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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 지급 한 달…유통업계, '활로' vs '울상'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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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지속에 매출 상승세도 꺾여…형평성 관련 지적도 이어져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재난지원금)이 지급된 지 한달이 지난 뒤 유통업계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소상공인·자영업자·편의점 등은 오래 만에 밀려드는 고객 덕분에 '활로'를 찾았지만, 재난지원금 사용처에서 배제된 대형마트는 '쓴맛'을 봤다.

15일 행정안전부가 8개 카드사의 5월 11일~31일 신용·체크카드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급총액 5조6천763억 원 가운데 1조4천42억 원이 음식점에서 소비됐다.

마트·식료품점이 1조3천722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뒤를 이었고, 편의점(2천596억 원)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편의점은 유아·어린이용품, 수박, 육류, 뷰티용품 등의 부문의 매출이 고르게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재난지원금의 64%인 3조6천200억 원은 연매출 30억 원 이하 매장에서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1조4천693억 원은 연매출 3억 원 미만의 영세 가맹점에서 사용됐다. 재난지원금이 소상공인·자영업자의 '활로 찾기'에 소비될 것을 유도한 정부 방침이 적중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업계 '함박웃음'에도 홀로 웃지 못한 대형마트…미래도 어두워

반면 재난지원금 사용처에서 배제된 대형마트 업계는 웃지 못했다.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5월 13일~6월 14일 기간 동안 대형마트 업계의 매출은 평균적으로 5%가량 줄었다. 롯데마트는 축산과 주류 매출이 각각 8.0%, 7.9% 역신장하며 전체 7.9% 감소를 기록했다. 이마트와 홈플러스도 축산·과일·채소 등 주력 매출 부문의 소비자가 재난지원금 사용이 가능한 하나로마트, 전통시장 등으로 쏠리며 매출 역신장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계연도 차이로 코로나19 사태 여파가 실적에 반영된 홈플러스는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사진=홈플러스]

대형마트 업계가 운영하고 있는 기업형 슈퍼마켓(SSM)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재난지원금 사용이 가능한 GS더프레시, 하나로마트 등은 양곡, 채소, 와인 등 카테고리별 매출이 최대 40% 이상 올랐지만 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없었던 롯데마트는 매출이 20%가량 줄었다.

이에 업계에서는 재난지원금 사용처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재난지원금 지급의 목적이 소비 촉진을 위한 경기부양임에도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을 가장 크게 입은 대형마트 업계에 대한 '규제 일변도' 정책 기조가 변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대형마트 업계는 업황 부진으로 인한 피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9조629억 원, 영업이익 1천507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2018년 대비 11.8%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67.4% 줄었다. 롯데마트도 지난해 마트 부문에서 6조3천306억 원의 매출과 248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결산 기간의 차이로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실적이 반영된 홈플러스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홈플러스는 2019년 3월~2020년 2월 기간 동안 매출 7조3천2억 원, 영업이익 1천602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직전 회계기간 대비 4.7% 줄었고 영업이익은 38.4% 줄었다. 특히 개정된 리스 회계기준을 적용할 경우 영업이익이 100억 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 업계는 코로나19로 사태 이전부터 온라인 시장 성장 등으로 꾸준히 타격을 입어왔다"며 "코로나19로 인한 타격도 가장 크게 입은 만큼 재난지원금 사용처에서까지 배제시키는 것은 지나친 '표적 규제'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 종식 멀었는데 재난지원금 바닥…"2차 웨이브 대비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종식 국면에 접어들지 못하는 가운데 재난지원금이 밑바닥을 드러내고 있어 최악을 상정하고 다가올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일각으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6월 첫 주 전국 소상공인 사업장의 평균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 줄어들었다. 소상공인 사업장 평균 매출은 재난지원금이 지급됐던 지난달 둘째주에는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이었으며 같은 달 3~4주는 각각 6%, 4% 증가한 바 있다. 이는 지급된 재난지원금이 소진되며 소비심리가 다시 얼어붙기 시작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날 오후 만난 서울 남대문시장 인근의 음식점 점주 김영로(47·가명·남) 씨는 "재난지원금 지급 초기 매출이 급격하게 늘었지만 차츰 다시 줄어들고 있는 게 피부로 느껴지는 상황"이라며 "도매상인들은 재난지원금 효과를 거의 보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어 재난지원금이 바닥나면 어떤 상황이 닥칠 지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는 뉴스를 보면 불안감이 먼저 든다"며 "또 다시 지난 봄처럼 거리가 비어버리게 되면 가게를 정리하는 것도 고려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업계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를 대비한 추가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뉴시스]

이에 업계는 코로나19 사태가 정리되기까지 추가적인 지원책 마련이 시급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재난지원금이 소비를 직접적으로 늘려 코로나19를 겪고 있는 타 국가 대비 경제 타격을 최소화하는 데 공헌했지만 일시적 부양책일 뿐 근본적인 지원 대책을 마련해 '체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2차 감염 웨이브'라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 또 한 번의 재난지원금 지급까지 검토해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장은 "신속한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대한민국이 일본·미국 등에 비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타격을 적게 입은 것은 사실이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에 대해서도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며 "가을~겨울 시기 또 다른 대량 감염 사태가 발생할 경우 이번에 지급된 금액의 50% 선의 2차 재난지원금 지급도검토해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난지원금의 목적은 결국 소비 진작 및 소상공인의 활로 뚫어주기"라며 "대형마트 등은 소규모 협력사들과도 많이 거래를 하고 있는 만큼 다음 재난지원금이 지급될 경우 사용 대상에서 배제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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