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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 무덤 BAT코리아…김은지號 취임 일주일만에 '신뢰 회복'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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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글로 센스' 단종에 소비자 불만…업계 '최악의 한 수' 될까 우려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김은지 BAT코리아 신임 사장이 '소비자 신뢰 회복'이라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그가 취임한 지 일주일 만이다.

하이브리드형 전자담배 '글로 센스'를 80% 폭탄세일 단행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급작스럽게 단종하면서 생긴 일이다. 이로 인해 BAT코리아 측이 소비자를 기만한 게 아니냐는 비난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BAT코리아는 오는 31일 궐련형 전자담배 제품인 '글로 프로'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글로 센스를 단종시킨다고 공지했다. 또 글로 센스 전용 카트리지인 '포드'의 공급도 오는 10월 말까지만 판매하겠다고 했다.

글로 센스는 지난해 8월 BAT코리아가 선보인 액상형과 궐련형 하이브리드 방식의 전자담배다. 전 세계 최초로 국내 시장에 선보일 만큼 공을 들였고 당시 취임한 김의성 전 사장의 '데뷔작'으로 관심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글로 센스는 미국에서 시작된 액상형 전자담배 유해성 논란과 이어진 국내 정부 당국의 규제 바람에 치명타를 입었다.

실제 기획재정부의 '2020년 1분기 담배 시장 동향'에 따르면 글로 센스가 포함된 '연초고형물 전자담배'는 지난 1분기 동안 고작 30만 갑을 판매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3분기 240만 갑이 판매되면서 높은 인기를 끌었던 것에 비하면 8분의 1 수준으로 판매량이 급감한 셈이다.

BAT코리아가 '글로 센스'를 급작스럽게 단종시키며 소비자 기만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BAT코리아가 '글로 센스'를 급작스럽게 단종시키며 소비자 기만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BAT코리아는 이 같이 액상형 전자담배 계열 제품이 시장에서 배척되는 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글로 센스의 단종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통상적으로 기계와 소모품이 동시 단종되는 경우가 많은 데 비해 최소한의 공급을 이어가기 위해 포드의 생산을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BAT코리아 관계자는 "글로 센스가 시장 트렌드에 맞지 않다는 판단에 단종할 것을 결정했다"며 "현재 대부분의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이 매출 하락을 맞는 가운데 소비자의 성원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고자 포드 공급을 계속하는 것으로 이해 바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BAT코리아의 움직임이 '상식에 어긋나는' 행위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통상 전자담배 단말기의 수명은 약 1년 전후다. BAT코리아가 현재도 글로 센스 단말기를 판매하고 있는 만큼 '소비자 배려'가 이유라면 포드 공급이 향후 1년 동안은 유지돼야 한다는 비판이다. 또 글로 센스 단말기 80%의 세일을 단행하며 '떨이'를 했음에도 포드 공급을 향후 3개월로 못박은 점 또한 '재고처리'를 소비자에게 전가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 프로세스 등을 고려해 보면 포드를 3개월 동안만 공급한다는 것은 지금 당장 생산 라인을 멈추고 재고 제품만 공급하겠다는 의미"라며 "이런 계획을 미리 해두고 단말기 판매 중단 고작 열흘 전에 소비자에게 공지하는 행위는 명백한 소비자 기만"이라고 밝혔다.

BAT코리아는 '단명 CEO' 배출을 이어 왔다. [사진=BAT코리아]
BAT코리아는 '단명 CEO' 배출을 이어 왔다. [사진=BAT코리아]

또 이번 사건이 BAT코리아의 '리더십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도 일각으로부터 제기됐다. 글로 센스의 단종에 갓 취임한 김 사장의 의중이 반영됐을 가능성은 사실상 낮다는 시각이다. 이를 고려해 보면 결국 BAT그룹의 글로벌 본사 또는 BAT코리아의 내부 갈등이 이번 결정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BAT코리아 사장직은 '최고경영자(CEO)의 무덤'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지난 2016년 5월 에릭 스톨 전 사장은 선임된 지 약 4개월만에 말레이시아 사장직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당시 '던힐 편법 밀어내기' 등의 의혹으로 세무조사를 받는 상황을 고려한 교체라고 분석한 바 있다.

4개월 뒤인 2016년 9월 후임으로 부임한 토니 헤이워드 전 사장은 2017년 8월까지 정확히 1년을 근무했다. 그는 취임 초기 원활히 세무 논란에 대응했지만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열린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공략에 실패한 책임을 지고 자리를 내려놨다.

이어 부임한 매튜 쥬에리 전 사장은 2년의 임기를 채우며 'CEO 잔혹사'를 끊었다. 하지만 '최초의 한국인 CEO'로 자리잡았던 김의성 전 사장도 1년만에 실적 부진 등을 이유로 경질성 성격 인사의 대상이 됐다. 이는 경쟁사인 한국필립모리스와 JTI코리아가 최소 3~4년 이상의 사장 임기를 보장하는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업계는 김은지 BAT코리아 신임 사장이 '신뢰성 회복'이라는 짐을 떠안게 됐다고 우려했다. [사진=BAT코리아]
업계는 김은지 BAT코리아 신임 사장이 '신뢰성 회복'이라는 짐을 떠안게 됐다고 우려했다. [사진=BAT코리아]

업계는 이 같은 '사장 흔들기'가 지속될 경우 장기적인 관점에서 운영돼야 할 담배 회사의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바라보고 있다.

특히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신임 사장이 취임하는 상황임에도 불과 1년 전 야심차게 출시한 신제품을 논란의 여지가 있는 방식으로 단종시키는 등의 행위는 결국 '최악의 한 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BAT코리아는 2016년 4천133억 원이었던 매출이 2017년 4천1억 원, 2018년 3천681억 원, 지난해 3천562억 원으로 내려앉는 등 부진한 실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취임하는 업계 최초의 여성 사장에게 힘을 실어줘야 하는 상황에 오히려 부정적 이슈 처리를 떠넘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평이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기업의 CEO는 국내 기업에 비해 임기가 짧은 편이긴 하지만 BAT코리아는 이례적일 정도로 수장 교체가 잦다"며 "이는 트렌드가 크게 변하지 않아 장기적 리더십이 필수적인 담배 시장의 상황을 고려해 볼 때 결국 좋지 않은 결과를 불러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김 신임 사장이 업계 최초의 여성 CEO로 주목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과 같은 소비자 기만 행위를 벌인 것은 결국 '낙인 효과'를 불러오게 될 것"이라며 "김 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회사의 신뢰도 회복이라는 어려운 과제를 떠안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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