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연춘 기자] 국내 증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폭락을 거듭하자 재계 총수들이 사재를 털어 자사주 쇼핑에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일각에선 주가 부양과 책임 경영의 일석이조 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기업 또는 총수의 자사주 매입은 투자자들에게 호재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23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현대차 주식 13만9천주와 현대모비스 주식 7만2천552주를 장내 매입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매입한 현대차 주식은 주당 6만8천435원, 현대모비스 주식은 주당 13만789원에 매입해 총 190억원 규모다. 이번 자사주 매입을 통해 정 수석부회장의 현대차 지분율은 기존 2.36%(501만7천주)에서 2.41%(515만6천주)로, 현대모비스는 0.08%(7만3천주)로 증가했다.
정 수석부회장이 코로나19 사태로 주식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책임경영 의지를 담아 자사주를 매입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실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코로나19 글로벌 확산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이 부품 조달과 생산 차질에 자동차 구매력까지 떨어지면서 위축되고 있고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역시 이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 뿐만이 아니라 최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비롯한 롯데지주 임원들이 책임 경영 의지 실천의 일환으로 폭락장에서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신 회장은 지난해 연봉의 절반 수준인 10억원 상당의 자사주를 사들였다.
앞서 20일 신 회장은 1주당 평균 2만1천52원에 롯데지주 4만7천400주를 장내에서 매수했다. 이에 신 회장의 보유주식 수는 기존 1천228만3천541주에서 1천233만941주로 늘어났다. 신 회장의 롯데지주 보유지분도 10.47%에서 1.20%포인트 증가한 11.67%로 늘어났다. 신 회장의 자사주 매입 총액은 총 9억9천786만원으로 지난해 연봉의 절반 수준이다.
신 회장과 함께 롯데지주 임원 29명 전원이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황각규 부회장은 롯데지주 주식 300주를 매입했다. 대내외적인 여건 악화로 롯데지주 주가가 약세를 이어가자 임원들이 자발적으로 자사주 매입을 나섰다고 롯데그룹 측은 설명했다.
오너 3~4세들의 자사주 매입도 활발하다. GS그룹의 오너4세인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은 지난 6일과 9일 ㈜GS 보통주 3만4천133주를 장내 매수했다. 올해 들어서만 총 204억원을 들여 15차례 주식을 매입, 지분율도 지난해 말 1.51%에서 올해 2.01%로 올랐다.
구자열 LS그룹 회장의 아들 구동휘 전무는 지난 10일 ㈜LS 보통주 1천주를 매수했다. 구 전무가 이달 들어 장내매수 한 ㈜LS 주식은 7천600주에 달한다.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의 아들인 구자은 LS엠트론 회장도 지난 10일 ㈜LS 보통주 2천500주를 장내 매수했다.
CEO들도 자사주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달 14일 1천주를 매입한 이후 17일 500주를 추가로 사들였다. 한 달 새 3억4천만원을 들여 1천500주를 취득했다. 윤춘성 LG상사 대표도 지난달 17일 자사주 3천700주를 약 4천900만원에 달한다. 최성안 삼성엔지니어링 대표는 지난달 24일 자사주 4억4천250만원어치에 달한다.
일각에선 저평가된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소각하는 기업은 당분간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외부적인 요인으로 큰 폭의 주가 하락이 있을 때 회사를 책임감 있게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현재 주가가 회사의 실제 가치보다 저평가된 수준이라는 점 등도 감안한 것으로 경영진이 주식을 매입하면서 주주들에게 향후 주가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를 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연춘 기자 stayki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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