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로 이동이 중단되고, 공장이 가동 중단하고, 가게가 문을 닫으면서 곳곳에서 생태계가 되살아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한순간 경제활동이 전면 중단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도 줄었다. 그런데도 이산화탄소 농도는 줄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기상기구(WMO)는 23일(현지 시각) “코로나19로 산업이 셧다운 됐는데도 온실가스 농도는 줄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세계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는 410ppm으로 2015년 400ppm 이후 4년 만에 10ppm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연간 세계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는 2019년 약 410.5ppm으로 2018년 407.9ppm, 2015년 400ppm을 훌쩍 넘어 섰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400ppm을 넘어섰을 때 전문가들은 이미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를 지났다고 경고한 바 있다. 티핑 포인트는 임계점을 말한다. 큰 양동이에 한 방울씩 떨어지는 빗물이 가득 찰 때까지는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린다.
다만 가득 찬 상태에서 한 방울의 빗물만 떨어지면 양동이는 넘치고 만다. 그 순간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이산화탄소 농도도 대기 중에 가득 차 있어 지금 온실가스를 줄이더라도 농도 상승을 멈추기에는 역부족이란 설명이다.
이산화탄소 농도는 기후변화를 보여주는 주요 지표 중 하나이다. 이산화탄소 농도를 이야기할 때 ‘킬링 커브(Keeling Curve)’라는 용어를 빼놓을 수 없다. 1958년부터 태평양 하와이 마우나로아(Mauna Loa)에서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한 데이비스 킬링(David Keeling) 미국 스크립스해양연구소 박사.
킬링 박사는 이후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를 정기적으로 파악해 그래프를 그렸다. 이른바 ‘킬링 커브’이다.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구 가열화(Heating)를 보여주는 잣대이다.
이 킬링(Keeling) 커브가 지금 지구촌 곳곳에 죽음의 곡선을 의미하는 ‘킬링(Killing) 커브’로 작용하고 있다. WMO 측은 “코로나19로 산업과 경제활동이 위축되면서 이산화탄소 농도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며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면 지구 평균온도가 오르고, 극심한 날씨가 이어지고, 얼음이 빠르게 녹고, 해수면이 상승하고, 바다 산성화가 가속화된다”고 경고했다.
페테리 탈라스(Petteri Taalas) WMO 사무총장은 “이산화탄소는 수 세기 동안 대기에 남아 있고 바다에는 더 오랫동안 쌓여 있다”며 “지금과 같은 이산화탄소 농도는 300만~500만 년 전에 있었는데 당시 평균기온은 지금보다 2~3도 뜨거웠고 해수면도 지금보다 10~20m 높았다”고 설명했다.
페테리 탈라스 사무총장은 “문제는 300만~500만 년 전에는 지금처럼 77억 인구가 살지 않았다는 사실에 있다”며 “4년 만에 이산화탄소 농도가 10ppm 상승한 것은 기록상 전혀 없던 상황인데 이산화탄소 농도를 줄이지 않고서는 77억 인구에 심각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산업, 에너지, 교통 시스템의 획기적 전환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않으면 지구촌 곳곳에서 이상기후가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페테리 탈라스 사무총장은 “우리에게 더는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전 세계가 ‘탄소 중립’은 물론 화석연료 사용에서 빠르게 벗어나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올해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에 대해 전문가들은 전 세계 연간 배출량이 4.2~7.5 %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이 감소 폭이 대기 중에 이미 존재하는 온실가스 농도를 줄이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판단했다.
WMO 측은 “화석연료 사용, 산림벌채 등으로 지난해 이산화탄소 농도는 산업화 이전(278ppm)보다 148% 증가하는 수치를 나타냈다”며 “지난 10년 동안 이산화탄소는 대기 중에 44%, 해양 흡수 23%, 지표면 흡수 29% 등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올해도 이산화탄소 농도는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하와이 마우나로아에서 측정한 월평균 이산화탄소 농도는 2020년 9월 411.29ppm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08.54ppm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정종오 기자 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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