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면세업계 빅3 업체인 롯데·신라·신세계가 재고 면세품을 또 다시 푼다. 지난 6월부터 '코로나19' 여파로 쌓인 재고 면세품들을 대형 행사를 통해 판매에 나서고 있지만 타격을 입은 매출을 메우기에는 여전히 턱없이 부족해서다. 피눈물의 판매인 셈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신라면세점은 오는 23일 '신라트립'을 통해 온라인 재고 면세품 5차 판매에 돌입한다. 이번에는 보테가베테타, 판도라, 듀퐁을 비롯해 총 9개 패션·잡화 브랜드가 판매된다. 가격은 정상가 대비 최대 40% 할인된 수준이다. 신라면세점은 오는 26일까지 서울시 중구 장충동에 위치한 서울점 특별 행사장에서도 면세 재고 상품을 판매한다.
롯데면세점도 오는 31일까지 롯데쇼핑 통합 온라인몰인 '롯데온'에서 재고 면세품 판매에 나선다. 이번 행사에서는 총 28개 브랜드의 800여 개 상품이 백화점 정가 대비 최대 70% 할인 판매된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17일부터 명동본점에서 VIP 고객에게 재고 면세점 오프라인 판매도 진행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면세점 내수 판매를 위해 전문 온라인 몰인 '쓱스페셜(SSG SPECIAL)' 앱까지 론칭했다. 이곳에서 블랑팡, 브라이틀링, 글라슈테 오리지날 등 고가 럭셔리 시계 브랜드 상품을 판매할 뿐만 아니라 지방시, 펜디, 로에베, 폴스미스 등 31개 패션 브랜드 상품도 판매한다.
이처럼 면세점들이 재고 상품 판매에 나서고는 있지만 업계의 어려움은 여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 여행길이 막히면서 면세점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예전에 비해 현저히 줄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롯데면세점의 경우 전체 재고 규모가 물류센터 기준으로 1조 원대, 신라면세점은 9천억 원, 신세계면세점은 5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금까지 각 업체들이 재고 면세품 판매에 여러 차례 나섰지만 재고 소진과 매출 회복에는 여전히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면세점의 경우 현재까지 200억 원 가량의 재고가 풀렸지만 현재까지 재고소진율은 80% 정도에 그쳤다. 재고가 1조 원인 것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신라와 신세계 역시 마찬가지다. 호텔신라의 지난해 4분기 면세부문 매출만 1조4천109억 원인 것을 감안하면 현재 재고 소진에 따른 매출은 몇 백억 원 초반 수준으로 미미한 상태다. 신세계도 지난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5% 줄어든 4천889억 원으로, 재고 면세품 판매로 빠진 매출을 보전하기엔 너무 부족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까지 분기별로 수천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던 업체들이 재고 면세품 판매로 몇 백억 원의 매출을 일으킨다고 해서 도움이 크게 되진 않는다"며 "정부의 배려로 그나마 재고 면세품을 판매해 다행이긴 하지만 매출의 80%를 담당하던 중국 보따리상들이 현지 대표 관광지인 하이난으로 몰리면서 매출에 더 큰 타격을 받게 돼 걱정"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중국은 자국 내 면세 수요를 잡기 위해 국내 면세점을 늘리고 올 초부터 면세 한도를 확대하고자 움직여 이달부터 적용하게 됐다. 이에 따라 중국 유명 관광지인 하이난을 방문하는 내국인 1인당 연간 면세쇼핑 한도를 이달부터 10만 위안(1천722만 원)으로 3배 이상 늘리고, 면세 물품도 휴대전화, 술 등을 포함한 40여 종으로 확대해 국내 업체들을 긴장시켰다. 실제로 각 업체들은 이번 일로 보따리상들이 그나마 자주 찾던 화장품 마저 매출을 뺏길까 염려하는 눈치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들이 갖고 있는 재고 중에서 화장품도 많은 비중을 차지했지만 그동안 패션, 잡화에 비해 중국인 보따리상들이 화장품을 많이 구매해 크게 타격을 입지 않았었다"며 "이번 달부터 하이난에서 면세쇼핑 한도를 조정하면서 중국인 보따리상들을 뺏기게 돼 화장품 재고 소진마저 어려워질 것 같아 걱정이 많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면세업계에선 정부가 내국인 면세한도를 중국처럼 좀 더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정부는 내국인 1인당 구매 한도는 3천600달러, 면세 한도는 600달러로 제한하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술 1병(1ℓ, 400달러 이하), 향수 60㎖는 구매 한도 제한과 관계없이 별도로 구매가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하이난처럼 우리나라도 일단 한시적으로라도 면세한도 범위를 좀 더 늘리거나 무제한으로 가져가 소비를 활성화 시키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며 "면세품도 해외직구처럼 구입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해주는 것도 고려해 봐야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주변국들이 자국 면세점들에 각종 혜택을 주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공항 면세점 임대료뿐만 아니라 각종 규제에 얽매여 경쟁력을 확보하기에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내 면세업체들이 글로벌 2, 3위를 차지할 정도로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정부의 규제와 '코로나19'에 막혀 어려움을 겪고 있어 답답할 노릇"이라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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