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한수연 기자] '뜨거운 감자' 공매도가 내달 코스피200·코스닥150 종목부터 재개된다. 코로나19발(發) 증시 폭락에 지난해 3월16일 공매도가 금지된 지 1년2개월여 만이다. 최근 공매도 금지 조치는 한국 증시 역사상 3번째로, 기간으로는 역대 최장이었다.
29일 금융위원회는 오는 5월3일 공매도를 재개한다고 공식화했다. 이는 다만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주가지수를 구성하는 350종목에 한한 부분 재개다. 코스피200은 국내 증시 전체 종목 917개의 22%, 전체 시가총액 2천60조원의 88%에 해당한다. 코스닥150은 전체 종목 1천470개의 10%, 전체 시총 392조원의 50%에 이른다.
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 코넥스시장의 나머지 상장종목에 대해서는 공매도 금지가 유지된다. 금융당국은 재개 및 금지 효과와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추후 재개 방법이나 시기 등을 별도로 결정할 방침이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증권사 등 기관으로부터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실제 주가가 내려가면 싼 가격에 다시 사들여 갚는 방식으로 차익을 얻는 투자법이다.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선 공매도가 기관과 외국인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식의 제도란 주장이 계속돼 왔다.
◆ 부분 재개로 연착륙 유도…시총 크고 유동성 풍부한 종목부터 공매도 기회
이번 공매도 재개 타깃인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지수는 시가총액이 크고, 유동성이 풍부한 국내 증시 대표 종목들로 구성돼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앞서 지난 2월 공매도 재개 방침을 밝히면서 "코스피200·코스닥150 종목이 국내·외 투자자에게 익숙하고, 파생상품시장과 주식시장 간 연계거래 등 활용도가 높은 데다 유동성이 풍부해 공매도가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점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이들 지수는 한국거래소가 반기(6월·12월)마다 종목을 재선정하고, 변경일 전 약 2주 전에 선정 결과를 공지한다. 가장 확실한 건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 홈페이지에서 투자가능 종목을 직접 조회하는 것이다. 당장 6월10일 변경이 예정돼 편입 종목을 자세히 확인해야 한다.
변제호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산업군별로 누적시가총액 및 일평균거래대금이 일정수준 이상인 종목을 선정했다"며 "다만 향후 지수 구성종목이 변경될 경우 이에 따라 공매도 허용종목도 변경됨을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1%던 개인대주시장…서비스 증권사 늘리되 투자자 보호 장치도
눈에 띄는 부분은 개인대주제도의 시행이다. 앞으로 국내 증시에서 개인 투자자는 주식을 차입해 공매도 거래를 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대주시장 내 개인 비중이 1%에도 못 미쳤다.
금융당국은 개인의 공매도 문턱을 낮추고자 주식을 빌려주는 증권사와 대여 규모를 키웠다. 당장 다음 주부터 대형 증권사 17곳이 개인에게도 공매도 주식을 대여하고, 중소형 증권사 11곳도 연내 이 서비스를 시작한다. NH투자증권 키움증권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SK증권 유안타증권 등 기존 6곳에 더해 한국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KB증권 삼성증권 교보증권 미래에셋증권 케이프증권 BNK투자증권 상상인증권 한양증권 부국증권이 개인대주를 지원한다.
다만 처음 공매도를 하려는 개인은 금융투자협회 온라인 사전 교육을 이수하고, 한국거래소의 '개인 공매도 모의거래 인증시스템'에서 모의 거래를 선행해야 한다. 공매도 투자의 위험성을 알림과 동시에 공매도 투자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장치다.
투자 경험에 따라서도 투자한도가 차등화된다. 1단계인 신규투자자는 3천만원, 2단계인 거래 횟수가 5회 이상이면서 누적 차입규모가 5천만원 이상이면 7천만원까지 공매도 거래를 할 수 있다. 또한 2단계 투자자의 거래기간이 2년을 지나거나 전문투자자인 경우 한도 제한 없이 거래가 가능하다.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 규정은 더 엄격해진다. 지난 2018년 골드만삭스는 국내에서 무차입 공매도를 했다가 적발됐지만, 솜방망이 처벌로 비난의 대상이 된 바 있다. 주문금액만 400억원대였는데 과태료는 75억원에 그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국내 증시에서 불법 공매도를 하다 적발되면 주문금액만큼 과징금을 물거나 1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한수연 기자(papyr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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