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동학개미' 운동 등 개인 투자자의 주식 투자 열풍으로 가계의 금융자산 중 주식 비중이 38%까지 늘어났다. 덩달아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도 늘면서 주가가 30% 하락할 경우 반대매매될 가능성이 있는 신용공여 규모가 약 1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25일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인 금융안정회의를 열고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2021년 3월)' 보고서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지난해 대출 등으로 인해 가계의 자금조달 규모가 예년에 비해 증가한 가운데, 가계는 이를 활용해 주식 등 금융자산 투자를 크게 확대한 것으로 분석됐다.
2020년 금융자산 투자액 중 주식 비중은 9.8%에서 38.2%로 2016~2019년 3년 간 평균에 비해 28.4%p나 증가했다. 반면 예금 비중은 예년에 비해 11.3%p 줄었고, 펀드·보험·연금은 17.1%p 감소했다.
최근 가계의 금융자산 흐름을 보면 예금에서 주식으로의 갈아타기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주식시장 호조에 따라 가계의 투자자금이 예금에서 주식으로 이동하면서, 개인 주식순매수 금액은 늘고 정기 예적금은 줄어드는 현상이 지난해 3월 이후 더욱 강화됐다.
저축성예금은 지난해 6월 전년 동기 대비 0.6% 줄었고, 12월에는 5.6% 감소했다. 반면 개인의 국내 주식 순매수는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57조1천억원이 증가했다.
한은은 "예금 금리가 하락하면서 개인의 수익추구 성향이 한층 강화된 데다, 과거 위기 직후 비교적 단기간 내에 주가가 큰 폭 상승한 경험에 기초한 학습효과 등이 더해졌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다만 과거 금융위기 이후인 2007~2008년에는 펀드 등 간접투자 상품으로 자금이 몰렸지만, 이번에는 개인이 직접 주식에 투자하는 성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게 특징이다.
지난해 3~12월 중 주식형펀드로의 자금유입은 오히려 15.2% 줄었고, 채권형펀드(-11.0%), 파생결합증권(–16.2%), 변액보험·퇴직연금(-26.2%, 생보기준) 등 다른 간접투자 상품에서도 자금 유입이 감소했다.
반면 개인투자자의 주식거래 계좌수와 직접 주식투자와 연계된 증권사 고객예탁금 등은 크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는 18.6% 늘었고, 주식 대기자금이라고 할 수 있는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고객예탁금은 63.4% 증가했다.
한은은 "간접투자상품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모바일 거래 활성화에 따른 편의성 증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한 정보 접근성 확대 등으로 직접투자 여건이 개선된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와 더불어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규모도 늘어나며 잠재적인 리스크도 우려되고 있다.
신용융자잔액은 2020년 3~12월중 8조8천억원(85.3%) 증가했으며, 시가총액 대비 신용융자잔액비율은 사상 최고 수준이다.
개인 순매수 규모 대비 신용융자 증가액 비중은 2020년 상반기 7.6%였으나 하반기에는 26.3%로 늘어났다.
또한 2020년 말 기준으로 주가가 30% 하락할 경우 반대매매 가능성이 있는 담보비율 140~200% 사이의 대출규모는 10개 증권사 합산 총 11조9천억원으로 전체 신용공여액의 44%를 차지했다.
반대매매란 주가 하락 등으로 담보가치가 정해진 비율 이하로 떨어지면 증권사가 강제로 주식을 매도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한은은 이와 더불어 "은행의 경우에는 단기예금 중심으로 수신이 확대되고 있어 수신 구조 단기화에 따른 자산·부채 만기 불일치 문제가 부각될 수 있다"며 " 향후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예대율 등 유동성 규제가 정상화되면 예금유치 경쟁에 따라 조달비용이 상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다운 기자(kd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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