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승권 기자]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이 결국 한앤컴퍼니(한앤코)를 상대로의 매각을 취소하며 남양유업 매각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홍 전 회장이 '선결 조건'으로 내건 내용 때문에 매각이 무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헐값 매각'이라는 일각의 판단도 홍 회장의 선택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한앤컴퍼니가 거래종결 의무의 조속한 이행을 촉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라 남양유업의 인수합병(M&A)전은 앞으로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1일 홍 전 회장의 법률대리인인 LKB앤파트너스에 따르면 매도인 측은 계약 상대방인 한앤코를 상대로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했다. 지난 5월 한앤코와 주식양도 계약을 맺은지 3개월만에 계약을 해지한 것이다.
◆ 홍 전 회장, 한앤코와 계약 3개월 만에 해지…"여전히 매각 의지는 확고"
앞서 홍 전 회장은 5월 4일 이른바 '불가리스 사태'에 책임을 지고 회장직을 내려놨다. "자식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히며 고개를 숙였다. 남양유업은 올해 4월 자사 불가리스 제품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77.8% 저감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발표해 주가가 뛰고 불가리스 판매량이 급증했지만, 해당 연구가 임상이나 동물시험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밝혀지면서 불매운동의 타깃이 됐다.
이후 같은 달 27일 한앤코와 주식양도 계약을 맺고 8월 31일까지 매각대금을 지급하겠다고 공시했지만, 임시주총에서 매각 관련 안건 논의 일정을 9월 14일로 일방 의결하면서 '매각무산설'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홍 전 회장 측은 경영권 매각에 대한 입장은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홍 전 회장은 "경영권 매각 약속을 지키려는 저의 각오는 변함없이 매우 확고하다"며 "매수인(한앤컴퍼니)과의 법적 분쟁이 정리되는 대로 즉시 매각 절차를 다시금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매각무산에 대해서는 '선결 합의 내용'이 문제였다고 했다. 홍 전 회장 측은 "경영 정상화를 위한 매각 노력이 결실을 맺지 못해 매우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매수자 측이 계약 체결 후 태도를 바꿔 사전 합의 사항에 대한 이행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선결 합의 내용이 '이면 계약'으로 설정되어 있었을 것으로 본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홍 회장과 한앤코가 주식매매계약(SPA)와 별도로 작성한 이면 계약서가 존재하며, 홍 회장이 이면 계약의 사전 이행을 한앤코에 계약 선결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면 계약에는 일가족의 남양유업 내 지위 보장 및 사업 분할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아들의 직위 유지를 일정기간 요구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4월 보직 해임된 홍 회장의 장남 홍진석 씨는 지난 5월 전략기획 담당 상무로 복직했고, 차남 홍범석 상무도 미등기 임원으로 승진해 출근하고 있다. 이들의 지위를 유지하거나 혹은 경영진으로 선임해달라는 요구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또한 남양유업의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인 '백미당(百味堂)'의 분할에 대한 이야기도 언급됐을 가능성이 있다. 홍 회장 일가는 회사를 매각하더라도 백미당 브랜드만큼은 계속 가져가길 원하며, 거래 종결에 앞서 한앤코가 사업부 분할에 동의해 이를 선행하기를 요구하고 있다는 의미다.
◆ 매각 가격도 문제?…"한앤코와의 소송, 매각에 부정적 영향 줄 것"
이런 이유 외에도 '매도 가격'에도 문제가 됐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갑자기 오른 주가가 문제가 됐다.
홍 전 회장이 한앤코와 지분매매계약(SPA)을 체결하던 5월12일의 주가는 주당 36만원 선이었으나, 지분 매각 발표 후 폭등해 70만원에 이르렀다. 7월1일에는 81만3천원을 찍었는데, 이 가격은 한앤컴퍼니가 사기로 한 주당 가격과 유사한 수준이다. 계약 체결 당시만 해도 헐값 매각이라 판단할 정도는 아니었으나, 주가가 급등하면서부터는 홍 회장으로서는 '너무 싸게 팔았다'고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홍 전 회장이 당시 한앤코에 매각하기로 한 지분(53.08%)의 가격은 총 3천107억원인데 이는 남양유업이 보유한 유형자산의 순장부가액인 3천693억원에도 미치지 못해 '헐값 매각' 논란이 일었다. 일각에서는 '파킹 거래' 의혹을 제기할 정도였다.
결과적으로 홍 전 회장이 매각 계약을 이행하지 않으며 M&A는 본격적인 소송전에 돌입할 전망이다. 한앤컴퍼니는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SPA 매도인들을 상대로 거래종결 의무의 조속한 이행을 촉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번 소송은 매도인 측의 이유 없는 이행지연, 무리한 요구, 계약해제 가능성 시사로 인해 소송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른 결과라고 한앤컴퍼니는 설명했다. 아울러 한앤컴퍼니는 남양유업 인수 의지에는 변함이 없음을 재확인했다.
소송이 길어질수록 홍 전 회장에게 더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남양유업을 상대로 한앤컴퍼니가 강력하게 물고 늘어지면 그 자체가 이 펀드의 차후 영업에 지장을 줄 수 있다. 앞으로의 바이아웃 투자에서 오너 들을 상대할 때 상당한 부담을 안고 가게 된다. 평판 리스크가 커지는 것이다.
또한 홍 전 회장은 계약금에 대한 페널티도 물어야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통상적으로 전체 거래대금의 10%를 계약금으로 지급하며, 매도인의 단순 변심에 따른 계약 해지시에는 계약금 몰취 혹은 계약금의 두 배를 페널티로 설정한다.
벤처투자 업계 한 관계자는 "M&A 관련 소송은 홍 전 회장이 유리하다고 본다. 양자 간의 '사적 계약'인 이상 일방이 계약을 절대 이행하지 못한다고 하면 파기는 가능하다"며 "실제로 SPA 체결 이후 딜이 깨지는 경우는 흔치는 않지만 더러 있는 일인데 문제는 한앤컴퍼니가 얼마나 물고 늘어지느냐에 따라 업무상 피해보상액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승권 기자(peac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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