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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배상 책임 금융회사가 진다…구제책 패러다임 바꾼 금융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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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까지 정부 관계부처 합동 단속 실시

[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앞으로 피해자의 과실이 없는 한 보이스피싱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는 금융회사가 책임지고 배상하게 된다. 금융회사의 인프라가 보이스피싱 범죄의 통로로 활용되는 만큼, 기본적인 책임을 지우는 것이다. 그간 책임소재 문제 등으로 피해자들에 대한 간접적인 지원만 이뤄졌던 만큼, 정부의 이번 대책은 실질적인 구제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보이스피싱 범죄를 공동체를 파괴하는 반사회적 범죄로 규정하고, 일반 사기범죄보다 훨씬 더 무겁게 처벌하는 등 가담할 유인 자체를 없애겠다는 계획이다.

[사진=뉴시스]

올해 들어 보이스피싱 피해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파악한 올 1월부터 4월까지의 전기통신금융사기 현황을 보면 총 피해액은 전년 대비 43% 감소한 1천220억원으로 나타났다. 피해 건수도 전년 동기 대비 49% 감소한 1만3천84건으로 집계됐다. 다만 건당 피해액은 전년 대비 0.5% 증가한 932만원이었다.

피해액은 줄어들고 있지만, 범죄 수법은 날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첨단화되고 있었다. 금융위에 따르면 최근엔 ▲악성 앱을 설치해 금융회사에 전화를 하더라도 보이스피싱으로 통화가 연결되는 '전화 가로채기' ▲허위 결제메시지를 전송한 후 원격제어 앱을 설치하도록 유도해 피해자 휴대폰 금융 앱에서 금전을 탈취하는 '원격제어 앱 수법' ▲카카오톡 등 메신저 계정을 해켱해 금전 송금을 유도하는 '메신저 피싱'등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흐름 지속 시 국민의 재산상 피해 증가가 지속되고, 디지털 금융과 통신 인프라에 대한 신뢰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보이스피싱 피해 방지를 위한 근본적 정책 방향의 전환과 피해 과정 전 단계를 아우르는 종합적 대응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금융회사에게 기본적인 책임 부과…보이스피싱 보험 보장범위 확대

이번 정부 대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피해자에 대한 구제 방안이다. 그간 보이스피싱 피해자에 대한 지원은 채무조정·서민금융상품 추천 등 간접적인 방법에 그쳤을 뿐, 피해핵을 되돌려 받는 성격의 지원은 없었다.

금융회사로부터 배상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있긴 하다. 금융 거래 시 본인확인을 하지 않은 경우, 수시기관·금융감독원의 정보제공 또는 정당한 피해구제신청이 있었음에도 지급정지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만 금융회사에 배상책임이 있다. 인정된 사례가 거의 없을 뿐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앞으로 보이스피싱에도 이용자의 고의·중과실이 없는 한 금융회사 등이 원칙적으로 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보이스피싱의 통로로 이용되는 금융회사 등이 금융인프라 운영기관으로서 책임을 다하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현재 진행 중인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통신사기피해환급법' 등을 개정할 방침이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혁신기획단장은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책임이라는 것은 인프라에 대한 운영자로서의 기본적인 책무라는 대원칙을 말하는 것이다"라며 "구체적으로 가면 과실 여부 등을 따져야 되겠지만 '이 시스템에 대해선 내가 책임을 진다'는 금융기관의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보이스피싱은 이용자들이 노력하더라도 당할 수 있는 일인데, 이 모든 책임을 개인으로 돌리기엔 인프라 환경 자체가 이용자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이다"라며 "최소한의 의무를 금융회사가 할 수 있는 대원칙을 마련하자는 취지다"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입법예고 과정에서 도덕적 해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금융회사 등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도 ▲간편송금업자에 대한 보이스피싱 방지 의무 부과 ▲보이스피싱 보험상품의 보장범위·판매채널 확대 등이 피해자 구제방안에 담겼다.

◆일정 규모 이상 금융사, FDS 의무 구축 해야

척결방안에는 보이스피싱의 전방위적 예방·차단시스템 구축안도 담겼다. 스마트폰 등 통신수단 부정사용 자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대포폰에 대한 개통-이용단계에서의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공공기관과 금융기관 등을 사칭하는 전화번호 거짓표시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도록 하는 차단 체계를 만든다.

또 보이스피싱 피해 신고 후 2일 이내 전화번호 이용중지 조치가 내려지도록 하고, 중지된 전화번호는 재사용될 수 없도록 원천차단할 예정이다.

또 금융회사가 보다 적극적으로 보이스피싱 의심 거래를 모니터링 할 수 있도록 법제도 등을 손본다. 현재 금융회사나 전자금융업자는 스스로 FDS를 구축해, 자체적으로 금융사기나 부정결제 등 의심거래를 차단하고 있지만 이를 법적으로 규제할 근거는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관련 인프라와·대응체계도 효율적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정부는 법제도 구축 등을 통해 공백을 메운다는 방침이다.

이밖에도 일정 규모 이상의 금융회사에 대해선 FDS 구축을 의무화하고, 이러한 시스템 구축 미흡으로 보이스피싱 피해가 크게 나타날 경우 기관 경고나 과태료 부과가 가능하도록 통신사기피해환급법 등을 개정할 예정이다.

◆연말까지 합동 단속…반사회적 범죄 엄중히 처벌한다

정부는 연말까지 관계부처 합동으로 보이스피싱 단속을 진행할 계획이다. 보이스피싱 조직이 해외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터라, 대검찰청과 경찰청은 해외 주요국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국제 수사 공조 체계를 강화할 예정이다.

수사당국은 적발된 불법혐의에 대해선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전자금융법, 전기통신법, 정통망법을 엄격히 적용해 허용가능한 최대 수준으로 처벌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된 전자금융거래법이 지난 4월말 국회를 통과해, 오는 8월 20일부터 시행된다. 법안이 통과되면서 대포통장 양수도·대여 등의 행위 적발 시 징역 5년 또는 벌금 3천만원을 물어야 한다. 보이스피싱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계좌 관련 정보를 제공·보관·전달·유통하는 행위도 대포통장 범죄 수준으로 처벌된다.

향후 정부는 국내 송금·인출책 범죄 등 보이스피싱 조력 행위에 대해서도 처벌 규정을 신설하고, 보이스피싱 범죄 자체에 대한 법정형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향후 관계부처 의견 수렴 등을 거쳐 관련 내용에 대한 입법예고를 3분기 중 실시할 것이다"라며 "개정 이전이라도 하위 법규 개정, 법 집행 강화 등으로 추진 가능한 과제는 대책 발표와 함께 우선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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