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승권 기자] 식자재 유통 시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배달의 민족과 쿠팡이 시장에 진출한데 이어 GS와 농협까지 시장 진출을 고심하고 있어서다.
특히 '위드코로나' 시대를 앞두고 외식 산업 활성화가 기대되고 있어 식자재 B2B(기업 간 거래) 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19일 한국식자재유통협회(KDFA)에 따르면 국내 식품유통 시장 규모는 약 205조원에 이른다. 이 중 B2B 식자재 유통 시장은 약 55조원 규모이며 전체 식자재 유통 시장 중 기업형 식자재 유통 시장 규모는 전체 시장의 약 5조원 정도다. 기업형 식자재 유통 시장은 전체 시장에 약 10%, 나머지는 전부 소상공인의 영역이다.
◆ 식자재 유통 구조 아직 소상공인 중심…기업형 점유율 더 높아질 수도
우리나라 식자재 유통 시장 구조는 제조사, 도매업자, 식자재유통업자, 중간상인, 음식점으로 이뤄져있다. 이 과정에서 영세업자와 개인사업자가 대다수를 차지하다 보니 시장 진입 장벽이 낮다. 즉, 누구든지 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식자재 시장은 오프라인 중심으로 발달돼 있다. 음식점주들이 직접 눈으로 보고, 만지는 경험을 중요하게 여기는 특성 때문이다. 그런 탓에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고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시스템을 갖춘 대형 업체들이 들어왔을 경우 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배달의 민족은 지난 2017년 '배민상회'를 열고 식자재 유통 시장에 진입했다. 배민상회는 배달의 민족 앱을 이용하는 음식점주는 물론 다른 음식점주를 대상으로 음식점 운영에 필요한 비품부터 식자재까지 판매하기 시작했다. 2017년 당시 배민상회를 처음 시작했을 때 상품은 약 400여개 정도였다. 최근에는 1만7천여개 정도로 약 4배 이상 상품이 늘어났다.
쿠팡은 '쿠팡이츠딜'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6월 식자재 시장에 뛰어들었다. 쿠팡이츠 입점 음식점 중 빠른 배달과 소비자 만족도가 모두 충족한 '치타배달' 배지를 보유한 음식점에 한해 이용 가능한 서비스다. 쿠팡은 우수한 입점 음식점들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차원에서 쿠팡이츠딜을 운영하고 있다.
GS리테일도 유통전문몰 'GS비즈클럽'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GS비즈클럽은 개인슈퍼 사업자에게 식자재를 포함한 상품을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GS리테일이 보유한 상품 소싱 역량을 활용해 사업자가 여러 상품을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공급 상품에 서비스 이용료 수준의 마진을 더해 수익을 내는 구조다.
◆ 농협도 B2B 식자재 유통 사업 '만지작'…"신규업체 진입 쉽지 않다"는 전망도
농협 또한 최근 '공유주방'을 열며 관련 사업을 테스트하고 있다. 공유주방 업체 '위대한상사'와 협업해 지난 7일 경기도 성남에 '농협공유주방'을 론칭한 것이다. 이 공유주방에 입점한 업체는 농협하나로마트 성남점으로부터 식자재를 공급받을 수 있다.
주문은 농협몰 앱이나 온라인 사이트에서 가능하다. 일정 금액 이상을 구매하면 농협 캐시백 혜택도 받는다. 농협은 시범사업인 이번 공유주방을 통해 새로운 유통모델을 시험해 본다는 방침이다. 농협 측은 "새로운 유통사업 진출 여부를 타진해 보기 위해 시범사업을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B2B 식자재 유통업계는 기존 업체들의 품목의 강점과 견고한 영업망으로 신규 업체의 진입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시장과 B2B 시장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B2C 거래는 일회성인 반면 B2B 거래는 장기적 거래를 기반으로 한 서로의 '신뢰'가 기반이다.
이를테면 A 식자재 유통 업체가 처음 거래를 시작할 때 외식업자에게 이윤을 낮게 책정해 제품을 납품한 뒤 외식업자의 매출이 올라가면 A 업체 역시 납품 단가를 올려달라고 요청한다. 이렇게 신뢰를 기반으로 서로의 이익을 나눠 가지는 구조로 이뤄진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한 식자재 유통 납품에는 다품종 보유가 필수인데 품목에 있어서도 기존 업체들이 강점을 가지고 있다. 실제 CJ프레시웨이가 현재 취급하는 품목은 약 2만6천여 가지로 후발주자인 배달의 민족 '배민상회' 비해 약 1만여 개 정도가 많다.
식자재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B2C 시장과 다른 B2B 특성 때문에 신규 업체들의 시장 진입을 쉽지만 견고한 영업 루트를 만드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며 "결국 사람 장사이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도 쉽지 않은 것이 해당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김승권 기자(peac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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