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연춘 기자]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가 8개월여 만에 결국 무산됐다. 이달 초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에 요구한 인수를 위한 선행조건을 끝내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번 인수 무산 배경에는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있었다고 내다본다. 채 총괄부회장은 그룹 내부에 이스타항공 인수에 대해 우려하는 입장을 강도 높게 밝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애경도 동반부실 위험에 빠진다는 취지의 발언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항공은 16일 이스타항공 인수를 위해 지난 2월 이스타홀딩스와 체결한 주식매매계약(SPA) 해제 조건이 충족됐다고 설명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전날 이스타홀딩스로부터 계약 이행과 관련된 공문을 받았지만, 앞서 제주항공 측이 요구한 계약 선행조건 이행 요청에 대해 사실상 진전된 사항이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잘못된 M&A로 결국 모기업까지 무너질 수 있다는 오너 경영자의 최종 의사가 반영됐다.
실제로 이번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M&A을 두고 시장전문가는 빚을 제하고 나면 설령 매각이 성사된다 해도 실질가치는 230억원으로 그동안 누적된 체불임금 250억원보다도 적다고 평가했다. 이스타항공은 완전자본잠식 상태라 지분가치가 사실상 제로(0)라는 얘기다.
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재무제표상으로는 생존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지난 1분기 말 기준 부채는 2천200억원에 이르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이다. 임금체불을 넘어 항공기 리스비는 물론 임대료 등을 모두 체납하는 등 사실상 파산이 임박했다.
제주항공 내부에서 M&A에 부정적인 분위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라 당초 계획했던 '규모의 경제'는 커녕 동반 부실 우려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을 인수할 경우 부채비율 폭탄을 떠안아야 한다. 제주항공은 1분기 기준 부채비율이 483%로 비교적 관리되고 있으나 이스타항공을 계열 편입하게 되면 1천%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치솟게 된다.
이한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주항공 자체도 유동성 이슈가 과중한 만큼 이스타항공 인수 철회의 경우 긍정적"이라고 관측했다.
한편 제주항공 측은 "앞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중재 등을 감안해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약 해제 최종 결정과 통보 시점을 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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