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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시장서 발 빼는 재계…"글로벌 공급망 구축 노력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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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삼성·현대차 등 국내 기업 '탈중국' 가속…코로나·규제 등에 中 신뢰도 ↓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최근 세계적 기업들이 잇따라 '탈중국'에 나서면서 국내 기업들의 움직임도 점차 빨라지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심화되고 있는 데다 인건비 상승, 외국기업 혜택 축소 등으로 중국에서 사업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탈중국에 가장 앞장섰던 곳은 롯데다. 롯데는 지난 2016년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 정부의 보복으로 중국에서 영업이 어려워지자 결국 탈중국을 선언했다.

롯데쇼핑은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으로 현지 마트 사업을 철수했다. 사진은 베이징 롯데마트 왕징점 전경.  [사진=아이뉴스24 DB]
롯데쇼핑은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으로 현지 마트 사업을 철수했다. 사진은 베이징 롯데마트 왕징점 전경. [사진=아이뉴스24 DB]

롯데는 사드 사태가 불거진 후 2016년 말 선양 롯데월드 건설 중단을 시작으로 계열사 전 사업장에 대한 세무조사, 소방 및 위생점검, 안전점검 등을 받으며 중국 정부의 괴롭힘을 당했다. 롯데는 사드 부지를 제공한 후 중국 현지에서 눈에 보이는 것 외에도 사업 기회 손실 등으로 입은 유무형의 피해 규모가 2조 원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유통 계열사들이 영업정지와 불매운동 영향을 받아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중국에는 롯데제과를 비롯해 마트, 백화점, 화학, 관광 등 20여 개 계열사가 진출했었으나, 롯데마트는 중국 사업을 모두 철수했고 백화점도 청두점 1곳을 제외하고 매장을 모두 정리했다.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 역시 각각 중국 공장 2곳을 매각하기 위해 지난 2018년부터 추진했지만 한 발짝도 나아간 것이 없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중국 상황이 어려워 사업 조정 차원에서 식품 부문의 현지 공장 매각을 검토했지만 현재로선 지지부진한 상태"라며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추진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여러 이슈들로 쉽지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에서 식품은 일부 공장만, 유통은 대부분의 사업을 철수시키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현지에서 화학 사업 정도만 계속 유지할 듯 하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중국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중국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이마트는 롯데보다 앞서 중국 사업을 모두 접었다. 지난 1997년 중국에 진출해 한 때 현지에서 30개 점까지 운영했지만 누적 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진 데다 사드 사태 여파로 인한 중국 내 반한 감정 등으로 사업 환경이 악화되자 결국 사업을 철수시켰다.

삼성전자도 최근 스마트폰에 이어 PC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완전 철수키로 하며 탈중국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재작년 4월 선전, 같은 해 12월 톈진, 지난해 10월 후이저우 순으로 중국 내 스마트폰 생산공장 3곳을 전부 폐쇄했다. 이달 말에는 중국 장쑤성 쑤저우에 있는 PC 조립 생산 라인의 가동을 중단하고 연구개발(R&D) 조직만 남기기로 했다. 이에 따라 1천700명 가량의 직원 중 1천 명 이상이 감원될 전망이다.

중국 현지 합자업체와 한 때 갈등을 빚기도 했던 현대차그룹 역시 현대·기아차의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인도·동남아 지역으로 옮기는 모양새다. 또 사드 배치를 계기로 중국 실적 부진이 수년 동안 이어지자 최근 몇 년간 원가 절감을 위해 현지 직원 수도 대폭 줄였다.

실제로 현대차 '2020 지속가능성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현대차의 중국 지역 직원은 전년 대비 19.3% 감소한 1만4천638명으로, 1년 새 무려 3천500명 가량의 중국 임직원이 회사를 그만뒀다. 기아차의 중국 내 임직원 수도 2018년 5천834명에서 지난해 4천824명으로 1천 명 넘게 줄었다. 반면 동남아시아가 포함된 기타 지역 직원 수는 지난해 1천682명으로 전년 대비 3배 늘었다.

여기에 현대차는 지난해 초에 베이징 공장 일부 직원의 창저우·충칭 공장 재배치를 시작으로 베이징 1공장의 가동을 멈췄다. 기아차도 중국 1호 공장인 옌청 1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중국 내 합작법인의 주주인 위에다그룹에 장기 임대했다.

 [사진=현대차그룹]
[사진=현대차그룹]

글로벌 기업들도 중국 사업 철수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달 초 구글이 중국 클라우드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한 데 이어 식료품 공룡 기업 네슬래도 중국 내 식·음료 브랜드 일부 매각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애플도 지난 2분기부터 무선이어폰 '에어팟' 생산라인을 베트남으로 이전시켜 생산하고 있다. 물량은 중국에서 생산하던 기본형 에어팟 300만~400만 개 수준으로, 이는 에어팟 생산의 30% 가량이다.

이처럼 국내외 기업들의 탈중국 움직임은 미중 무역분쟁으로 중국 경제 성장이 둔화된 데다 공산주의 특유의 오락가락한 규제로 사업이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또 높은 인건비와 메르스·코로나19 등 전염병도 많아 사업 운영에 걸림돌이 되는 요소도 많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으로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 오히려 우리 업체들의 글로벌화를 앞당기게 한 요인이 됐다"며 "'코로나19' 사태로 탈 세계화 경향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생산 거점으로서 중국 역할이 줄어들면서 국내 업체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도 인도 및 동남아를 대체 생산기지로 삼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 기업들이 탈중국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아직까지 중국 교역 의존도는 여전히 높아 좀 더 다변화한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며 "중국 내수시장을 겨냥한 기존의 공급망은 유지하면서 제3국으로의 재수출 공급망을 인도 및 아세안으로 다원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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