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한수연 기자] 증권사 퇴직연금이 '쥐꼬리 수익률'이란 오명을 씻고, 작년 말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렸다. 코로나19 이후 시중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에 주식시장이 호황을 보인 덕분이다.
특히 작년 초 코로나19발(發) 폭락장을 겪은 주식시장이 이후 기사회생하면서 증권사 퇴직연금 수익률도 껑충 뛰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개인형 퇴직연금(IRP)를 운용·판매하는 증권사 13곳의 지난해 4분기 말 평균 수익률은 6.17%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말 3.59% 대비 2.58%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증권사 퇴직연금이 그간 1~2%대 수익률에 그치며, 수수료율을 제외하면 사실상 물가상승률보다도 못한 결과를 내온 것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성과다.
비결은 원리금 비보장 IRP였다. 증권사 대부분은 개인형 IRP 전체 적립금의 절반 이상을 원리금보장 상품으로 운용 중이지만, 비보장 상품의 수익률이 워낙 월등하다보니 IRP 평균 수익률 자체가 뛴 것이다.
해당 계좌로 예금상품 등을 매수하는 원리금 보장 IRP은 예년과 비슷한 수익률에 그쳤지만, 주식에 투자하는 원리금 비보장 IRP에선 상당수 증권사가 10%대 수익률을 냈다.
실제 적립금의 77% 이상을 비보장으로 운용한 신영증권은 보장 및 비보장 평균 수익률이 10.4%에 달해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높았다. 신영증권은 1년 전에도 적립금의 80% 이상을 비보장으로 운용했는데 당시 평균 수익률은 5.11%였다. 증시 호황 덕분에 1년 새 수익률이 두 배가 된 것이다.
유안타증권도 IRP 평균 수익률이 7.13%를 기록해 같은 기간 수익률이 두 배 넘게 상승했다. 비보장 상품이 전체 IRP 적립금의 56%로 신영증권보다는 그 비중이 작았지만, 비보장 수익률이 13%에 달해 평균 수익률을 끌어올렸다.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도 IRP에서 7%가 넘는 높은 수익률을 나타냈다. 보장과 비보장 적립금 비중이 비슷한 이 두 증권사 역시 비보장 상품에서 13~14%의 수익률을 내 평균 수익률이 높아졌다.
이외에도 하나금융투자(6.59%) 한화투자증권(6.45%) 대신증권(6.23%) 삼성증권(6.14%) 등이 개인형 IRP에서 6%대 수익률을 내 증권사 전체 평균치를 웃돌았다. 모두 주식에 투자하는 비보장 IRP 적립금이 더 많았다.
신한금융투자(5.63%) KB증권(5.36%) NH투자증권(5.34%)은 같은 기간 증권사 IRP 평균 수익률에 못 미치는 결과를 냈다. 비보장보다 보장 IRP에 더 많은 적립금을 쌓은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이다.
DGB금융지주 계열 증권사인 하이투자증권은 보장 적립금이 비보장의 2.6배 이상으로 IRP 평균 수익률이 3.34%에 그쳤다. 현대차증권도 보장 IRP 적립금이 비보장보다 3.4배나 많았던 탓에 2.84%란 가장 저조한 수익률을 나타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비보장 IRP를 운용하는 증권사로 계좌를 옮기는 이들 또한 늘어나는 추세다.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1~2월 은행·보험사에서 이들 증권사로 이전된 IRP와 개인연금 계좌는 총 1만7천835개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5천636건의 3배가 넘는 규모다.
다만 원리금 '비보장' 상품인 점을 감안하면 어디까지나 시장 변동성을 고려한 투자가 중요하단 조언도 나온다.
심수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국내 및 글로벌 증시 급등에 주식에 투자하는 원리금 비보장 상품 운용비중이 전체 수익률에 영향을 크게 미쳤다"며 "다만 비보장 상품의 경우 보장에 비해 평균 수익률은 높지만, 그간 연도별로는 낮은 수익률을 나타낸 경우도 여러 차례 있는 등 변동성이 매우 크게 나타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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