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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내산 게임 패키지를 다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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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한때 대형마트 한켠에 게임 CD 패키지가 진열됐던 때가 있었다. 디아블로, 스타크래프트, 파랜드 시리즈 등 외국 제작사 게임이 더 많았지만 창세기전 시리즈, 임진록, 화이트데이 등 국산 게임들도 심심찮게 보였다. 어렸을 때라 많은 게임을 사지는 못했고 어쩌다 부모님이 선물하신 게임 몇 개를 해 본 것이 전부였다.

그럼에도 게임 CD가 든 팩을 받아들었을 때의 그 쾌감을 잊지 못한다. 그때 산 게임들은 아직도 머릿속에 깊이 각인돼 있다. 거의 20년이 지난 2018년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를 사러 용산에 갔을 때도 이러한 쾌감은 여전했다.

서두에 옛날 얘기를 꺼낸 것은 최근 국내 게임사들이 잇따라 콘솔 게임 진출을 선언해서다. 넷마블, 넥슨 등을 비롯해 스마일게이트, 펄어비스 등이 줄줄이 콘솔 플랫폼을 통한 신작을 예고했다. 기존 PC 온라인 혹은 모바일 게임 위주로 출시했던 업체들이 콘솔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20여년 전만 해도 국내 패키지 게임을 쉽게 볼 수 있었지만 게임 시장이 온라인과 모바일 등으로 재편되면서 어느새 패키지 게임은 국내 게임업계에 낯선 개념이 됐다. 일부 해외 대작들 위주로 패키지가 발매됐다. 더욱이 요즘은 게임을 살 때 스팀이나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 등에서 내려받아 게임을 구매하는 방식이 정착됐다. 게임 패키지는 더더욱 보기 어려워졌다.

그러나 국내 업체들이 콘솔 게임을 잇따라 출시한다면 다시 패키지 방식으로 게임을 판매하는 빈도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다운로드 방식이 대세라고는 하지만, 게임을 실물로 사는 순간의 쾌감, 게임을 물리적으로 소장한다는 만족감은 다운로드받은 콘솔 게임이나 온라인·모바일 게임으로는 결코 느낄 수 없다. 패키지 형태로 게임을 사는 수요가 여전히 꾸준한 이유다. 구성품이 예전에 비해 많이 간소해졌다고는 해도 패키지 자체가 주는 기대감이 분명히 있다.

지난 7월 30일 출시된 라인게임즈의 '베리드 스타즈' 일반판과 한정판 초도물량이 출시 직후 '완판'된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일부 이용자들은 패키지를 직접 사기 위해 재판매 시기까지 기다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다운로드받아 즐길 수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패키지를 찾는 사람들은 많았다. 국내 게임 중 패키지 형태로 발매돼 인기를 끈 것이 얼마만인가 싶었다.

물론 패키지 게임의 위험부담은 있다. 게임 데이터를 다른 저장장치로 옮길 수 있기에 불법 다운로드에 대한 우려가 있다. 패키지를 구성하려면 아무래도 추가 비용이 들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여전히 뚜렷한 패키지 수요를 생각하면, 게이머들을 고려해 게임사들이 과감하게 다운로드 방식뿐만 아니라 패키지 방식을 접목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을 테다.

20여년 전 국내 다양한 업체들이 벌였던 패키지 경쟁이 재현될 수 있을까. 게임을 실물로 구매하고 싶어하는 게이머들에게는 모처럼 희소식이 될지 모르겠다.

윤선훈 기자 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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