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혜리 기자] 서울에 사는 김모 씨. A사 전화, 인터넷 결합상품을 이용하다 거주지를 이전함에 따라 전화를 B사로 번호이동했다. 6년이 지난 후 김 씨는 A사가 자신에게 6년 동안 인터넷 요금을 부과한 사실을 뒤늦게 알고 즉시 반환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결국 김 씨는 방송통신위원회 통신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고 ▲해지 신청 기록 ▲인터넷 미사용 기간 ▲계약 만료 전 고지 여부 등 확인을 통해 A사로부터 환급요청액 50%를 돌려받을 수 있었다.
통신 서비스 이용자 불편사항 등 분쟁 조정 신청건이 연간 1만건에 달하면서 방통위가 통신분쟁조정제도 접근성을 높여 신속한 해결에 나선다. 전용 통신분쟁조정상담센터를 마련하고 비대면 접수, 소명 시스템도 도입키로 했다.
11일 방통위(위원장 한상혁)는 통신 서비스 이용 불편 상담부터 분쟁조정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통신분쟁조정상담센터'를 서울 강남역 인근에 마련했다고 밝혔다.
◆도입 1년 상담 건수 1만건- 접수는 330만건 달해
방통위는 지난해 6월 사업자와 이용자 간 신속한 분쟁 해결을 위해 통신분쟁조정제도를 도입했다.
그동안 통신분쟁은 재정이나 소송을 통해 해결할 수 있었으나 재정의 경우 절차가 복잡하고 처리 기한이 90일로 길어 신속한 피해구제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빠른 처리를 위해 도입된 통신분쟁조정제도는 ▲손해배상과 관련된 분쟁 ▲이용약관과 다르게 전기통신 서비스를 제공해 발생한 분쟁 ▲전기통신 서비스 이용계약의 체결·이용·해지 과정에서 발생한 분쟁 ▲전기통신 서비스 품질과 관련된 분쟁 ▲전기통신사업자가 이용자에게 이용요금·약정조건·요금할인 등의 중요한 사항을 설명 또는 고지하지 않았거나 거짓으로 설명 또는 고지하는 행위와 관련된 분쟁 등을 다룬다.
접수된 분쟁조정 사건은 법조계·학계·소비자단체 등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통신분쟁조정위원들이 사실관계 확인, 관련 법규 적용 등을 거쳐 조정안을 마련한다.
방통위에 따르면 통신분쟁조정제 도입 이후 1년간 통신 불편‧불만 관련 누적 상담 건수는 약 1만1천500건, 통신분쟁조정 접수 건수는 330건에 달했다. 주로 접수된 통신분쟁 상담 유형은 이용 불편에 따른 손해배상, 계약체결·해지 관련 민원, 이용약관 위반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5세대 통신(5G) 상용화 이후에는 5G 서비스 품질 등 이슈 분쟁조정 신청이 증가해 5G 관련해서만 56건이 접수됐다.
그러나 1만건에 이르는 조정신청 건수 대비 담당 인원은 2명에 불과해 인력 부족에 분쟁 해결 사례 공유 등에 어려움이 커 대책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그동안 조정을 신청했던 소비자들은 담당자가 많지 않아 업무가 과도하게 밀리면서 조정을 제대로 수행하기보다는, 통신사에 해당 신청안을 넘겨주고 해결하도록 하는 상황에 불만을 토로했다"며 "또 분쟁 조정 합의 내용을 소비자나 기업이 원치 않으면 공개하지 않아, 본인의 사례가 분쟁조정으로 해결이 가능한지 확인해 볼 방법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방통위가 제도 도입 1년을 맞아 통신분쟁조정상담센터 신설과 더불어 비대면 접수·소명 시스템을 도입키로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비대면으로 접수, 입장 소명도 가능토록 구축
이번에 문을 연 통신분쟁조정상담센터는 통신 서비스 이용자들의 불편사항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상담부터 분쟁조정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 현재 2명인 전담 인력도 7명으로 늘린다.
센터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등을 고려한 화상 상담‧분쟁 시스템도 도입했다. 신청자가 방통위나 센터를 방문하지 않아도 본인의 입장을 소명할 수 있는 것. 이를 통해 분쟁조정위원과 이용자, 사업자 간 원활한 소통을 지원하고 시간·지역 구애 없이 이용자 피해를 신속하게 구제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오는 11월 비대면 접수 시스템을 도입, 온라인으로도 분쟁조정 접수가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분쟁조정 접수는 물론 신청인이 분쟁조정 처리 경과도 확인할 수 있다. 또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이용자 불편‧불만 사항에 대해서는 피해구제 사례와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한다. 전문가 자문, 분쟁조정 신청 등을 지원해 불필요한 문서 작업도 최소화할 계획이다.
시민단체 측은 "동일한 손해를 입은 소비자들이 '내가 구제를 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있도록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길 바란다"며 "아울러 정부 기관에서 분쟁 조정이 잘 진행되도록, 소비자가 덜 피해를 볼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 나서 소비자에 정당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힘써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송혜리 기자 chewo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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