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화려한 라인업에 걸맞지 않은 경기력. 여자 프로배구 IBK기업은행(이하 기업은행)이 흔들리고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 26일 화성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2 V리그' 여자부 1라운드 홈 경기에서 한국도로공사(이하 도로공사)에 패했다. 나란히 2연패를 떠안고 만난 양 팀. 한 팀은 3연패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기업은행이 그 길을 택했다.
2020 도쿄올림픽 4강 신화를 써낸 선수들이 다수 뛰고 있는 기업은행. 특히 김희진, 김수지가 버틴 센터 라인은 리그 최강으로 분류됐다. 레프트 표승주는 공수 밸런스를 잡아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기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우려로 바뀌었다.
세터와 공격진의 호흡은 맞지 않고 수비는 흔들리고 있다. 고비 때마다 나오는 어이없는 범실은 3연패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베테랑 선수들이 많지만 팀이 흔들리는 순간 나서서 중심을 잡아줄 선수는 보이지 않는다. 이것이 기업은행의 현주소다.
도로공사전에서도 이러한 모습이 여실히 드러났다. 1세트 22-19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무너지는 과정은 기업은행 문제점을 드러내는 상징적인 장면이 됐다. 단순한 공격 패턴은 상대의 좋은 먹잇감이 됐다. 리시브 불안은 역전의 빌미를 제공했다. 더욱이 도로공사가 20점 고지를 앞두고 연달아 어이없는 서브 범실로 흔들렸기 때문에 역전을 허용한 것은 기업은행 입장에선 더욱 아쉽게 다가온다.
가장 큰 문제는 기업은행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힌 리시브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시즌 팀 리시브 부문 최하위(30%)에 머물렀던 기업은행은 올 시즌 역시 6위(25.2%)에 그치고 있다.
흥국생명(20.8%)이 기업은행 아래에 자리하고 있지만 김연경(상하이)-이재영(PAOK 테살로니키) 등 팀 리시브를 책임지던 선수들이 갑자기 이탈해 전력 누수가 불가피했다. 그러나 기업은행은 변화 없이 이미 손발을 맞추고 있던 선수들이기에 리시브 불안이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리시브가 흔들리다보면 무리한 공격 시도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는 곧 성공률 저하로 이어진다. 기업은행의 팀 공격 성공률은 32.9%로 리그 최하위다.
'국가대표' 센터진 김희진, 김수지를 보유하고도 블로킹 역시 최하위(세트당 1.25개)에 머물고 있다. 심지어 이는 센터진 높이와 무게감이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막내 구단' 페퍼저축은행(세트당 1.57개)보다 낮은 수치다. 두 팀을 제외한 나머지 5개 구단은 세트당 2개가 넘는 블로킹을 기록 중이다.
수비가 안 되면 공격으로 풀어가야 하는데 세터 조송화의 경기 운영 능력도 고민거리다. 특히 김희진과 김수지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따른다. 분명 속공과 이동 공격에서 강점이 있지만 팀 전체 공격에서 중앙을 이용한 비중은 11.8%(속공 5.9%, 이동공격 5.9%)에 불과하다. 속공 시도가 5%대에 머문 팀은 기업은행과 도로공사뿐이다.
리시브가 흔들리니 정확한 패스(토스)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 이 때문에 맥없는 공격과 허무한 범실의 연속. 상대 공격진을 막아내지 못하는 수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기업은행이다.
서남원 감독은 우선 변화보다는 선수들이 스스로 이겨내길 바라고 있다. 그는 "아직 변화를 줄 생각은 없다. 3연패 했지만 고참 선수들이 이겨내고 해결해야 한다. 그다음에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와야 신인 선수들도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화성=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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