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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내 대기업은 갑질을 하는 존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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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기자님, 대기업이 갑질을 당한다는 게 성립이 된다고 보세요?"

지난달 애플코리아(애플)의 이통사 갑질 취재를 하던 중 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직원으로부터 들은 얘기다.

앞서 애플은 국내 이동통신사에게 광고·무상 수리비를 떠넘긴 혐의로 지난 2016년부터 공정위 조사를 받은 바 있다. 그러다 애플은 지난 2019년 6월 자진시정하겠다며 공정위에 동의의결을 신청했고, 올해 초 공정위가 이를 받아들였다.

동의의결은 법을 위반한 기업이 자진시정안을 내놓으면 공정위가 이를 심의해 타당하다고 판단될 경우 위법 여부를 따지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애플은 1천억원 규모의 상생지원안으로 상황을 마무리 지었다.

애플스토어 여의도 애플. [사진=서민지 기자]
애플스토어 여의도 애플. [사진=서민지 기자]

하지만 지난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영식 의원(국민의힘)이 문제를 제기했다. 애플의 동의의결 확정 후에도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여전히 광고비를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애플이 이통 3사에 전가하는 광고비 규모는 연간 200억~300억원으로, 동의의결을 신청한 2019년 6월 이후 2년간 얻은 부당이득은 400억~6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사실상 상생기금의 절반가량을 '갑질'을 통해 확보한 셈이다. 다행히 이달 초 애플과 이통 3사는 변경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애플과 이통 3사의 합의가 이뤄지고 있던 당시 공정위가 관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었다. 자칫 사기업간의 합의 과정에서 정부가 지나치게 간섭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 취재 당시 공정위 관계자는 "애플과 이통사가 협의를 하는 과정에서 공정위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난감해하기도 했다.

문제는 공정위가 대기업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대화를 나누던 중 공정위 관계자는 "국내 통신사들은 대기업인데, 갑질을 당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애플과 이통사들을 '갑'과 '을'이 아닌 '갑'대 '갑'으로 본 것이다.

'갑질'은 계약상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갑'이 상대방인 '을'에게 부당한 행위를 하는 것을 일컫는다. 전 세계 시총 1위 기업인 애플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우월한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출하량 기준 점유율 3위(15%), 매출로는 압도적 1위(41%)에 올라 있다. 수익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만큼 국내 이통사에게는 충분히 '갑'으로 여겨지고 있다.

공정위가 국내 대기업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모습은 종종 확인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를 예로 들 수 있다.

공정위는 지난 6월 삼성전자를 비롯한 4계 계열사가 급식업계 관계사인 삼성웰스토리를 부당지원한 것과 관련해 5개사에 2천30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 이를 지시한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과 삼성전자 법인을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삼성 역시 애플과 마찬가지로 자진시정안을 마련해 동의의결을 신청했지만, 공정위는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삼성은 중소 급식업체의 경쟁력 강화 지원방안 등을 포함해 2천억원 규모의 자진시정안을 내놨다.

삼성과 애플의 상황은 달라도 한참 달랐다. 공정위는 애플의 동의의결은 1년 넘게 심의를 진행한 끝에 받아들인 반면 삼성전자의 자진시정안은 단 한 번의 검토만 진행한 뒤 24일 만에 기각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제재 안건이 다르긴 하나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불거진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일련의 상황을 보면 공정위가 국내 기업과 글로벌 기업에 다른 잣대를 들이민다는 느낌을 쉽게 지울 수 없다. 국내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역차별'이 가해진다면 그야말로 '불공정'한 것이 아닌지 묻고 싶다.

/서민지 기자(jisse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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