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만났던 4대 그룹 총수들에 이어 5개 경제단체를 이끌고 있는 회장들이 김부겸 국무총리와의 만남에서 또 다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면을 두고 건의했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이 부회장을 사면해 달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데다 문 대통령과 정부에서도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만큼 오는 8월 이 부회장의 '광복절 특사'에 대한 재계의 기대감은 더욱 높아졌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3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진행된 국무총리-5개 경제단체장 간담회에 참석해 "우리 경제 단체들이 이재용 부회장 사면 건의를 올린 바 있다"며 "현재 세계 반도체 시장의 동태를 살펴볼 때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지켜왔던 우위가 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루 빨리 이 부회장이 현장에 복귀해야만 한다"며 "정부의 배려를 다시 한 번 더 청원드린다"고 덧붙였다.
◆주요 경제단체, 이재용 사면 위해 힘 모아
이날 간담회에는 김 총리와 손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이 참석했다. 앞서 이들 5개 경제단체장들은 지난 4월 청와대에 공동으로 이 부회장의 사면을 건의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이미 이 사건의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 받고 2017년 2월부터 2018년 2월까지 한 차례 구속수감된 바 있어 특별사면이나 가석방이 없으면 남은 수감 기간을 채우고 내년 7월에 만기 출소하게 된다.
손 회장은 간담회를 마친 후에도 기자들과 만나 이 부회장의 사면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손 회장은 "대만 TSMC와 미국 등이 반도체 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 가만히 있으면 주도권을 뺏길 수도 있다"며 "이 부회장이 현장에 돌아와야 한다는 다급한 심정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손 회장이 재차 이 부회장의 사면을 건의하자 김 총리는 현장에서 "문 대통령에게 경제계의 건의를 전달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재용 사면' 두고 정부도 기류 변화
최태원 회장도 전날 문 대통령과의 비공식 오찬 회동에서 이 부회장의 사면을 직접 건의해 눈길을 끌었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춰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진 인재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이런 차원에서) 경제 5단체장들이 (이 부회장의 사면을) 건의한 것으로, 고려해 달라"고 문 대통령에게 다시 한 번 요청했다.
이후 함께 자리한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도 "반도체는 대형 투자 결정이 필요한 데 총수가 있어야 의사결정이 신속하다"고 강조하며 최 회장의 의견에 힘을 실어줬다. 삼성 측이 이 부회장의 사면 문제를 두고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오찬에 참석한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역시 "어떤 위기가 올 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높아진 시대가 왔다"며 "앞으로 2~3년이 중요하다"고 의견을 밝히며 은연 중에 이 부회장의 사면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국민들도 공감하는 분이 많은 것 같다"며 "지금은 경제 상황이 이전과 다르게 전개되고 있고, 기업에 대담한 역할이 요구된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최 회장이 경제5단체장 건의 내용을 직접 언급하지 않아 문 대통령이 무슨 의미인지 한 차례 묻는 과정이 있었다"며 "이 부회장의 사면을 의미한다는 점을 확인한 후 문 대통령도 자신의 입장을 에둘러서 말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처럼 주요 그룹 총수들과 경제단체에서 이 부회장의 사면을 두고 연일 목소리를 높이면서 재계에선 이 부회장의 8월 '광복절 특사'에 대한 가능성을 점차 높게 보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달 초까지 이 부회장의 사면에 대해 선을 그으며 완강한 입장을 보였지만, 지난달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 때를 기점으로 문 대통령의 태도에도 점차 변화가 나타나고 있어 재계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또 오는 4일 예정된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5대그룹 사장단의 비공개 회동에서도 관련 문제가 거론될 지를 두고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 자리에는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공영운 현대차 사장, 장동현 SK 사장, 권영수 LG 부회장, 이동우 롯데지주 사장 등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달 말 CBS 라디오 전화 인터뷰에서 이 부회장의 사면에 대해 달라진 분위기를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이 실장은 "경제계나 종교계, 외국인 투자기업들로부터 그런 건의서를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이에 대해선 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국민적인 정서라든지 공감대 등도 함께 고려해야 되기 때문에 별도 고려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경제계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 요청이 연일 제기되고 있는 만큼 '기업 투자가 적기에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던 문 대통령이 현재 분위기에서 본인의 고유 권한인 사면을 검토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듯 하다"며 "최근 분위기를 볼 때 문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사면할 경우 이르면 오는 8월 광복절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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