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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패션업계, 고사위기 살린 효자 '新명품'…캐시카우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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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명품'서 '신명품'으로 눈 돌리는 Z세대 남성 소비자 큰손 역할

메종 마르지엘라 [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메종 마르지엘라 [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아이뉴스24 김승권 기자]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고사위기에 내몰렸던 패션업계가 '신(新) 명품' 덕에 구사일생의 기회를 잡고 있다.

메종키츠네, 톰브라운, 메종 마르지엘라 등 이른바 '신(新) 명품'으로 불리는 브랜드들이 패션기업 매출을 견인하고 있어서다.

여전히 2030 여성들 사이에서는 샤넬과 같은 '구(舊) 명품'이 인기지만 젊은 남성들이 새롭게 신 명품 트렌드를 이끄는 상황이다.

10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패션부문, 신세계인터내셔날 등에서 수입 판매하는 '신 명품' 브랜드 매출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구 명품'보다 조금 더 저렴하면서도 심플하면서 세련된 디자인을 가지고 있는 '신 명품'이 MZ세대(18세~34세)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이들 신 명품 브랜드는 결코 싸지 않다. 반소매 티셔츠가 15만원, 겨울 니트는 30만~40만원대에 달한다. 메종 마르지엘라 스니커즈 레플리카는 69만원 정도고 재킷은 100만원이 넘는 제품이 허다하다. 하지만 이런 가격대 덕에 중고 거래가 활발해져 기존 명품처럼 웃돈이 붙은 시장을 형성했다.

◆ 삼성물산 패션부문, 신명품 매출 효과 톡톡

이에 '아미', '메종키츠네', '르메르', '톰브라운'을 보유한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프랑스 하트의 상징인 아미는 올 5월 말 누적 매출이 지난해보다 316% 신장했다. 아미는 프랑스 파리 특유의 무심하면서 '쿨한 무드'의 이미지로 젊은 세대를 사로 잡았다. 옷 디자인은 전체적으로 심플하다. 따뜻한 느낌의 순백색 니트에 하트 로고 하나만 새겨져 있는 식. 요즘 젊은 세대는 이런 브랜드에 열광한다.

여우 심볼로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는 건 '메종키츠네'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 5월말 누적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100% 늘었다. 메종키츠네의 인기 배경에는 밀레니얼 세대라고 불리는 20~30대 세대들의 라이프스타일 문화를 이끄는 동시에 로고를 바탕으로 한 차별화된 상품, 브랜드 경험 제공이라고 말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누워있는 여우 심볼을 옷에 디자인해 행복감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담은 칠랙스 폭스(Chillax Fox), 건강한 라이프의 일환으로 요가를 컨셉으로 한 여우 심볼을 제작, 'Yoga Fox' 캡슐 컬렉션을 내놔 큰 인기를 끌었다.

세 번째 인기 브랜드는 '크로아상백'으로 유명한 '르메르'다. 르메르는 올 5월 말 기준 누적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47% 신장했다. '일상을 위한 옷을 만든다'는 브랜드 철학을 바탕으로 절제되고 은은한 디자인이지만 동서양의 문화가 조화된 독특한 감성, 뛰어난 소재, 오묘한 컬러 등을 사용하는 것이 이 브랜드의 특징이다. 코튼 리넨, 드라이 실크 등 가벼운 소재로 고안된 셔츠, 이너, 스커트, 원피스, 재킷 등이 대표 상품이다.

BTS가 선택한 '톰브라운'은 올 5월 누적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1% 늘었다. 지난 2019년 BTS가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 당시 기자회견에서 톰브라운을 착용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이처럼 삼성물산 패션부문 신 명품 매출이 올해 평균 100% 가량 대폭 성장하며 실적도 오름세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올 1분기 4천21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영업이익은 210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아미 니트 [사진=셀렉온몰 캡처]
아미 니트 [사진=셀렉온몰 캡처]

◆ 신세계인터, 신규 럭셔리 브랜드 성장세 가속화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도 메종 마르지엘라, 아크네 스튜디오 등 신규 럭셔리 브랜드 성장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 회사에서 가장 뜨거운 브랜드는 메종 마르지엘라다. 메종 마르지엘라의 올해 5월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5.3% 신장했다. 메종 마르지엘라는 사선으로 이뤄진 네 개의 스티치(바늘땀) 디자인과 0부터 23까지 숫자가 적혀있는 흰색 넘버링 택 등으로 유명하다. 특히 '독일군'이라는 애칭을 가진 스니커즈 레플리카는 69만원이라는 높은 가격에도 완판 행진을 하고 있다.

폴스미스도 인기 있는 브랜드에 속한다. 폴 스미스의 올해 5월 누적 매출은 42.4% 올랐다. 폴스미스는 지갑류 등으로 유명하다. 시그니처 스트라이프 배색 패턴이 적용된 지갑과 스니커즈, 카드홀더 등은 수십 년 동안 꾸준한 사랑을 얻으며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스웨덴을 대표하는 패션 브랜드로 자리 잡은 아크네 스튜디오도 인기 있는 신 명품이다. 아크네 스튜디오의 올해 5월 신명품 브랜드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32.6% 증가했다. 특히 두 개의 작은 원과 직사각형으로 이루어진 심플한 얼굴 형상의 페이스 이모티콘 심볼로 큰 인기를 끌었다.

페이스 이모티콘 패치는 스웻셔츠(맨투맨), 카디건, 티셔츠, 후디, 신발, 양말 등 다양한 제품에 적용돼 선보이고 있는데, 매 시즌 조기 완판을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해외패션 부문 실적 상승으로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21.4%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213억원으로 전년보다 77.5% 늘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샤넬, 루이비통, 에르메스 등의 1세대 고가 명품 브랜드보다 좀 더 현대적인 감각이 돋보이는 새로운 브랜드들이 젊은 세대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다"며 "업계에서는 명품을 구매하는 주 고객층의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럭셔리 브랜드의 세대 교체가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크네 스튜디오 제품들 [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아크네 스튜디오 제품들 [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 신명품 트렌드 이끄는 'Z세대'

이번 신 명품 트렌드의 특이한 점은 젊은 남성이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백화점에서 여전히 '샤넬 대란'이 일어날 만큼 한국 여성 소비자들의 클래식 명품에 대한 사랑이 여전하지만 남성은 다르다. 구매력이 있는 남성들은 적당히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면서도 심플한 디자인의 패션을 원한다.

특히 MZ세대 중에서 95년생 이하 Z세대(18세~27세)의 매출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외모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Z세대 남성들은 오랫동안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좋은 제품을 사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한국에서 1조원 넘는 연 거래액을 기록한 온라인 플랫폼 '무신사'를 탄생시킨 원동력이 됐다.

실제 명품 온라인 플랫폼 머스트잇의 지난해 구매 데이터에 따르면 전체 거래액에서 남성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57%로 여성 고객 비중을 앞질렀다. 연령대별 구매 건수 증가율은 20대와 30대가 각각 63%와 48%를 기록했고 10대의 증가율이 67%로 가장 높았다.

머스트잇을 이용한 남성 고객들이 2020년에 가장 많이 구매한 브랜드는 스톤아일랜드, 메종마르지엘라, 톰브라운, 발렌시아가였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코로나19 이후 의복 트렌드 양극화가 심해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비대면 사회환경이 보편화되면서 '가성비' 의복을 찾는 이들은 더 싼 제품을 찾고 명품 소비와 같은 '나심비'(나의 만족을 추구하는 소비)를 찾는 사람은 더 두드러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혜원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패션에 대한 소비는 본질적인 필요성보다는 자유 재량이 더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향후 패션 소비에 있어 독특함(브랜드 아이덴티티), 장인정신, 품질 등을 중시하는 트렌드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명품 소비는 그것대로 강화될 것이고,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가성비 소비 성향 역시 강해지며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승권 기자(peac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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