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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맞수열전] 위기속 빛 발한 삼성전기 경계현·LG이노텍 정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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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한 사업재편 통해 핵심 사업 위주 포트폴리오 갖춰…신사업 육성도 활발

[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대내외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도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굴지의 전자업계가 글로벌시장에서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전자업계는 그간 내로라하는 글로벌기업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당당히 글로벌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의 첨병 역할을 했다. 이에 아이뉴스24는 [2020 맞수열전]이란 주제로 해외시장을 주무대로 질주하는 라이벌 기업간 숨은 경쟁을 CEO 경영전략으로 풀어본다. [편집자 주]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 등 사회적인 큰 변화가 '뉴 노멀'이 되는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수립해 상승 국면에서 효과적으로 적응하도록 대응 태세를 갖춰야 한다." (경계현 삼성전기 사장)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힘든 한 해가 되겠지만, 미래 지속성장 기반 구축과 함께 글로벌 일등 소재부품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자." (정철동 LG이노텍 사장)

국내 양대 전자부품 업체인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코로나19 속에서도 나란히 괜찮은 1분기 실적을 받아들었다. 삼성전기는 MLCC(적층형세라믹콘덴서)와 스마트폰용 카메라모듈이, LG이노텍은 스마트폰용 카메라모듈과 5G(5세대 이동통신)용 반도체 기판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결과적으로 핵심 사업이 위기 속 빛을 발한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은 결국 2분기 이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삼성전기와 LG이노텍 모두 스마트폰 시장의 위축 등으로 2분기 실적이 전 분기 대비 상당 부분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취임하자마자 사상 유례없는 '뉴 노멀' 상황에 놓인 경계현 삼성전기 사장, 취임 2년차 들어 어려운 시장 상황과 직면한 정철동 LG이노텍 사장으로서는 쉽지 않지만 반드시 헤쳐 나가야만 할 국면이다. 이를 위해 양사 모두 주력 사업은 강화하고, 비주력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는 행보를 명확히 하고 있다.

◆안 되는 사업은 과감히 손 떼…'선택과 집중'으로 위기 돌파

지난해 말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약 보름 차이로 비슷한 내용의 공시를 했다. HDI PCB(스마트폰용 고밀도 인쇄회로 기판) 사업에서 공식적으로 철수한다는 것이었다.

LG이노텍이 지난해 11월 28일 먼저 HDI PCB 사업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혔고, 이어 12월 12일 삼성전기가 HDI PCB 기판사업을 담당하는 중국 쿤산 생산법인의 청산을 결정했다. 양사 모두 지속되는 수익성 악화에 따른 경쟁력 상실을 사업 철수 요인으로 꼽았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 탓이었다.

양사 모두 기판 사업은 핵심 사업 중 하나다. 한때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꼽혔던 스마트폰용 기판 사업은 단연 중요 사업이었다. 그러나 시장 상황이 변화하면서 중국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약진하기 시작했고 결국 손을 떼기로 했다. 그 대신 양사는 나란히 반도체용 패키지 기판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잘 되는 사업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경계현 삼성전기 사장 [출처=삼성전기]
경계현 삼성전기 사장 [출처=삼성전기]

정철동 LG이노텍 사장. [출처=LG이노텍]
정철동 LG이노텍 사장. [출처=LG이노텍]

스마트폰용 기판은 양사의 사업 재편 중 '빙산의 일각'이었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무선충전사업부를 켐트로닉스에 매각했고, PLP(패널레벨패키지) 사업을 삼성전자에 양도했다. 전임 대표인 이윤태 사장이 적자였던 이들 사업부를 정리하면서 체질 개선에 나선 것이다. LG이노텍 역시 지난해 9월 전자가격표시기(ESL) 사업을 에이텍티엔에 양도했고, LED 사업부는 점진적으로 축소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대신 '잘 되는 사업'에 집중했다. 삼성전기는 지난 2016년부터 MLCC 관련 사업에 지속 투자하고 있다. 특히 기존 IT용 MLCC에서 범위를 넓혀 자동차 등에 활용되는 전장용 MLCC에 주목했다. 삼성전기는 지난 2018년 부산과 중국 톈진(천진)에 전장용 MLCC 생산라인을 증설 개시했다. 올해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부산사업장에 전장 전용 원재료 공장도 신축 중이다.

LG이노텍은 연초 꾸준히 카메라모듈 공장 증설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17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1분기 중 모바일용 카메라모듈 사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했다. 총 투자 금액만 2조1천697억원에 달한다. LG이노텍 측은 사업 경쟁력 강화와 높아진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관련 시설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메라모듈 사업을 담당하는 광학솔루션사업은 LG이노텍 매출의 66%(올해 1분기 기준)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양사가 최근 공통적으로 주목하는 분야는 5G(5세대 이동통신) 관련 부품이다. 삼성전기는 5G 안테나 패키지 기판, 통신 모듈 등 5G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들이 컴포넌트 및 기판 사업부문의 실적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 LG이노텍 역시 5G 반도체 기판을 중심으로 5G 관련 사업을 강화하는 추세다.

◆성장세 이어가는 카메라모듈 시장, 양사 '정면충돌'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카메라모듈, 특히 스마트폰용 카메라모듈 시장에서 나란히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양사 모두 카메라모듈 시장에서 두자릿수 글로벌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이노텍의 경우 지난 2019년 기준으로 15%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고 사업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삼성전기는 사업보고서에 점유율 관련 언급은 없지만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보고 있다.

양사 모두 사업보고서를 통해 카메라모듈 시장의 중요성에 대해 밝히고 있다. 스마트폰의 고사양화로 카메라모듈 역시 프리미엄 제품이 많이 탑재되는 추세며, 탑재 수량도 늘어나면서 전반적으로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스마트폰 외에도 차량용·의료용 등 기타 목적으로 쓰이는 카메라모듈 시장도 성장 추세인 상황이지만, 여전히 주력은 스마트폰용 제품이다.

삼성전기는 모회사인 삼성전자가 최대 고객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노트 시리즈 등에는 삼성전기의 카메라모듈이 꾸준히 탑재된다. 올해 2월 출시된 '갤럭시S20 울트라'에는 삼성전기의 폴디드 카메라모듈이 장착됐는데, 이를 바탕으로 갤럭시S20 울트라는 최대 10배까지 화질 손상 없이 확대가 가능하다. 삼성전자 이외에도 오포·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에도 카메라모듈을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기의 광학 5배줌 카메라모듈. [출처=삼성전기]
삼성전기의 광학 5배줌 카메라모듈. [출처=삼성전기]

LG이노텍의 3D 센싱 모듈. [출처=LG이노텍]
LG이노텍의 3D 센싱 모듈. [출처=LG이노텍]

LG이노텍의 최대 고객은 단연 애플이다. 애플이라는 핵심 고객사를 확보하면서 LG이노텍의 광학솔루션 사업은 빠른 속도로 성장을 이뤘다. 지난해 하반기 애플은 아이폰에 최초로 후면 트리플카메라를 적용한 '아이폰11 프로'와 '아이폰11 프로 맥스'를 내놓았는데 역시 LG이노텍의 카메라모듈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이최근 내놓은 '아이폰SE'에도 LG이노텍의 제품이 탑재됐다.

양사는 카메라모듈뿐만 아니라 3D 센싱 모듈도 주요 스마트폰 고객사에 공급하고 있다. 3D 센싱 모듈은 심도카메라를 구성하는 데 핵심이 되는 부품으로, 사물과의 거리와 심도 정보를 측정하고 이를 이미지센서가 찍은 사진과 결합해 3차원 촬영 결과를 얻는다. 이를 통해 얼굴인식을 통한 잠금해제 등을 구현 가능하다.

향후 스마트폰 카메라의 고성능화가 지속되고, 다양한 부가 기능들이 탑재되면서 카메라모듈과 3D 센싱 모듈 등 관련 부품 시장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스마트폰 시장이 쪼그라들면서 카메라모듈 사업 매출도 일시적으로 줄겠지만, 양사는 하반기 주요 업체들이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공개하면서 머지않아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산업 전반이 불확실성에 휘말리면서 전방 산업과의 연계성이 높은 후방 산업들도 불확실성에 예외가 아니다"라며 "위기 속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결국 핵심 산업에 대한 꾸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삼성전기와 LG이노텍 모두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윤선훈 기자 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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