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재판에서 합병 당시 제일모직의 자사주 매입을 위탁 받은 증권사끼리 이에 대한 상의를 한 적이 없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는 삼성 주도 하에 제일모직 자사주를 매입, 주가를 조작했다는 검찰의 주장과 배치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21일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부정거래·시세조종)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 대한 19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엔 삼성물산 합병 당시 제일모직 자사주 매입에 참여한 삼성증권 직원 강 모씨가 지난 17·18차 공판에 이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재용 부회장 변호인은 증인에게 "2015년 7월26일~28일 3일 연속으로 삼성증권이 제일모직 자사주 매입을 수행했고, 29일과 30일은 다른 위탁사인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각각 수행한 게 맞냐"고 질의했다.
증인 강 씨는 "그렇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증인에 "주식시황은 어쩔 수 없지만 공교롭게도 삼성증권이 자사주 매입한 사흘은 제일모직 주가가 하락 횡보했고, NH투자증권이 한 첫날은 제일모직과 구 삼성물산 주가가 모두 상승해서 삼성증권이 난감했겠다"고 물었다.
강 씨는 "특별히 신경쓰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 부회장 변호인은 증인에게 "시세조종으로 기소된 자사주 매입 건에는 NH나 한투 건도 포함돼 있다"며 "이 두 증권사가 통상 자사주 매입과 달리 이상한 패턴으로 제일모직 자사주를 매입했다고 생각했냐"고 질문했다.
강 씨는 "자사주 매입당시 위탁증권사는 5개사까지 선정 가능하다"며 "자사주 매입기간 동안 타사와 대화하거나 상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NH나 한투가 제일모직 자사주 매입 관련해서 금융당국 제재를 받은 것도 없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위법하게 관여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이사회를 거쳐 삼성물산 주식 1주를 제일모직 0.35주와 맞바꾸는 조건으로 합병을 결의했다.
검찰은 삼성그룹이 지난 2012년 12월 작성한 '프로젝트 G' 문건에 주목해 회사가 이 부회장의 승계 계획을 사전에 마련했다고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유리한 비율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이뤄졌다는 판단이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유리한 합병 시점을 마음대로 선택하고 삼성물산과 주주들에 손해를 가하면서 오히려 회계보고서를 조작 했다"며 "사실상 총수인 이 부회장에 의해 합병 비율이 왜곡되고 손해를 입힌 게 이 사건 실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합병은 경영상 필요에 따라 합법적으로 이뤄졌고, 회사들도 긍정적 효과를 봤다고 반박했다.
변호인 측은 "검찰은 오로지 승계 및 지배력 강화라는 목적이었다고 보고 있는데 합병은 사업상 필요와 경영상 필요했다"며 "삼성물산은 국내 외로 건설 상황 악화나 해외 프로젝트 손실이 우려되는 어려운 상황이었고 제일모직은 해외 인프라를 필요로 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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