양극화 현상을 더욱 가속화시켰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대형 업체 수준의 연봉 테이블을 제시할 여력이 부족한 중소 개발사들의 인력난이 더욱 심해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착한 기업이 주목받는다…게임업계 ESG 경영 첫발
2021년은 게임사들이 본격적으로 ESG 경영을 시작한 해다. ESG는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로, 최근 기업가치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부각되고 있다. 기업활동 전반에서 친환경, 사회적 책임, 윤리적 지배구조를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는 것이 핵심이다.
엔씨소프트를 시작으로 국내 주요 업체들이 연이어 사내에 ESG 위원회를 설치하며 다양한 관련 활동을 예고했다. 내년에도 이러한 ESG 경영 기조가 확산될지 여부가 관전 포인트다.
관건은 환경(E) 분야 개선이 될 전망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매긴 ESG 등급 평가에 따르면 게임업계는 대체로 사회(S)와 지배구조(G)에서는 전반적으로 B 이상을 받은 반면 환경(E) 부문에서는 대부분이 D를 받았다다. 환경 개선 노력 및 외부 평가에 부합하는 기준 마련이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리니지' 형제 꺾은 '오딘'…분투 끝에 재탈환한 엔씨
2021년은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의 선두가 뒤바뀌며 큰 파장을 낳은 한해였다.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하는 '오딘: 발할라 라이징'이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형제'를 꺾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출시된 오딘은 론칭 초반부터 이용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은데 이어 7월 2일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 양대 마켓 매출 1위 달성에 성공했다. 3년 넘게 양대 마켓 1위를 이어오던 엔씨소프트를 권좌에서 끌어내린 것이다.
절치부심한 엔씨소프트는 '블레이드앤소울2'로 반격을 시도했으나 전작들을 답습한 게임성과 BM으로 불만 여론에 직면하고 말았다. 급기야 김택진 대표가 직접 사과하고 체질 개선을 시도한 끝에 내놓은 '리니지W'로 다시금 매출 1위를 탈환하는데 성공했다.
◆전례를 찾기 힘든 이용자 '봉기'…트럭 시위 잇따라
올해는 게이머들이 '봉기'를 일으킨 해이기도 하다. 게임사들의 불합리한 운영에 반기를 든 이용자들이 트럭 시위라는 새로운 방법으로 목소리를 내서다. 특히 트럭 시위가 효과적이라는 반응이 이어지면서 다른 게임으로까지 확산되기도 했다.
트럭 시위는 올초 '페이트 그랜드 오더'를 시작으로 '프로야구 H2', '라그나로크 오리진', '마비노기' 등 다수 게임 이용자들이 주도했다. 이유는 각기 달랐다. 캠페인의 갑작스런 중단,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콘텐츠, 버그 수정 소홀 등의 문제가 트럭을 소환하게 한 사유들로 꼽힌다.
트럭 시위가 한창이던 올해 상반기 게임업계에서는 이를 주의 깊게 살폈다. 그동안 전례를 찾기 힘든 새로운 시위 방식이 도입된 만큼 업계 전반으로 번질지 여부에 예의주시하기도 했다. 게임사들이 고객 대응에 소홀해 불거진 문제인 만큼 게임업계가 반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없지 않았다.
◆올해도 여전한 확률형 아이템 논란…자율규제 강화
'뜨거운 감자' 확률형 아이템을 둘러싼 논란은 올해도 여전했다. 특히 확률을 둘러싼 각종 문제로 트럭 시위까지 벌어지면서 게임사들이 체감될만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확률형 아이템을 법적으로 규제하는 게임산업법 전부개정안을 필두로 여러 다양한 규제법안도 발의돼 국회 계류 중인 상태다. 그동안 게임 규제는 앞장서서 방패를 자처했던 이용자들이 확률형 아이템 규제 만큼은 환영한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게임사들은 유무료 확률형 아이템은 물론 강화, 합성 정보까지 공개하는 등 법적 규제보다 한층 강화된 자율규제 개정안을 12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앞서 자율규제 시행으로 정치권의 규제 시도를 방어했던 게임업계가 이번에도 재차 '빗장수비'에 성공할지는 내년에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문영수 기자(mj@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