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허재영 기자] 올해 하반기 '4세대 실손의료보험' 출시를 앞둔 가운데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하는 보험사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구실손보험'과 '표준화실손보험'에 이어 '신실손보험'도 손해율이 악화되자 보험사들은 실손보험 시장에서 발을 빼버리는 모습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생명은 지난해 11월부터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했다. 앞서 신한생명은 지난해 3월부터 설계사 채널을 통한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하고 온라인 채널에서만 가입자를 받아왔다.
이로서 현재 신한생명은 실손보험 신계약 판매를 중단하고 기존 구실손보험과 표준화실손보험 계약을 신실손보험으로 전환할 경우에만 판매를 하고 있다.
앞서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외에 미래에셋생명, 라이나생명, AIA생명, 푸본현대생명, KDB생명, DGB생명, KB생명, DB생명도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신한생명까지 실손보험 시장에서 발을 빼면서 현재 17개 생명보험사 중 7개사만 실손보험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손해보험사의 사정은 비교적 나은 편이다. 손보사 중에서는 악사손해보험과 에이스손해보험, AIG손해보험 등 중소형 3개사가 판매를 중단했고, 나머지10개사에서는 아직 실손보험을 판매 중이다.
◆ 비급여 이용량 증가로 신실손보험 손해율 100% 넘겨…4세대 실손보험 판매에도 회의적
보험사들이 하나 둘 판매를 중단하고 있는 것은 신실손보험의 손해율 악화 때문이다.
신실손보험은 지난 2017년 4월부터 팔린 상품으로 보험료가 다른 상품에 비해 최대 35% 저렴해 '착한 실손'으로도 불린다. 보험료가 저렴한 대신에 자기부담금이 20% 가량으로 기존 상품보다 높고, 과잉진료가 많은 도수치료, 비급여 MRI, 비급여주사 등을 특약으로 분리했다.
보험사들의 신실손보험 손해율은 지난 2019년부터 100%를 넘겼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받은 보험료 대비 고객에게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로, 손해율이 100%를 넘겼다는 것은 팔면 팔수록 보험사가 더 손해를 본다는 의미다.
비급여 이용량 증가와 무분별한 의료쇼핑 등이 손해율 악화의 주범으로 꼽힌다.
구실손보험과 표준화실손보험에 이어 신실손보험마저 적자 상태에 빠졌지만 보험료 인상은 없었다. 올해 보험사들은 구실손보험과 표준화실손보험의 보험료는 대폭 인상한 반면 신실손보험은 동결했다.
적자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없게 되자 보험사들은 아예 실손보험 판매 자체를 중단해버리고 있는 것이다.
◆ 판매 보험사들도 가입 문턱 높여
아직 실손보험을 팔고 있는 보험사들도 가입 문턱을 높이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고령자의 가입 기준을 강화하거나 가입 연령 한도를 대폭 낮추고, 병력이 없는 젊은 층도 사전진단 후에 가입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올해 하반기 비급여를 특약으로 분리하고 의료 이용량에 따른 할인·할증제가 도입된 4세대 실손보험이 출시되지만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한 보험사들은 4세대 실손 역시 판매 계획이 없거나 판매에 회의적인 시선을 드러내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신실손은 출시 이후 한번도 보험료가 인상된 적 없이, 오히려 인하되거나 동결되면서 손해율이 상승곡선을 그려왔다"며 "아직 대형사들은 판매를 중단하지 않았지만 실손보험 시장에서 철수하는 보험사들이 더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허재영 기자(hurop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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