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이스타항공, M&A무산 책임공방 본격화…소송戰 불가피

[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합병(M&A) 포기를 선언하면서 책임공방이 본격화됐다. 양측 모두 '노딜'(인수 무산) 책임을 상대방에게 떠넘기고 있는 만큼 소송전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23일 제주항공은 지난 3월 2일 이스타홀딩스와 체결했던 '이스타항공 주식매매계약'을 해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제주항공은 계약 해제의 결정적인 이유를 "진술보장의 중요한 위반 미시정 및 거래종결기한 도과"라고 설명했다. 미지급금 1천700억원의 해결과 타이이스타젯 지급 보증 해소 등 선행조건을 이스타항공이 완료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앞서 제주항공은 지난 16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15일 자정까지 이스타홀딩스가 주식매매계약의 선행조건을 완결하지 못해 계약을 해제 할 수 있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일주일만에 이를 공식 통보한 셈이다.

제주항공은 이에 따라 주식매매계약 당시 지급한 이행보증금 119억5천만원과 대여금 100억원의 반환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계약 당시 제주항공은 이스타홀딩스에 이행보증금 119억5천만원을 지급했고, 이스타항공에 운영자금 100억원을 대여하기도 했다.

반면 이스타항공은 노딜 책임을 제주항공에 돌리고 있는 만큼 이행보증금 반환에 선뜻 나설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이스타홀딩스와 이스타항공은 타이이스타젯 지급 보증 해소 등 당초 계약서상에 명시됐던 선행조건은 모두 완료했고, 제주항공이 추가로 요청한 미지급금 해소는 의무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따라서 제주항공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했다는 주장이다.

제주항공 측은 "타이이스타젯 관련 문제가 해결됐다는 공문도 없이 구두로만 해결됐다고 주장했다"면서 "이밖에도 미지급금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은 것이 계약 해제의 원인이다"라고 설명했다. 계약 해제의 원인이 이스타항공 측에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양측은 셧다운과 구조조정 지시 여부와 관련해서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스타항공 측은 제주항공이 이미 경영에 개입해 각종 지시를 하고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에 제주항공은 사실이 아니라며 이를 일축한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만큼 결국 법정에서 시비를 가리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은 이미 각각 대형 로펌을 법률자문사로 선정하고 법리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소송 여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한편 소송과 무관하게 2007년 설립된 이스타항공은 13년 만에 폐업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1천600여명 이스타항공 직원들의 대규모 실직 사태가 우려된다.

저비용항공사(LCC) 1위인 제주항공은 신뢰도에 금이 가게 됐다. 항공 업계가 신뢰를 생명으로 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사업 확장에도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애경그룹 입장에서도 이번 인수 포기 결정으로 시장의 신뢰를 잃게 된 만큼 향후 M&A 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