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여부를 두고 장고에 들어갔다. 정 회장의 고민이 길어질수록 아시아나항공 임직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 HDC현산은 미래에셋대우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아시아나항공을 총 2조5천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금호산업과 보유한 지분 30.77%는 3천228억원에 인수하고, 2조원대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HDC현산이 2조101억원, 미래에셋대우가 4천899억원을 부담키로 했다. 인수절차는 올해 4월 30일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HDC현산은 지난달 29일에 아시아나항공 주식 취득일을 돌연 연기했다. 또한 변경일은 '거래종결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날로부터 10일이 경과한 날 또는 당사자들이 달리 거래종결일로 합의하는 날'이라고만 밝힐 뿐 명확한 인수계약 완료 시점을 정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HDC현산이 사실상 인수포기 수순을 밟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HDC현산의 사정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가뜩이나 경영상태가 어려웠던 아시아나항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부실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동반 부실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1분기에 연결기준으로 2천920억원의 영업손실과 6천83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기준 1천386.69%였던 부채비율이 1분기 말에는 6천279.78%까지 치솟았다.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로 확산된 2분기에는 항공사들의 실적이 더욱 나빠질 것으로 보이며, 아시아나항공 역시 이를 피해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 회장 입장에서는 인수계약 당시 예상했던 항로에서 한참을 벗어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을 섣불리 품에 안기가 고민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이 정부의 지원을 충분히 받은 뒤 인수 여부를 확정짓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 회장의 고민이 길어질수록 아시아나항공 임직원들이 느껴야 하는 불안감도 더욱 커진다. 아시아나항공 내부에서는 HDC현산의 인수 포기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도 감지되지만, 인수계약이 정상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다는 기대도 여전하다. 정 회장이 인수포기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면 사실상 아시아나항공 임직원들을 희망고문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정 회장이 인수 여부에 대해 확실한 입장을 좀 더 서둘러 내놔야 한다. 이는 정 회장의 결단만 기다리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임직원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또한 HDC현산이 입장을 명확히 해야 산업은행도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산업은행은 지난달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추가 지원을 결정하면서 "HDC현산이 기업결합승인 절차 등을 완료하고 정상적으로 인수를 종결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기자회견을 자청해 "아시아나항공은 국적항공기로 성장해왔지만 현재 어려운 상황이라는 데 안타까움을 느낀다"면서 "아시아나항공 임직원들과 함께 주주와 사회, 나아가 대한민국 국가 경쟁력에도 이바지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정 회장이 이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공염불에 그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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