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다운 기자] 통신사들의 휴대폰 본인확인 문자 인증 단가가 2013년 서비스 개시 이래 처음으로 인상됐다. 패스(PASS) 앱의 사설인증 시장 선점을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가맹점과 인증업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14일 인터넷업계에 따르면 휴대폰 본인확인 서비스 대행업체들은 SK텔레콤의 단가 인상을 반영해 이달 초부터 순차적으로 문자(SMS)를 통한 본인확인 비용을 10% 내외로 인상했다.
KT와 LG유플러스는 단가를 인상하지 않았지만, 대행업체가 책정하는 인증 요금은 3사별로 각각 책정되는 것이 아니라 통신 3사의 점유율에 따른 가중평균으로 묶어서 정해지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요금이 오르게 된 것이다.
이번에 인상된 것은 휴대폰 문자 인증 방식만이며, 패스(PASS)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한 앱 인증은 인상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계약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건당 30원 초반대인 문자 인증비용이 40원 수준으로 높아졌다고 추정하고 있다. 반면 앱 인증은 30원 중반 내외로 유지되면서 문자 인증과 앱 인증의 가격이 역전된 셈이다.
인터넷, 이커머스, 핀테크 기업 등의 휴대폰 본인인증 이용 가맹점들은 문자 인증 비용을 높임으로써 비용 부담이 커졌을 뿐더러 패스 앱 사용을 강요받는 셈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한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별도 프로그램 설치 없이 바로 인증을 받을 수 있는 문자 인증에 비해, 패스 인증은 앱을 설치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며 "패스 방식으로 갈아탈 경우 소비자들의 불만사항이 많아질 것이다"라고 전했다.
휴대폰 본인확인 인증 서비스는 가맹점이 직접 인증 화면을 제공하고, 개인정보를 입력받는 '소켓 방식'과 대행사(통신사)가 직접 관리·제공하는 '표준창 방식'으로 나누어진다.
소켓 방식을 사용할 경우 가맹점이 인증 방식을 고를 수 있어, 패스 인증은 아예 제외하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으로 네이버의 경우 소켓 방식을 사용해 아이핀과 문자 인증만을 제공한다.
반면 표준창 방식은 기본 인증으로 패스 인증을 전면에 표출시키는 등 패스 앱을 사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문자 인증 비용 인상으로 기존의 소켓 방식을 통한 문자 인증을 주로 이용하던 가맹점들도 패스 앱 중심의 표준창 방식으로 갈아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패스 앱과 사설인증시장을 두고 경쟁하고 있는 사설인증 업체들도 이번 가격 조정에 대해 경계감을 표시하고 있다.
전자서명법 개정으로 올해 12월부터 공인인증서가 폐지되면서 수조원 규모의 사설인증 시장이 열린다.
공인인증서 폐지를 앞두고 통신사들이 본인확인기관으로서의 지위를 이용해 패스 앱의 사용자를 확보한 후, 사설인증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확대해나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패스 가입자는 2018년 1천400만명에서 올 6월 기준 3천만명으로 두배 이상 늘었다.
한 인증업체 관게자는 "통신사들이 국가가 부여한 본인확인 권한을 무기로 향후 사설인증 시장에서 패스의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 통신업계 "7년동안 단가 올리지 않았고 오히려 한차례 인하"
통신업계로서도 할 말은 있다. 이번에 문자 인증 단가를 올린 SK텔레콤을 비롯해 다른 통신사들은 2013년 본인확인기관 지정 후 7년 동안 단가를 한번도 올리지 않았고 오히려 한차례 인하를 단행한 바 있다.
특히 SK텔레콤은 2016년께 최대 절반 수준까지 가격을 인하해 유지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인상은 '단가 정상화'라는 측면이 있다는 설명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비대면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인증 건수가 급증했는데, 과거 가격을 크게 인하한 상태를 계속 유지하기 어려워 부득이 인상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보안적인 측면에서 문자 인증보다 패스 인증이 안전하고, 앱을 설치한 다음에는 개인이나 기업 입장에서 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어 수요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타인에게 문자가 노출되거나 피싱 등에 악용될 수 있는 문자 인증에 비해 패스 인증은 회선 인증과 기기 인증이 모두 이뤄져야 본인 확인이 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더 안전하다"고 전했다.
김다운 기자 kd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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