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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문서는 안 보겠다"...노 대통령의 디지털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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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는 노무현 대통령의 하루 일과는 컴퓨터 전원을 켜는 것으로 시작된다.

초기 화면에 청와대 본관 그림을 배경으로 'e지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하는 인사말로 시작되는 디지털 청와대 업무 시스템인 'e지원'이 뜨면, 이를 통해 하루 일정 점검과 각종 행사에 필요한 '말씀 자료'나 '구상'이 첨부된 파일들을 검토하면서 업무를 시작하게 된다는 것.

노 대통령은 'e지원'시스템을 사용하면서부터 "종이문서로 작성된 보고서는 안 보겠다"고 선언했다.

청와대 제1 부속실 이진 행정관은 "보고서의 디지털화에 익숙하지 않았던 비서진은 '반드시 문서 관리 카드를 사용하라'는 대통령의 엄명에 한동안 고충을 겪었다"며 애피소드 하나를 소개했다.

종이 문서로 대통령에게 올린 보고서가 비서진에게 되돌아 오면서 "문서 관리 카드로 보고하면 읽어 보겠다"는 대통령의 답신이 붙어 있었던 것.

대통령에게 보고되는 '말씀자료'나 '구상'등의 파일이 처음 생성되는 곳은 'e지원'안에 마련된 '나의 구상' 코너. 노 대통령은 떠오르는 생각들을 '나의 구상' 난에 촘촘히 기록한다는 게 이 행정관의 설명이다. 예를 들면 몇월 몇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비서진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구상 난에 올려놓았다가 당일 '일정' 난에 파일로 첨부하는 식이다.

하루 일정 점검이 끝나면 노 대통령은 곧바로 '나의 업무' 코너를 클릭, 각 수석실에서 올라온 보고서를 점검한다.

이른바 '문서관리카드'라는 양식을 통해 대통령에게까지 올라간 보고서들은 작성일은 물론이고 어떤 경로를 거쳐, 누구의 의견을 달아, 어떻게 대통령에게 보고됐는지 등의 과정을 세세히 알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또 ▲단순 참고 ▲반드시 열람 ▲지시 필요 등으로 보고서 처분의 용도를 달아 놓아 대통령이 우선순위를 두며 읽을 수 있도록 표시돼 있다.

이 행정관은 "보고서를 읽을 때 노 대통령이 중요시하는 것은 경로의 투명성과 합리성"이라며 "다양한 의견들이 어떻게 수렴, 종합되었는지를 보고 대통령이 보고서를 다 읽은 뒤 에는 지시 사항이나 의견을 달아 발송자에게 보고서를 되돌려 보낸다"고 보고서 처리 과정을 설명했다.

또 이 행정관은 "'e지원' 구축으로 시작된 디지털 보고 시스템은 가히 혁명적이라 할 만큼 대통령과 비서실의 업무 스타일에 효율성을 가져왔다"고 소개하며 "그 첫째가 업무의 처리량"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이 'e지원' 사용에 할애하는 시간은 주중 하루 평균 4시간 정도. 아침식사전에 2 시간, 저녁식사후 2 시간쯤이다.

이 행정관은 "4시간 동안 노 대통령은 많게는 30개까지 보고서를 읽는다"며 "디지털화가 이루어지기 전보다 3배 정도 보고서 처리량이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e지원'구축이후 달라진 또 하나는 보고의 속도가 빨라졌다는 것. 거의 실시간 시스템이라 할 만큼 보고에 대한 피드백이 빠르다는게 청와대측의 설명이다.

온라인 보고 체계를 통해 자정이 넘은 시각이나 일요일 새벽에도 보고서는 작성되는 대로 e지원에 올라가고, 노 대통령 또한 시간의 구애없이 답신을 보내 실시간 보고와 결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행정관은 "'e지원' 사용 이후 노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최초로 전달받아 관리하는 부속실 직원들은 어느 월요일 아침 e지원을 켠 후 눈이 휘둥그레진 일이 있었다"며 또 하나의 애피소드를 소개했다.

노 대통령으로부터 쏟아져 나온 지시사항의 마지막 작성 시각이 일요일 새벽 2시로 돼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 이와함께 디지털 시스템 구축 이후 보고서의 책임 소재와 의사 전달 과정이 명확해진 것 역시 청와대 업무의 달라진 점.

특히 대통령의 답신이 담당 부서는 물론이고 참고할 필요가 있는 부서에까지 한꺼번에 전달, 관련자들 사이 이해도가 예전보다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 행정관은 "민감한 사안이 많은 청와대인지라 과거에는 부서 간 구두로 정보를 얻는 일이 쉽지 않았다"며 "그러나 문서관리카드 처리 과정에서 참고부서가 동시에 지정됨에 따라 관련자들의 정보 공유가 훨씬 쉬워졌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노 대통령부터 e지원을 켜며 시작해 e지원을 끄는 것으로 하루를 마감하는 일상이 불러온 청와대 업무혁신이 이 정도까지 자리를 잡게 된 데에는 1년여의 시간이 걸렸고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아직도 만족하기에는 멀었다"며 비서실 직원들에게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인 e지원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아이디어 개발을 당부하고 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이구순기자 cafe9@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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