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국내 주요 그룹 CEO(최고경영자)들이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출연실적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또 다시 국감장으로 불려간다.
주요 대기업이 FTA(자유무역협정) 체결로 막대한 이익을 올리고 있는 만큼 이에 상응하는 기금을 반드시 출연해야 한다는 게 정치권 주장이지만, 재계에선 반강제적으로 기금을 걷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보고 강하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이형희 SK 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회 위원장, 권영수 LG 부회장, 김학동 포스코 사장, 이강만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사장 등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감 증인으로 채택됐다. 당초 하언태 현대차 사장도 증인 명단에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종 명단에선 제외됐다.
이들을 국감장으로 부른 것은 국회 농해수위 소속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이다. 정 의원은 국정감사를 통해 기금출연 실적이 부족한 기업들을 증인으로 불러 협력 구조를 분석하고 기금 출연을 촉구할 것이라며 벼르고 있다.
실제로 정 의원에 따르면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조성액은 지난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4년 8개월째 1천293억원 밖에 조성되지 못하는 등 매년 1천억원 목표에 30%도 이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정부가 공기업 경영 평가에 동반성장 평가지표를 반영하면서 조성액의 대부분인 공공기관이 909억원(약 70.3%)을 출연하고 민간기업은 381억원(약 29.5%)을 출연해 당초 민간기업 등의 기부금을 재원으로 한다는 기금조성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여야는 지난 2015년 한-중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하는 조건으로 매년 1천억원씩 10년간 모두 1조원의 민간기부금 재원을 마련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정 의원은 "대기업들이 FTA 체결로 상당한 수혜를 보고 있지만 농어촌 발전을 위한 기금 출연에는 인색한 것이 현실"이라며 "기업 임원들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것에 대해 '기업 흠집내기'라는 시각이 존재한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비판을 감수하고서라도 코로나19와 수입 농수산물로 인해 생사의 갈림길에 선 농어민, 농어촌을 대변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움직임에 재계에선 주요 대기업에게만 기금을 다 떠맡기는 행태라고 보고 곳곳에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또 올 하반기 경영 불확실성이 가중될 것이란 전망이 많은 데도 기업들만 저격하고 나선 정치권에 대해 서운함도 드러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겉으로는 자발적 출연이라고 하면서도 주요 기업 CEO들까지 증인으로 출석시키려는 것은 사실상 반강제적으로 기금을 걷으려는 의도 같다"며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어촌의 시름을 덜겠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국회가 지나치게 권한을 남용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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