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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돋보기] 게임사 1분기 실적 둔화…연봉 인상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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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비 증가·신작 부재·직원 수 증가 등 맞물렸다

쏟아지는 정보통신기술(ICT) 현안을 잠시 멈춰 서서 좀 더 깊숙히 들여다봅니다. 'IT돋보기'를 통해 멈춘 걸음만큼 보다 심층적으로 분석하되, 알기 쉽게 풀어쓰겠습니다. [편집자주]
게임업계 '빅3'로 불리는 넥슨과 넷마블, 엔씨소프트는 올 초 일제히 연봉 일괄 인상을 단행했다. 이 영향으로 이들이 1분기 지난해보다 높아진 인건비를 받아들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넷마블 사옥, 넥슨 사옥, 엔씨소프트 사옥. [사진=각 사]
게임업계 '빅3'로 불리는 넥슨과 넷마블, 엔씨소프트는 올 초 일제히 연봉 일괄 인상을 단행했다. 이 영향으로 이들이 1분기 지난해보다 높아진 인건비를 받아들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넷마블 사옥, 넥슨 사옥, 엔씨소프트 사옥. [사진=각 사]

[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연초 게임사들의 연봉 인상이 1분기 실적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줬다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대다수 기업들이 수백만원에 달하는 연봉을 전 직원 일괄 인상하는 등 처우 경쟁을 펼치면서 이것이 고스란히 회사의 부담으로 돌아갔다는 시각이다.

실제 이들 기업의 1분기 인건비는 대부분 증가하며 영업비용을 높이는 데 영향을 미쳤다. 상당수 게임사들의 1분기 영업이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를 단지 연봉 상승 탓으로만 보기에는 이유가 다소 복합적이라는 지적이다.

 [자료=각 사]
[자료=각 사]

◆'파격' 연봉 인상 속 인건비 전체적으로 올라

16일 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 펄어비스 등 올 초 전 직원 대상 연봉을 올린 기업들의 1분기 인건비가 전년 동기 대비 다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실적 저하로 '어닝 쇼크'를 기록한 엔씨소프트는 1분기 인건비가 2천3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7% 늘었다. 약 200억원 정도 증가했는데 이 중 대부분이 급여 및 상여금으로 인한 증가분이다. 지난해 1분기 엔씨는 '리니지2M' 성공으로 직원들에게 대규모 성과급을 지급해 인건비가 2019년 대비 크게 늘었는데, 올해 1분기 인건비는 이보다도 더 높다. 앞서 엔씨는 개발직군에 대해 연봉 1천300만원, 비개발직군은 연봉 1천만원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넥슨과 넷마블 역시 마찬가지다. 넥슨은 1분기 인건비 138억6천300만엔(약 1천430억원)으로 전년 대비 34% 늘었다. 넥슨 측은 2분기 전반적인 매출 감소와 인건비 증가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넷마블 인건비 역시 전년 대비 15% 오른 1천434억원 수준이다. 두 회사 모두 전 직원 대상 연봉을 800만원 일괄 인상했다.

펄어비스, 컴투스, 네오위즈 등도 모두 인건비 증가세가 뚜렷했다. 펄어비스는 1분기 인건비 363억6천8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3.5% 증가했다. 영업비용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가운데 인건비 증가 비중이 컸다. 컴투스 역시 전년 대비 44.5% 증가한 237억원의 인건비를 받아들었고 네오위즈도 272억원의 인건비로 지난해보다 21.7% 늘었다. 전체적인 영업비용이 오른 가운데 인건비가 이 같은 흐름을 촉발한 모습이다.

인건비 증가 속 영업비용이 올라가며 게임사들의 영업이익률도 대부분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특히 30%대에 달했던 엔씨와 펄어비스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11%와 13% 수준까지 떨어졌다. 거둔 매출에 비해 영업비용이 늘어나 그만큼 영업이익률이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연봉 인상만 영향? 마케팅 비용·직원 수 증가도 영향

그러나 게임사들의 영업이익 감소를 반드시 연봉 인상 탓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1분기 매출을 올릴 만한 대형 신작이 나오지 않은 가운데 2분기 이후 선보이게 될 신작 마케팅 비용 증가가 맞물리면서 영업이익 축소를 더욱 촉발한 면이 있다. 일부 게임사들은 신작 출시 준비 등으로 인력도 다수 충원해 인건비가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

엔씨가 대표적이다. 엔씨는 2분기 이후 '트릭스터M'과 '블레이드앤소울2'을 연달아 출시할 예정이다. 출시를 앞두고 1분기부터 대대적으로 사전예약, 광고 등 마케팅 활동을 하고 있다. 이에 지난해 1분기 396억원 수준이던 마케팅비가 올해 약 550억원까지 늘었다. 창사 이래 최대 마케팅 비용이다. 여기에 '리니지M'과 '리니지2M'의 매출이 감소하는 가운데 신작 출시도 지연되면서 매출 자체도 많이 줄었다. 이로 인해 실적 부진이 더욱 부각됐고 늘어난 인건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엔씨소프트의 1분기 영업비용 추이. 마케팅비의 경우 창사 이래 최대치를 기록하며 인건비와 함께 영업비용 증가세를 이끌었다.  [사진=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의 1분기 영업비용 추이. 마케팅비의 경우 창사 이래 최대치를 기록하며 인건비와 함께 영업비용 증가세를 이끌었다. [사진=엔씨소프트]

컴투스 역시 지난달 출시된 '서머너즈 워: 백년전쟁'에 대한 글로벌 마케팅과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 7주년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진행하면서 마케팅비가 전년 대비 약 100억원 늘었다. 마케팅비 증가 폭이 인건비보다 더 컸다. 인건비 증가 요인 역시 연봉 인상으로 인한 부분도 있지만, 신규 게임 출시 준비 등으로 컴투스의 인력이 지난해보다 눈에 띄게 늘어난 부분도 함께 작용했다.

펄어비스의 1분기 영업비용 증가 역시 인건비뿐만 아니라 마케팅비가 함께 오른 결과다. 1분기 마케팅비는 151억5천만원 수준으로 이는 전년 대비 60%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4분기부터 광고선전비가 급격히 늘어났는데 이는 올 초부터 '검은사막'의 북미·유럽 서비스를 직접 개시하면서 이를 준비하기 위한 비용이 마케팅비로 추산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계속된 신작 부재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분기 매출 자체가 전년 대비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이기도 하다.

인건비 증가를 꼭 연봉 인상 탓으로만 볼 수 없기도 하다. 엔씨를 비롯해 넷마블, 펄어비스, 컴투스, 네오위즈 등은 지난해 1분기 대비 올해 1분기 직원 수가 적게는 수십명, 많게는 수백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사들이 신작 개발과 비대면 수요로 인한 호황 등으로 지난해 적극적인 채용을 펼친 결과다. 꼭 연봉 인상이 아니더라도 인건비는 어느 정도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연봉 인상은 곧 투자"…고정비 늘어나며 신작 성과 더 중요해져

업계에서는 연봉 인상이 인건비에 영향을 미친 것은 맞지만, 우수 인력 유치와 내부 사기 진작을 위해 주도적으로 결정한 사안인 만큼 일시적인 영업비용 증가만으로 연봉 인상이 부정적이었다고 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만큼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이를 개발하는 노력을 정당하게 평가하는 차원에서 연봉이 올랐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실적 하락의 주된 원인으로 꼽는 것이 의문스러운 점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IT업계의 경우 특히 연봉을 올려 이직하는 것이 보편화된 만큼 우수 인재들을 붙잡으려면 연봉 인상 등 처우 개선은 불가피하다고 본다"며 "당장은 인건비 부담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직원들도 좋고 회사에게도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주요 게임사들의 사옥이 몰려 있는 판교 지역의 한 모습. [사진=아이뉴스DB]
주요 게임사들의 사옥이 몰려 있는 판교 지역의 한 모습. [사진=아이뉴스DB]

다만 게임사 입장에서는 연봉 인상분이 향후 매 분기 추가 고정 비용으로 나가게 된 만큼 앞으로 출시할 게임들의 성공이 중요해졌다는 평가다. 앞으로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까지 매 분기 인건비가 늘어날 전망이다. 연봉 인상을 통해 기존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우수 인재들을 대거 끌어들이고 있는 만큼 이 같은 투자가 실제 결과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엔씨는 올해 '트릭스터M'과 '블레이드앤소울2'를 내놓아 '리니지' 시리즈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매출 구조를 다각화하는 것이 과제다. 넥슨과 넷마블, 펄어비스 등 다른 게임사들 역시 '던전앤파이터M', '제2의나라', '붉은사막' 등 출시 전부터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신작들을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켜 전반적인 매출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사실 인건비 증가분을 게임 성적으로 메운 사례는 이미 1분기에 나왔다. 넥슨은 인건비 부담이 늘어났음에도 1분기 영업이익이 오히려 증가했다. 영업이익률 역시 지난해 1분기 50%, 올해 1분기 49%로 큰 변화는 없었다. 기존 게임들이 지속적으로 실적을 내면서 인건비 증가로 인한 영업비용 증가분을 상쇄한 것. 넥슨 측은 "인건비 증가가 영업이익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윤선훈 기자(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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