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삼성전자 주주총회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취업 제한 관련 논쟁의 장이 됐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의 역할과 회사의 상황, 법 규정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17일 경기 수원 수원컨벤션에서 제52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었다. 이날 주총에는 ▲재무제표 승인 ▲사내·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이 상정됐다.
의안 상정 중 주주들의 질의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취업 제한 이슈가 떠올랐다. 이날 주총이 열린 수원컨벤션센터 앞에서는 경제개혁연대·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관계자들이 이 부회장 취업제한에 대한 이사회의 명확한 입장 및 대응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참여연대 측 주주는 "이 부회장은 상근에서 비상근으로 변경됐을 뿐 여전히 미등기임원직을 유지하고 있다"며 "취업 제한 법을 위반한 만큼 삼성전자 이사회에서 해임을 의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준법위가 이 부회장의 취업 제한을 검토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준법위는 외부 감시 기구에 불과해 이를 논의할 수 있는 기구가 아니다"며 "법을 월권해서 결정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제개혁연대 측 주주는 "대표이사가 임원 위촉과 관련해 배임·횡령 등에 제재를 한다는 내용에 서명한 상태로, 이 부회장이 부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대표이사들이 임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라며 "이사회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해임을 논의했느냐, 하지 않았다면 언제 논의할 것인지 답변 부탁한다"고 밝혔다.
반면 이 부회장의 취업 제한이 부당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주주는 "이 부회장이 감옥살이를 왜 해야 하느냐. 취업 제한까지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이 부회장은 자리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발언이 끝나자 주총장 곳곳에서는 박수 소리가 나기도 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의 발전을 위해서는 여러 임원들이 자리를 그대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지금까지 삼성을 잘 이끌어왔는데, 물러날 경우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주주는 "잘못을 저지른 정치인들도 활동하고 있는데, 개인 회사에서 이와 관련해 논의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며 "전혀 개의치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은 "회사는 글로벌 네트워크나 미래 사업 결정 등 이 부회장의 역할을 고려하고 회사의 상황과 법 규정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준법위 역할에 대해서는 "사외 독립된 조직으로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관계사들의 준법 감시 및 통제 기능을 강화해 회사 의사 결정이 적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제고하는 역할을 한다"며 "설립된 이래 준법 경영을 위한 의견을 줄곧 제시하고 있으며, 준법 문화 정착을 위한 활동을 지속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달 이 부회장 측에 취업제한 대상자임을 통보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데 따른 것이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에 따르면 5억원 이상 횡령·배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 해당 범죄와 관련된 기업에 취업할 수 없다. 취업제한 기간은 징역형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이 멈추기로 확정된 날로부터 5년이다. 다만 이 부회장 측이 취업 승인을 신청하면 법무부가 심의를 통해 취업 가능 여부를 따질 수 있다.
일각에선 이 부회장은 이미 재작년 등기임원에서 물러나 무보수 경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취업이라고 볼 수 없어 취업 제한 규정과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서민지 기자(jisse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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