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정상영 KCC 명예회장이 30일 별세한 가운데 세 아들의 경영승계를 위한 교통정리도 생전에 마무리했다는 평가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고 정 명예회장의 장남 정몽진 회장이 KCC 경영을 이어가고, 차남 정몽익 회장은 KCC글라스를 맡는다. 삼남 정몽열 회장은 KCC건설을 맡아 독립경영을 하고 있다.
정몽진 회장은 이미 20년째 KCC그룹을 이끌고 있다. 정상영 명예회장은 2000년 경영일선에서 물러났고 장남인 정몽진 회장이 취임했다. 차남 정몽익 회장은 KCC 내에서 유리·인테리어 관련 사업을 총괄하며 형을 도왔고, 삼남 정몽열 회장은 2005년부터 KCC건설을 독자경영했다. 삼형제가 각각 맡는 분야가 명확히 나눠져 있었던 만큼 KCC그룹의 계열분리는 크게 어려운 상황은 아니다.
지분정리도 진행됐다. 정 명예회장은 2004년 KCC 보유 주식 중 일부인 77만3천369주(7.35%)를 세 아들에게 분산 증여했다. 이후 정몽진 회장은 꾸준히 KCC 주식을 매수해 작년 3분기 말 기준 지분율을 18.55%로 끌어올렸다.
특히 지난해 1월 KCC에서 KCC글라스가 인적분할하면서 후계구도가 보다 명확해졌다. 정몽익 회장이 KCC에서 KCC글라스로 자리를 옮겼고, 10월에는 KCC글라스가 계열사인 코리아오토글라스를 합병했다. 이에 따라 KCC글라스에서도 최대주주였던 정몽진 회장의 지분율은 16.37%에서 8.56%로 낮아졌고, 코리아오토글라스 최대주주였던 정몽익 회장의 KCC글라스 지분율은 8.80%에서 19.49%로 높아졌다.
정몽진 회장은 KCC를 통해 실리콘, 도료, 소재에 집중하고 정몽익 회장은 KCC글라스에서 유리, 인테리어 사업을 맡는 구조가 어느 정도 완성된 셈이다. KCC건설은 정몽열 회장이 KCC(36.03%)에 이어 29.99%의 지분율을 보유한 개인최대주주로 독립경영 체제가 확고하다.
계열분리를 위한 마지막 과제는 남은 지분 정리다. 정몽진 회장과 정몽열 회장은 상호간에 보유한 KCC와 KCC글라스 지분을 교환하는 등의 작업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몽익 회장은 KCC가 보유한 KCC건설 지분을 확보하는 작업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정 명예회장이 생전 보유했던 지분의 상속도 남아 있다. 정 명예회장은 작년 3분기 말 기준으로 KCC 5.05%, KCC글라스 5.41%의 지분을 보유했다.
삼형제의 교통정리가 일찌감치 마무리된 것은 정 명예회장이 생전에 현대그룹의 '왕자의 난'을 겪으면서 이 같은 일이 또 벌어지지 않도록 후계 구도를 명확히 하려 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한편 정 명예회장은 생전 '왕회장'으로 불리었던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막냇동생이다. '영'자 항렬의 현대가 창업 1세대 중 마지막으로 별세함으로써, 범 현대가를 이끌던 창업 1세대 경영인 시대는 막을 내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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