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연춘 기자]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유통업계에 인사 칼바람이 거셌다. 롯데와 신세계 등 대형 유통기업들이 연말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임원 수를 최대 30% 줄이며 '변화'와 '혁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올 한해 변화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핵심 인사들이 밀려난 자리에는 젊은 외부인사를 수혈하며 순혈주의 기조도 깨졌다.
신상필벌 성격도 있지만, 조직을 슬림화해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선제적 움직임과 함께 생존에 대한 전략이 담겼다는 평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전체 임원 중 롯데그룹은 30%, 신세계백화점은 5%, 이마트는 10%가량 자리가 사라졌다. 통상 빈자리를 신규 임원 승진으로 채우는데, 올해는 이를 줄여 전체 임원 규모를 축소했다.
롯데그룹의 올해 신규 승진 임원은 93명으로 지난해 170명에 비해 절반가량 줄었다. 상무보 A와 상무보 B 직급을 상무보로 통합했기 때문인데, 이를 고려하면 실제 승진 임원은 20% 줄었다는 게 롯데 측의 설명이다. 승진 규모가 줄면서 전체 임원 600여 명 중 30%는 자리가 사라졌다.
롯데그룹의 인사 칼바람은 유독 매서웠다. 앞서 지난 8월 그룹의 2인자였던 황각규 부회장이 전격 용퇴했다. 황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을 보좌하며 롯데그룹이 매출 100조 원, 재계 5위로 자리 잡는 데 일조한 만큼 그룹에는 충격을 안긴 인사였다.
신세계그룹도 신상필벌 인사가 몰아쳤다. 백화점부문은 전체 임원의 20%가 신세계를 떠났다. 본부장급 임원은 70% 이상이 교체됐다. 신세계면세점 초대 대표로 업계 '빅3'로 올려놓은 손영식 대표도 이번 인사로 퇴임한다. 이마트 부문도 100명이 넘던 임원을 10% 줄였다.
신세계디에프 대표로는 신세계 영업본부장 유신열 부사장이 내정됐다. 또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 사업을 추진하는 신설 법인 '시그나이트파트너스'의 대표로는 정유경 총괄사장의 남편 문성욱 신세계톰보이 대표를 배치했다.
롯데는 경쟁사보다 올해 유독 부진했던 롯데마트,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대표에 50대 젊은 임원을 대표이사로 앉혔다. 순혈주의가 강했던 롯데 기조를 깨고 롯데쇼핑 헤드쿼터(HQ·본부) 기획전략본부장(상무)에 정겨운 전 동아ST 경영기획실장을 선임했다.
롯데칠성음료의 신임 대표이사는 50세의 박윤기 경영전략부문장이 전무로 승진, 내정됐다. 롯데네슬레 대표이사였던 강성현 전무도 50세로 롯데마트 사업부장을 맡게 됐다. 롯데푸드 대표이사에는 롯데미래전략연구소장을 역임한 51세 이진성 부사장이, 롯데케미칼 기초소재 대표이사에는 LC USA 대표이사였던 52세 황진구 부사장이 승진 내정됐다. 롯데지알에서 대표이사에 내정된 롯데지주 경영개선팀장 차우철 전무와 롯데정보통신 대표이사로 보임하는 DT사업본부장 노준형 전무도 52세다.
신세계백화점에 앞서 인사를 단행한 이마트도 '임원 감축'에 나섰다. 이마트는 지난 10월 단행된 인사를 통해 계열사 대표 6명을 교체했으며, 임원 수를 10%가량 감축했다. 또 젊은 인재를 과감히 기용해 인재 육성 및 미래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신세계그룹 이마트 부문은 50대 대표를 선임했다. 강희석 이마트 대표(51세)는 컨설턴트 출신 외부인사로 SSG닷컴 대표까지 겸하게 됐다.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와 손정현 신세계I&C 대표는 1968년생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철저한 성과주의와 함께 세대교체라는 키워드를 남겼다. 상대적으로 임원 감소 폭이 작았지만, 대표이사를 모두 50대로만 선임했다. 임대규 현대홈쇼핑 대표이사 사장(1961년생), 김관수 현대L&C 대표이사 부사장(1963년생), 이재실 현대백화점면세점 대표이사 부사장(1962년생) 모두 50대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 사태 후 격변기를 맞고 있는 롯데, 신세계, 현대 등 주요 유통업계가 강도 높은 '인적 쇄신'에 나섰다"며 "이번 인사의 키워드는 '변화와 혁신 그리고 세대교체'로 압축된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유통 기업들의 이번 인사는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기 위한 체력 다지기 및 신성장동력 마련을 목표로 한 것으로 보인다"며 "주요 계열사들의 대표는 유임하지만, 실무 본부장급 임원 등의 교체를 통해 젊은 피를 수혈하고, 이들을 중심으로 한 혁신적 시도를 이어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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