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압력을 가하면 전기가 발생하는 압전효과를 이용한 압전센서가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더욱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다.
사람마다 다른 촉각 감성을 예민하게 구분하거나, 멀리서도 누구의 목소리인지 정확하게 분간해 내는 청각 지능의 향상에도 압전센서와 인공지능 기술이 한 몫하고 있다.
압전소자는 자체적으로 전력이 필요하지 않고 압력을 감지하면 전기를 발생시키는 소자로 다양한 전기전자제품에서 활용돼 왔다. 최근 압전센서와 인공지능 기술을 결합해 인공감각 능력을 한층 끌어올린 연구결과가 연이어 발표돼 함께 소개한다.
◆DGIST, 사람마다 다른 인지적 촉감 느끼는 촉감 아바타 기술 개발
시각이나 청각의 모사는 완성 단계에 이르렀지만 촉각의 완벽한 구현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 더 정확하고 예민한 촉각 센서(입력)나 액츄에이터(출력)의 개발이 우선돼야 하겠지만,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 '인지적 촉각'에 대한 이해와, 이를 구분해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도 필요하다.
DGIST 장재은, 최지웅, 문제일 교수 연구팀은 "다기능 촉각센서와 머신러닝 방식으로 사람마다 다른 인지적 촉각을 구현하는 아바타 기술을 개발"했다고 17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접촉한 물체의 표면정보를 읽어낼 수 있는 다기능 촉각센서를 구현하고, 이를 기계학습 기반 신호처리와 융합해, 사용자 개인의 독특한 촉감 감성을 모사하여 해석할 수 있는 아바타 기술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촉각 센서를 개발해 촉각을 물리적으로 모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뇌가 촉각 자극에 대한 전기화학적 신호를 감성적 인지로 변환하는 인지 구조까지 모사하고자 시도한 것으로 주목된다.
장재은 교수는 "언어문화권에 따라 촉감에 대한 표현도 다 다르지만 개개인별로도 촉감을 표현하는 정도에 차이가 있다. 이번에 개발한 촉감 아바타는 같은 부드러움이라도 내가 느끼는 부드러움을 학습한 아바타가 나를 대신해 느낄 수 있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용자의 고유한 촉각감성을 학습한 아바타는 학습되지 않은 촉각자극에도 사용자의 인지적 촉감을 예측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먼저 다기능 촉각 센서 시스템을 개발했다. PVDF 압전재료를 사용한 압전센서를 개발하고, 손마디 크기에 수 십 개의 센서를 배열해 물체의 거칠기, 온도와 단단함, 형태 등을 하나의 센서 구조에서 모두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어 촉각센서에서 얻은 신호에서 '인지적 촉감'을 생성하기 위한 촉감 아바타 개발을 진행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40여종의 옷감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촉각센서가 옷감을 누르고 문질러서 옷감 표면의 물리적 특성을 파악하고, 각 아바타에 대응되는 마스터(사람)에게는 옷감 40여종에 대한 부드러움 순위를 매기도록 해 개인별 촉감 히스토그램을 생성했다.
여기에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됐다. 센서에서 얻은 촉각신호가 개인별 촉감 히스토그램과 매핑될 수 있도록 학습시켰다. 센서 데이터와 마스터 데이터를 기계학습한 인공지능이 개인별로 다른 인공감성을 구현했다.
이렇게 개발한 촉각 아바타는, 학습된 물체에 대해서는 아바타와 마스터의 감성 일치율이 98% 이상, 학습되지 않은 새로운 물질에 대해서는 최대 91%의 감성 일치율을 나타냈다. 마스터가 접해보지 않은 물질도 아바타가 90% 이상의 확률로 어떤 촉감을 느낄 것인지 예측해 냈다는 것이다.
이 연구의 내용은 국제학술지‘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온라인판에 2월 8일 게재됐다. (논문명 : Tactile avatar : Tactile sensing system mimicking human tactile cognition. 저자 :장재은, 최지웅, 김경수, 심민경)
◆KAIST, 인간 귀 모사해 멀리서도 화자 구분하는 음성 센서 개발
음성 센서(마이크) 분야에서도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과 함께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KAIST 신소재공학과 이건재 교수와 왕희승 박사팀은 기존의 콘덴서 마이크와 비교할 때 7배 이상 먼 거리에서도 정확하게 화자(話者)를 식별할 수 있는 '공진형 유연 압전 음성 센서'를 개발했다고 15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초고감도의 인공지능 기반 화자 식별 및 음성 보안기술을 구현했으며, 이를 스마트폰과 인공지능 스피커에 탑재해 제품화하는 데도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개발한 '공진형 압전 음성 센서'는 사람의 귀가 달팽이관 내 기저막의 공진 현상으로 소리를 증폭해 먼 거리의 소리를 인식하는 원리를 모사한 것으로, 기존의 일반적인 음성입력장치(마이크)에서 발생하는 전기 신호보다 훨씬 민감하고 복잡하게 발생하는 신호를 인공지능 기술로 해석함으로써 화자식별 및 보안기술에 활용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이건재 교수는 2018년에 세계 최초로 공진형 유연 압전 음성 센서의 개념을 제시한 데 이어, 이를 상용화하기 위해 ㈜프로닉스를 창업하고 2020년 CES에서 시제품을 공개한 바 있다. 이 교수는 "이론적인 연구는 물론 상용화의 관건이었던 최적화, 소형화(1㎠ 이하)에도 성공함으로써 제품 출시를 위해 실리콘밸리의 유수 IT기업들과의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막 사이의 정전 용량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소리를 입력하는 일반적인 콘덴서 마이크에 비해 공진형 압전 음성 센서는 민감도가 높고 전원이 필요치 않으며 신호 대 잡음비가 우월해 원거리 음성 인식이 가능하다. 공진 주파수를 사람 목소리 대역으로 설계하면 음성에 의해 센서의 막이 진동할 때 공진 현상이 일어나 높은 신호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원리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매우 얇은 유연 압전 막을 사용해 인간의 귀를 모사했고, 여러 공진 채널을 구현해 소리를 초고감도로 식별할 수 있는 공진형 음성 센서를 제작했다.
이렇게 입력된 다채널 신호 데이터는 기계 학습 알고리즘을 거쳐 화자 식별 시스템에 적용됐다. 적은 데이터량으로도 테스트 데이터 환경에서 화자 식별률 90%를 달성했다. 이는 상용 마이크로폰에 비해 오차율을 절반 이하로 줄인 수치이다. 연구팀은 "같은 조건에서 정전용량형 상용 마이크로폰과 비교한 결과, 조건에 따라 오류율을 60%에서 95%까지 줄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건재 교수는 "이번에 제품화된 모바일 음성 센서는 높은 민감도를 보유하면서도 크기를 획기적으로 줄였기 때문에 미래 인공지능기술을 구동하는 핵심 센서로 적용할 수 있다"며 "현재 대량생산 상용화 공정도 완성 단계에 있어 실생활에 곧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2월 12일자에 게재됐다. (논문명 : Biomimetic and Flexible Piezoelectric Mobile Acoustic Sensors with Multi-Resonant Ultrathin Structures for Machine Learning Biometrics. 저자: 왕희승, 이건재)
최상국 기자 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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