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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반도체 전략] 고강도 지원 카드 꺼낸 韓…글로벌 경쟁서 우위 점할까(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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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투자 510조, 종합 반도체 강국 '마중물' 될 듯…'K-반도체 벨트'로 돌파구 마련

 [그래픽=조은수 기자]
[그래픽=조은수 기자]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심화되며 미국과 유럽, 중국 등에서 잇따라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정부도 드디어 'K-반도체 전략'이란 칼을 빼들었다.

정부가 '민간 투자 510조원·연구개발(R&D) 세액 공제 50%' 등을 골자로 하는 반도체 산업 지원책을 내놓은 것에 대해 업계는 민간 투자 중심이란 것에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진 상황에서 민관이 '동반자'로서 공동 대응하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진행된 'K-반도체 전략 보고대회'에 참석해 "한반도 중심에 세계 최고 반도체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글로벌 공급망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며 "반도체 산업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다양한 주체들 간의 연대와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단지 3라인 건설현장에 마련된 야외무대에서 열린 'K-반도체 전략 보고‘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끝낸 후 자리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단지 3라인 건설현장에 마련된 야외무대에서 열린 'K-반도체 전략 보고‘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끝낸 후 자리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민간 투자의 적기 이행을 위해 정부가 ▲K-반도체 벨트 조성 ▲세제·금융·규제 개선 등 강력한 인센티브 제공 ▲반도체 인력 양성 등에 나설 것이란 계획도 드러냈다.

특히 정부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네패스, 리벨리온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올해부터 대대적 투자를 진행할 수 있도록 세액공제 확대 등을 통해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각 기업들은 올해 40조원을 시작으로 2021~2025년 238조2천억원, 2026~2030년 274조1천억원 등 총 510조원 이상을 투입해 인프라 확충에 나설 예정이다.

◆'종합선물세트' 내놓은 정부…"R&D 지원금 늘려야"

이날 정부가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내놓은 지원책은 세제·인력양성·자금지원·인프라 구축 등 민·관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정책을 총망라한 '종합선물세트'로 평가된다.

핵심은 올 하반기부터 적용 예정인 R&D와 시설투자 관련 세액공제 확대로, 세제 항목에 '핵심전략기술' 항목을 추가해 ▲대기업과 중견기업 R&D 비용은 30~40% ▲중소기업은 40~50%를 세액공제해 주기로 했다는 점에서 업계의 환영을 받고 있다. 또 시설투자 세액공제율도 기존 최대 6%(기본 3%+투자증가분에 따른 추가공제 3%)에서 10%(기본 6%+투자증가분에 따른 추가공제 4%)로 상향키로 해 업계의 실익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지난해 투자한 금액을 기준으로 내년에도 비슷한 규모로 투자할 것이라고 보면 2020년 대비 1조원가량의 세금을 추가로 환급 받을 수 있게 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역대 최고 수준인 32조8천915억원을 투자한 상태로, 이 중 25조원가량이 세법상 핵심전략기술로 분류될 경우 이같은 계산이 나온다.

 [그래픽=조은수 기자]
[그래픽=조은수 기자]

또 정부는 메모리반도체·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시스템반도체·소부장(소재·부품·장비) 등 반도체 전 산업을 아우르는 'K반도체 벨트 조성'과 함께 ▲1조원 규모 '반도체 등 설비투자 특별자금' 신설 ▲인공지능(AI) 반도체 개발 등에 1조5천억원 투자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개발에 10년간 1조원 투자 등의 계획을 내놨다.

더불어 정부는 반도체 학과 관련 정원을 150명 늘려 총 1천500명을 배출하고 학사인력(1만4천400명), 전문인력(7천 명), 실무인력(1만3천400명) 등 총 3만6천여 명의 반도체 인력을 향후 10년간 배출한다는 방침이다. 또 국회와 논의해 반도체 특별법 제정 등으로 추가적인 규제 완화 및 인력 양성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계와 학계 등의 목소리를 담아 추진 전략을 4개 카테고리로 나눠 각각의 항목에서 의미있는 지원책을 내놓은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면서도 "정부 지원 R&D 자금이 1년에 10조원가량을 쏟아 붓는 일부 기업 대비 상당히 낮다는 점은 매우 아쉽다"고 지적했다.

◆美·中 대규모 지원책 잇따라…압박 느낀 韓 '반격'

이처럼 정부가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대적인 지원책 마련에 나선 것은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전 세계 반도체 패권 경쟁이 밑바탕이 됐다. 미국, 중국 등 일부 국가들이 자국 내 반도체 기술·제조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공급망 구축에 열을 올리면서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어서다.

특히 미국은 최근 반도체 기업들에게 투자 압박을 강화하며 자국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반도체 공급망 조사 행정명령을 내리고 국방수권법을 개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법은 자국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보조금, 연구·개발(R&D) 지원을 담은 것으로 올해 1월 발효됐다. 이에 따라 반도체 생산 시설 구축 시 건당 최대 30억 달러(약 3조3천800억원)를 지원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여기에 미국은 지난 3월 말에 반도체 제조시설에 500억 달러(약 56조5천억원)도 투입키로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P/뉴시스]

또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을 필두로 자국에 투자하라는 압박 강도를 갈수록 높이고 있다. 지난달 12일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CEO 서밋'에서 참석자들에게 반도체 투자를 거듭 당부한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20일 또 다시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을 불러들여 반도체 공급 부족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참석 대상은 삼성전자, TSMC, 구글, 아마존, 제네럴 모터스, 포드 등 1차 회의 당시 참석한 기업들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미국 반도체 제조업체와 대기업들이 '미국반도체연합(SAC)'까지 출범시켜 주도권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바이든 대통령의 압박을 받은 인텔, TSMC 등 경쟁사들이 투자 확대 계획을 속속 내놨지만 삼성전자는 오너 부재 여파로 의사 결정이 늦어지면서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못했던 상황"이라며 "경쟁사들의 움직임과 연일 압박 수위를 높이는 바이든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 때문에 삼성전자가 조만간 미국 투자 규모를 발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역시 '제조 2025'를 통해 반도체 내재화를 위해 나선 한편, 미국의 대중 제재 이후 반도체 자립을 위해 더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위해 2015년부터 오는 2025년까지 반도체 분야에 1조 위안(약 175조원) 투자하고, 반도체 기업의 공정 난이도에 따라 세제혜택 차등 지원에도 나섰다.

유럽연합(EU) 글로벌 반도체 점유율 20% 달성을 위해 대규모 지원책 마련에 나섰다. 특히 10나노 이하 초미세공정 기반 반도체 생산 거점을 마련하기 위해 반도체 기업 투자금액의 20~40%가량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팻 겔싱어 인텔 CEO [사진=아이뉴스24 DB]
팻 겔싱어 인텔 CEO [사진=아이뉴스24 DB]

각국 정부의 글로벌 반도체 공급 확대 요청에 화답해 주요 반도체 기업들도 대규모 투자 계획을 속속 내놓고 있다. 대만 TSMC는 최근 2021~2023년까지 3년간 1천억 달러(약 112조원) 투자를 발표했다. 특히 미국 내 6개 팹(Fab) 신설에 360억 달러, 중국 난징에 28억 달러(약 3조2천478억원)를 투입할 예정이다.

인텔은 파운드리 분야 진출을 위해 200억 달러(약 22조4천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또 이스라엘에 100억 달러(약 11조원)를 들여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자율주행·반도체 연구개발에도 6억 달러(약 6천7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여기에 미국 뉴멕시코주 공장에 35억 달러(약 4조원)를 투입해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기술 지원에도 나선다.

미국 엔비디아와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을 비롯해 AMD-자일링스, SK하이닉스-인텔 등 반도체 산업 내 주요 기업 간 인수·합병(M&A)도 활발하다.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M&A 추진 금액은 약 1천50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20년간 D램·낸드에서 선전하며 글로벌 메모리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비메모리 반도체(시스템 반도체) 산업의 후발주자로서 아직은 경쟁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반도체 경쟁이 기업 중심에서 국가간 경쟁으로 심화됐다는 측면에서 기업에만 맡겨뒀던 정부도 이번엔 업계의 요구를 외면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투자 계획 내놓은 삼성·SK…반도체 생태계 강화 기대

이날 정부의 고강도 지원책이 발표되자 각 기업들은 환영의 뜻을 밝히며 화답하듯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놨다.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달성을 위해 발표 당시 수립한 133조원의 투자 계획에 38조원을 추가해 오는 2030년까지 총 171조원을 투자키로 했다. 이를 통해 첨단 파운드리 공정 연구개발과 생산라인 건설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파운드리 투자 확대 의지를 밝힌 SK하이닉스도 이날 행사장에서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현재 대비 2배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국내 설비증설, M&A 등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도 드러냈다.

SK하이닉스는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사업 비중이 전체 매출에서 2% 수준에 불과한 전형적인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비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 심각해진 만큼 공급 안정화에 기여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현재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중국에서 파운드리 사업을 운영 중이고, 청주 사업장에 파운드리 설비 공간이 남아 있는 정도"라며 "앞으로 8인치 파운드리 사업에 투자해 국내 팹리스들의 개발·양산은 물론,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사진=삼성전자]

글로벌 반도체 노광장비기업인 ASML도 화성에 2천400억원을 들여 첨단 EUV 클러스터를 조성키로 했다. 또 오는 2025년까지 300명을 채용하는 한편, 노광기 관련 트레이닝 센터와 재제조센터도 구축할 계획이다.

반도체 식각 분야 첨단기업인 램리서치(Lam Research)도 지난 2019년 경기 용인에 R&D 센터 투자를 결정, 오는 2023년 상반기에 용인지곡일반산업단지 입주할 예정이다. 이곳에 원자레벨 식각기술 연구개발(R&D) 센터를 마련할 뿐 아니라 기존 시설의 생산 능력을 오는 2025년까지 두 배로 늘리기로 했다.

정부는 앞으로도 국내에서 단기 기술추격이 어려운 EUV 노광 및 첨단 식각, 소재 분야에서 외국인투자기업 유치를 확대해 국내 반도체 공급망의 한계를 보완할 계획이다. 또 글로벌 기업의 국내투자가 이어짐으로써 한국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의 허브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집적도가 높은 클러스터는 '첨단투자지구'로 지정을 검토해 토지이용특례, 부담금 감면, 규제자유특구 등을 지원할 계획"이라며 "국내 생태계 협업, 초근접 지원을 통한 리드타임 단축, 전문인력 양성 등을 통해 한국을 글로벌 반도체 제조의 핵심 축으로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발표한 'K-반도체 전략'은 국내 반도체 업계가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양한 분야에 대한 대책을 포괄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에서 세제혜택 등의 지원책을 내놓은 것은 해외로 집중된 기업들의 투자를 국내로 되돌리기 위한 것으로, 방향성은 맞다"며 "이에 맞춰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은 것은 종합 반도체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하기에 충분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이번 지원책에 따른 각 기업들의 투자 압박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이번 지원책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기업 부담을 덜어내기 위한 '반도체 특별법' 제정에도 속도를 냄으로써 반도체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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