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조석근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임기종료를 맞는다. 과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 열린우리당 이후 수많은 분열과 반목을 거듭한 민주당계 정당에서 2년 임기를 꽉 채우고 떠나는 두번째 대표다.
이해찬 대표는 특유의 강력한 리더십을 앞세워 지난 4·15 총선에 민주당에 177석이라는 전대미문의 압승을 안겼다. 재야 민주화 운동의 대부로서 1988년 13대 국회의원으로 출발한 32년 정치 경력을 1987년 민주화 이후 가장 강력한 여당의 등장이라는 화려한 기록으로 마무리하게 된다.
이해찬 대표는 28일 코로나19 재유행으로 인한 당 유튜브 채널 온라인 간담회를 통해 "일평생 공인으로서 고비마다 국민들께 많은 성원을 받았다. 결코 잊지 않고 항상 여러분의 행복과 나라의 발전을 기원하겠다"고 퇴임 앞둔 소감을 전했다.
이해찬 대표를 수식하는 가장 대표적인 단어가 '관록의 정치인'이다. 20대 국회까지 당내 최다선인 7선으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민의정부 당시 교육부 장관, 참여정부 국무총리를 지냈다. 그만큼 국정 전반에 대한 이해도 높고 위기 관리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1997년 외환위기 발생과 그 수습,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사태, 이라크 파병과 한미 FTA를 둘러싼 국론분열 등 장관, 총리 재임 당시 대규모 현안들을 처리한 경험이 이해찬 대표의 가장 큰 자산이다.
그는 간담회에서 "우리는 위기 앞에 항상 단결했고 그 위기를 발판으로 더 큰 진전을 이뤘다"며 "당장 코로나 위기 극복이 어렵지만 지치지 않고 끈질기게 나아간다면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전환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재확산 사태를 두고 적극적인 방역 협조를 촉구한 메시지다.
2018년 8·25 전당대회 당대표 당선 이후 이해찬 대표의 최대 기여는 단연 4·15 총선 압승이다. 대외적으로 정의당을 포함한 범여권 소수정당의 확대를 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을 이끌었다.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통합당과 범여권의 극한 대치 과정에서 시종일관 여론의 우위를 이끌어냈다.
4·15 총선 직전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헛점을 이용한 통합당의 위성정당(미래한국당) 창당 시도를 두고 범진보 시민단체들과 더불어시민당 창당으로 맞대응하는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과반 독식 저지에 총선 압승의 중요한 지점이다.
당 내부적으로 후보 공천 과정에서 특정 계파 독식을 의미하는 '사천'을 차단했다. 지역·비례대표 후보, 현역 의원을 겨냥한 세밀한 검증을 통한 시스템 공천을 뿌리내렸다는 평가다. 이해찬 대표 본인이 불출마 및 임기종료 후 정계 은퇴라는 배수진을 선언한 가운데 본인과 가까운 당내 중진, 측근 인사 다수가 공천에서 탈락했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 지도부가 총선 과정 내내 공천관리위원회와 공천 결과를 둘러싼 노골적 갈등을 드러낸 것과 크게 대조되는 지점이다. 공천 결과를 둘러싼 당내 갈등을 잠재운 가운데 코로나19 확산 속 당정청 소통 확대로 방역 정책지원, 재난지원금 등 이슈를 선점한 것도 총선 승리의 주된 요인이다.
공격적이고 '까칠한' 성격 때문에 숱한 설화를 빚기도 했다.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 서울시 5일장 중 성추행 의혹에 대한 당 대응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격노하며 "나쁜 자식" 등 거친 표현을 쓴 점이 대표적이다.
부동산 정책 논란이 한창인 과정에서 '서울은 천박한 도시', 패스트트랙 정국 당시 '정치권에 정신장애인이 많다'는 표현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정작 당내에는 주요 현안마다 '입조심'을 주문하면서 '불통 정치인'이란 부정적 이미지를 자초하기도 했다.
이해찬 대표는 퇴임 이후 회고록 집필에 몰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동북아평화경제협회 이사장에 취임하면서 향후 민간 차원 남북 교류협력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해찬 대표는 28일 간담회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겠다"며 정계 은퇴 이후 행보를 예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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