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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두달만에 망 이용 가이드라인은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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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유튜브 화질 저하, 망 품질 논란 주목해야

[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구글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유튜브 영상 품질을 HD에서 SD급으로 순차적으로 낮추기로 했다.

이에 앞서 넷플릭스와 아마존 프라임, 애플TV, 디즈니 플러스 등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TT) 사업자들도 지역마다 트래픽 관리에 나서고 있다.

이같은 조치는 네트워크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혹시 발생할 이용자 피해를 최소화시켜준다는 점에서 긍정적 보인다.

다만, 글로벌 대형 콘텐츠 업체(CP)의 첫 트래픽 관리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유럽과 국내 사례 차이 역시 꼼꼼히 짚어볼 필요가 있다.

가령 유럽의 경우는 글로벌 CP가 유럽연합(EU)의 권고 및 충분한 논의를 거쳐 내린 결정이다. 반면 국내 상황은 다르다. 구글이 선제적으로 유튜브 트래픽 관리에 나선 것으로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 및 인터넷제공사업자(ISP)와 논의는 없었다.

이는 지난 1월 방통위가 시행한 '망 이용계약 가이드라인'이 무색한 것으로 해석에 따라 문제가 될 여지가 있다. 해당 가이드라인에는 구글 등과 같은 CP의 트래픽 경로 변경 등 망 품질 관련 이슈 발생시 이를 사전에 ISP에 통보 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특히, 당초 초안에는 CP에 대한 '망품질 유지 노력'이 포함됐으나, 망품질은 ISP의 권한으로 CP에는 책임이 없다는 지적에 통보로 완화됐다. 망 품질 권한이 없는 CP인 구글이 이번에 독단적인 망 품질 조정에 나선 셈이어서 앞뒤가 안맞는 형국이 됐다.

일단 방통위는 이 같은 구글의 화질 저하 설정에는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임의경로 변경과 같은 문제도 아니고, 이용자 피해가 발생한 것도 아니라는 판단이다.

이는 해당 가이드라인이 확정된 지난 연말 방통위 상임위원들의 "국내외 역차별 해소를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 거나 "글로벌CP 참여를 끌어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해외 CP에 시정을 촉구할 정부 의지가 담긴 점에 의미가 있다"는 평가나 발언과는 온도차가 있는 대목이다.

또 구글 측은 코로나19로 인한 망부하에 대비하자는 취지에서 상황의 특수성 등을 고려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항변이다. 콘텐츠 품질을 떨어뜨린 점은 인정하나 품질이 아닌 재생 설정을 변경한 것으로 사용자가 언제나 고화질로 변경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상황 인식도 여유로워 보인다.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24일 '인터넷 트래픽 등 ICT 서비스 안정성 점검 회의' 자리에서 이동통신 트래픽 사용량 최고치는 아직 사업자(통신사)들이 보유한 네트워크 인프라 용량의 45~65% 수준이라고 밝혔다. 여러모로 현재로선 망부하, 망 품질 등의 문제는 없다는 판단인 듯 하다.

그러나 구글이 화질을 임의로 떨어뜨린 것은 글로벌CP가 정부 또는 ISP 사전 논의 없이 언제든 특수 상황을 이유로 망품질에 관여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애플TV나 디즈니 플러스 등 국내 진출을 앞둔 다양한 글로벌 OTT 들에는 선례가 될 수 도 있다.

더욱이 날로 급증하고 있는 트래픽 사용량을 볼 때 앞으로 3년 내 유럽과 같은 트래픽 과부하 및 일시적 오류를 감당해야 하는 중대한 상황이 올 수 있다.

실제로 ETRI의 '국내 모바일 트래픽 현황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이동통신 가입자수는 7천5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또 2017년 3분기 기준 이동통신 데이터 트래픽은 305페타바이트(PB) 수준이었으나 2023년에는 3.2엑사바이트(EB)까지 폭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5세대 통신(5G) 가입자 증가는 이 같은 트래픽 폭증을 더욱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5G 가입자수는 2023년 2천700만명 수준으로 예상되나 트래픽은 전체의 57%인 4G 가입자 보다 약 7배 이상의 많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망에 무임승차한 글로벌 대형 CP의 '코리아 패싱'은 망 품질 확보는 물론 국내외 역차별 해소를 위해 무엇보다 시급한 현안이다. 정당한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고, 코로나19 극복에 힘을 보태고 있는 국내 CP들을 위해라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아야 한다.

김문기 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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