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국내 항공사들이 미증유의 경영위기에 빠진 가운데 업계 맏형인 대한항공도 녹록지 않은 상황에 처했다.
1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경영권 위협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진 가운데 서울시까지 발목을 잡는 등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한진그룹 경영권을 노리고 있는 3자 주주연합(KCGI·조현아·반도건설)은 이달 초 한진칼 지분을 추가로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KCGI와 반도건설 관련 회사들이 각각 주식을 매수하면서 3자 연합의 한진칼 지분율은 42.74%에서 45.23%로 2.49%포인트 늘었다.
3자 연합의 한진칼 지분율은 50%를 눈앞에 두고 있는 가운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의 지분율을 이미 넘어섰다. 조 회장 측 우호지분은 조 회장(6.52%)과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 등을 오너일가 지분을 비롯해 대한항공 사우회(3.8%), 델타항공(14.9%) 등을 포함해 41.15%에 그치고 있다.
다만 지난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조 회장 측이 표 대결에서 완벽히 승리하면서 한진칼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다. 이사 해임 안건은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3년의 임기 동안은 3자 연합의 이사회 진입은 쉽지 않다. 하지만 3자 연합은 이미 대주주 지위를 앞세워 한진칼 경영을 견제하고 있다.
한진칼은 대한항공 유상증자 참여 자금 조달을 위해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결정했는데, 3자 연합의 견제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3자 연합은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에 활용될 수 있다며 "3자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추진하지 말라"는 내용증명을 한진칼에 발송한 바 있다. 결국 한진칼은 유상증자 대신 BW 발행을 선택하며 "가장 현실성 있는 방안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한진칼의 자금조달과 대한항공의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는 올 가을쯤 3자 연합이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3자 연합의 공세가 이어지자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채권단도 대한항공 지분을 확보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정부가 대한항공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
대한항공이 코로나19 직격탄에 따른 경영위기와 경영권위협으로 정신없는 상황에서 서울시도 가세해 대한항공의 발목을 잡았다. 대한항공이 유동성 확보를 위한 자구책의 일환으로 매각을 추진하는 송현동 부지를 두고 서울시가 공원을 조성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대한항공이 보유한 송현동 부지는 현재 주변 시세(3.3㎡당 4500만원)를 고려하면 매각가가 최소 5천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서울시는 보상비로 4천671억3천300만원을 책정하고 대한항공에 답변을 달라고 요구했다. 한푼이라도 더 받고 싶은 대한항공은 주변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넘기라는 서울시의 요구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또한 서울시는 토지 보상비를 오는 2022년까지 나눠서 지급하겠다는 계획이다. 하루라도 빨리 자금 확충이 필요한 대한항공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다. 한진칼 입장에서는 내년 말까지 대한항공이 2조원 이상의 자본을 확충하지 못하면 유상증자로 취득한 신주를 넘겨야 하는 만큼 경영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한항공은 이미 송현동 부지 매각 주간사도 선정한 상황이지만 서울시가 공원 추진 계획을 굽히지 않으면 제값을 받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토지를 매입하고 개발을 추진하더라도 인허가권을 쥔 서울시가 쉽게 내주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조원태 회장은 송현동 부지에 대해 "제값을 받지 못하면 차라리 팔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서울시가 보상비와 관련한 회신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답변을 아직까지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공식적인 입장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제값을 받고 팔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길홍 기자 sliz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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