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한수연 기자] 한시적 공매도 금지로 중소형 성장주 중심의 코스닥이 크게 뛰는 등 국내 증시가 효과를 톡톡히 보자 이제 시장에선 공매도 재개 이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미 주가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한 만큼 시장왜곡 방지 측면에서 공매도를 부활시켜야 한단 의견도 만만찮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가 한시적으로 금지된 지난 3월16일 이후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27.3%, 49.2% 상승했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세계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폭락한 같은 달 19일 대비론 코스피가 49.8%, 코스닥은 무려 75.8% 급등했다.
이는 공매도를 금지하지 않은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국 증시 상승폭을 압도하는 수치다. 실제 같은 기간 미국 스탠다스앤드푸어스(S&P)지수는 32.5% 오르는 데 그쳤고, 유럽 대표지수인 유로스톡스(EUROSTOX)50과 일본 니케이225지수도 상승률이 각각 37.9%, 38.1%에 그쳤다.
◆코스닥, 세계 증시 중 상승률 TOP…공매도 금지의 힘
코로나19 여파로 지수 낙폭이 컸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처럼 단기간 이뤄진 상승엔 공매도 금지 영향이 컸단 분석이다. 특히 그간 공매도 세력의 집중 타깃이 됐던 코스닥 성장주들은 이번 한시적 공매도 금지가 주가상승에 주효했단 평가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스몰캡 담당 연구원은 "금융당국이 한시적 공매도 금지를 시행한 가운데 유동성 장세가 펼쳐지면서 코스닥은 세계 주요국 증시 가운데서도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며 "코스닥은 특히 외국인보다 개인 비중이 높기 때문에, 지금처럼 공매도를 금지하는 환경에선 코스닥의 상승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앞서 지난 3월16일부터 6개월간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를 전면 금지키로 했다. 그러자 개인투자자들은 경기침체 우려 등 각종 부정적 전망에도 굴하지 않고 국내 주식을 저가에 쓸어담으며 이 기간 코스피 10조7천894억원, 코스닥 3조4천407억원 등 14조원 이상을 순매수했다. 한시적으로나마 공매도가 막힌 만큼 주가가 떨어지는 '패닉 셀링' 가능성이 제거됐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공매도 풀리면 조정…바이오주 '긴장'
그러나 공매도 금지는 이제 종료까지 100일밖에 남지 않은 시한부 운명이다. 시장은 벌써부터 우려와 경계를 내보이고 있다. 공매도 금지가 풀리면 하방에 베팅하는 공매도 세력이 다시 등장해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지수 상승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시황 담당 애널리스트는 "과거 사례를 감안하면 이번 공매도 금지는 코스피 지수의 9% 정도를 끌어올린 '부양 효과'를 냈다"며 "공매도가 재개될 경우 높아진 주가수익비율(PER)은 보정될 여지가 있는데, 이는 곧 주가가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변준호 흥국증권 전략·퀀트 연구원은 "공매도가 부활하는 9월 이전까지는 상승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이후에는 성장주 대비 언더퍼폼(시장수익률 하회)했던 가치주의 갭 메우기도 일단락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하태기 상상인증권 애널리스트는 "공매도 금지로 개인 투자자의 시장 영향력이 커지면서 코스닥 상승이 두드러졌다"면서도 "그러나 예정대로 9월 공매도가 재개된다면 최근 상승폭이 컸던 코스닥의 제약·바이오주는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국내 증시 고평가 논란…공매도 순기능 필요
일각에서는 공매도가 금지되면서 국내 증시의 거품을 키우고 있단 목소리도 나온다. 증시 거래량을 늘리고, 고평가된 주식의 거품을 빼는 공매도의 순기능이 사라졌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지난 5일 기준 코스피 주가수익비율(PER)은 무려 25배로 2002년 7월18일(25.31배) 이후 약 17년10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PER은 주가가 이익 대비 얼마나 저평가 또는 고평가됐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이를 토대로 보면 현재 코스피는 2002년 7월 이후 실적에 비해 가장 많이 오른 상태인 셈이다.
최창규 NH투자증권 패시브 전략 담당 애널리스트는 "과거 사례를 고려했을 때 주가가 회복될 경우 공매도 금지 조치도 해제됐단 점에서 이번 금지 또한 연장될 확률은 낮다"고 분석했다.
한수연 기자 papyr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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