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오경선 기자] 증권사들의 개인형퇴직연금(IRP) 고객 유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제로(0) 수수료’를 선언한 가운데, 신한금융투자와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등도 이에 가세하며 고객 몰이에 나섰다. 그간 은행에 집중돼 있던 IRP 자금이 증권업계로 이동하는 계기가 될 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금투는 오는 25일부터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신한알파’를 통해 가입하는 개인형 IRP 계좌에 대해 부과하는 운용·자산관리 수수료를 전액 면제하기로 했다.
신한금투는 신규 가입자뿐만 아니라 기존의 모바일 가입자에 대해서도 이를 적용할 예정이다. 고객들은 모바일 채널을 통해 가입하더라도 지점 프라이빗 뱅커(PB)를 통해 자산관리와 상품운용에 대한 전문적인 상담과 자금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KB증권도 다음달 중순부터 IRP 수수료를 전액 면제해주는 혜택을 시행할 예정이다. 기존 고객을 포함해 비대면 고객에게 수수료 면제 시행일 이후 발생하는 수수료를 전액 면제하기로 했다.
한국투자증권도 비대면·시중은행을 통해 개설하는 뱅키스 고객을 대상으로 이달 말부터 IRP 무료 수수료를 적용할 계획이다.
처음 무료 수수료 경쟁에 불을 당긴 것은 삼성증권이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금융업계에서 처음으로 신규 고객 대상 수수료 전액 면제 IRP 상품 ‘다이렉트 IRP’를 출시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이어 미래에셋증권과 유안타증권이 지난 17일부터 신규 고객뿐 아니라 기존 고객에게도 IRP 수수료를 전액 면제해주는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올해 초 한차례 IRP 수수료 인하를 단행한 바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전체적인 연금 시장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IRP 잔고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장기 운용되는 IRP 특성상 한번 들어온 자금은 타사로 잘 나가지 않는다는 점도 증권사들이 공격적인 마케팅을 시행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증권사들의 IRP 제로 수수료 마케팅은 증권업계 내 경쟁력 강화뿐 아니라 IRP 적립금 규모가 가장 큰 은행을 비롯해 보험사 등 타 업권 고객을 끌어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고용노동부의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형 IRP 적립금 규모는 34조4천167억원으로 전년(25조4천억원) 대비 35.5%가량 증가했다.
은행의 비중이 여전히 가장 높지만 증권사들의 비중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금융 업권별 현황을 살펴보면 증권사의 적립금 규모는 지난해 약 2조5천억원 늘어났다. 증권사의 적립금 비중은 2019년 20.0%에서 지난해 21.9%로 증가했다.
은행의 경우 같은 기간 6조2천억원 가량 적립금이 증가했지만, 전체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비중(69.3%)에는 변동이 없었다.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지난해 적립금 비중은 각각 전년 대비 1.7%, 0.3%씩 줄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에서는 IRP를 통해 상장지수펀드(ETF)나 리츠 상품을 직접 매입할 수 있어, 다른 금융사에 비해 상품 운영 풀이 넓고 수익률이 높다는 것이 장점”이라며 “’디폴트 옵션’까지 도입되면 퇴직연금 시장에서 증권사의 경쟁력이 더 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디폴트 옵션은 가입자가 운용지시를 내리지 않을 경우 금융사가 가입자 투자 성향에 맞춰 알아서 퇴직연금 상품을 운영해주는 제도다. 증권사 등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가입자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디폴트 옵션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은행과 보험업계에서 주식·펀드 위주의 디폴트 옵션을 도입할 경우 원금 손실의 우려가 크다는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한편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체 금융사 중 올해 1분기 기준 개인 IRP 합계(원리금 보장·비보장) 수익률이 가장 높은 곳은 신영증권(27.39%)로 나타났다. 유안타증권(13.41%), 한국투자증권(12.49%), 미래에셋증권(11.37%), 삼성증권(11.23%) 등도 10% 이상 수익률을 기록했다.
보험사 중에서는 KDB생보(8.54%), 은행 중에서는 7%대의 DGB대구은행의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
10년 장기수익률을 살펴보면 하나금투(3.18%)의 수익률이 가장 좋았고 한국투자증권(3.10%), IBK연금보험(3.06%), 미래에셋증권(3.05%), 대신증권(3.01%) 등이 3% 이상 수익률을 냈다.
은행 중에서 3%대 수익률을 기록한 곳은 없었고, 신한·하나은행의 수익률이 2.54%로 가장 높았다.
/오경선 기자(seon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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