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현대백화점그룹이 16번째 백화점 '더현대서울'을 다음달 여의도에 개점한다. 이에 영등포 인근 상권을 두고 치열한 맞대결을 펼치고 있는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은 점포 리모델링 등을 통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경쟁을 대비하는 모습이다.
지난 24일 영등포역을 찾았다. 이 곳에는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점, 경방 타임스퀘어 등이 '삼각편대'를 이루며 거대 쇼핑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은 매출 4천억 원의 '알짜'로 꼽히는 점포다.
복합쇼핑몰인 타임스퀘어를 제외한 두 개의 백화점 점포는 더현대서울 개점을 앞두고 빠르게 대비하는 행보를 보였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말 'MZ세대 놀이터' 콘셉트로 매장을 대대적으로 뜯어고쳤고, 신세계백화점은 앞서 식품관을 중심으로 영등포점을 리뉴얼해 '타임스퀘어점'으로 재탄생시켰다.
◆ 롯데·신세계 백화점, 복합쇼핑몰·대형마트 장점 담은 수성전략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은 기존 백화점과 다른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통상 백화점 1층은 뷰티, 명품 등의 매장이 배치된다. 하지만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입구에 들어서자 널찍하게 펼쳐진 '갤러리'가 고객을 맞았다.
갤러리를 지나 매장 내부에 들어서도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1층 가득 카페, 맛집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또 한정판 스니커즈 거래소 '아웃오브스탁' 등 롯데백화점이 새롭게 선보인 신규 매장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와 함께 매장 한켠에는 '테슬라' 매장이 배치돼 있어 이 곳이 백화점인지 복합쇼핑몰인지 모를 정도로 새로운 인상을 줬다.
고객 반응도 호의적이었다. 테슬라 매장에서 차를 구경하고 있던 30대 소비자 A씨(여)는 "처음에는 보통 백화점이라면 떠오르는 모습과 다른 모습이라 신기한 정도였지만, 적응이 되고 나니 백화점에 오는 게 놀러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며 "젊은 사람들 입장에서는 확실히 좋은 리뉴얼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리뉴얼을 단행한 신세계백화점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대로변에 위치한 식품전문관 입구로 들어서면 대규모 식품 매장들이 고객을 맞아 생경한 느낌을 줬다. 발걸음을 조금만 옮기면 도착할 수 있는 본관은 일반적 백화점과 비슷한 모습이었지만, 마찬가지로 명품 매장은 다른 층으로 옮겨진 모습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매장을 찾는 발걸음이 급격하게 줄면서 백화점들이 '변화'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며 "기존 매장 구성보다 체험 혹은 효율성을 극도로 끌어올린 형태의 매장들이 기획되고 있으며 영등포의 두 점포도 이 같은 콘셉트로 리뉴얼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성공적 리뉴얼 마친 '양대 산맥'에 현대백화점 '명품관' 앞세워 도전장
롯데백화점 영등포점과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점의 리뉴얼은 높은 성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매장 리뉴얼 직전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돼 가시적 성과는 아직 미지수지만, 앞서 리뉴얼을 단행한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점을 통해 보면 이 같은 전망이 더욱 힘을 얻는다.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은 지난 9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 늘었다. 매장 리뉴얼 100일만의 성과였다. 또 2030세대 소비자 매출은 50%가까이 올랐고, 이들 고객의 비중도 전년 대비 12.2%p 늘어났다. MZ세대를 정조준한 매장 리뉴얼이 성과로 이어졌다는 평이다. 또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이 MZ세대에 대한 집중도가 더욱 높은 것을 고려해 보면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현대백화점 역시 이들을 겨냥한 공간 콘셉트를 전면에 내세움과 함께 '프리미엄'을 앞세워 승부수를 던졌다. 더현대서울은 전체 면적의 40% 이상이 문화·예술 공간으로 편성된다. 또 아마존웹서비스의 기술이 적용된 무인매장이 조성되고 몽클레르, 발렌시아가, 몽블랑, 예거 르쿨트르 등 명품 브랜드가 대거 들어선다. 이와 함께 '3대장'으로 꼽히는 에르메스, 샤넬, 루이비통과의 입점도 협상 중에 있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서울을 명칭과 같이 서울의 대표 백화점으로 육성해 나갈 방침이다. 실제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여의도점(더현대서울)을 현대백화점그룹의 위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플래그십' 스토어로 개발하라"고 강조한 바 있다.
업계는 더현대서울의 개점이 1달 앞으로 다가온 현재 영등포 상권을 둘러싼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일평균 15만 명이 드나드는 교통 요지이자 정치·경제의 중심지이며, 마포·용산·경기·인천 등으로의 확장성도 높은 만큼 이들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한 백화점 3사의 경쟁이 다방면으로 펼쳐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경쟁의 '키 포인트'로는 MD경쟁력과 체험형 요소를 꼽았다. 시장이 넓어질 수록 백화점의 아이덴티티라 할 수 있는 프리미엄 브랜드 및 상품에 대한 니즈가 높아질 것이며, 이커머스 시장의 급성장 속 오프라인 매장이 줄 수 있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는 점포가 더 많은 고객 유입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더현대서울 개점으로 영등포 상권 내 백화점들의 경쟁이 더욱 뜨겁게 전개되고 있고, 이는 자연스럽게 상권 영역 확장의 촉매로 작용할 것"이라며 "결국 어떤 백화점이 더욱 '가볼만한 곳'으로 자리매김하고, 구매 수요가 높은 명품 등 MD 경쟁력이 높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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