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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로밍 정보로 감염병 확산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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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스템은 이미 운영…글로벌 공조 필요

[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최근 발생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각국이 출입국 관리 등 확진자 동선파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수많은 인원들의 이동경로를 한눈에 파악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단순 출입국 정보로는 동선 파악에 한계가 있다.

감염병 발병국가를 방문한 뒤 여러 국가를 경유해 입국했다면 세부 경로 확인도 어렵고, 발병시 2차 이상의 감염 확산 차단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의 대안으로 주목받는 게 로밍 정보다. KT의 경우 메르스 사태 이후 로밍 정보를 활용한 '감염병 확산 방지 프로젝트(GEPP)'를 발표하기도 했다. 통신사가 가진 로밍 데이터를 전세계가 공유하면, 감염병 확산 등을 막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로밍'은 서로 다른 통신사의 서비스 지역에서 통신이 가능하도록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들에게는 필수. 실제로 이 같은 로밍 관련 정보가 감염병 확산 방지 등에 일조할 수 있을까.

 [사진=조성우 기자]
[사진=조성우 기자]

◆감염병 확산에 로밍 정보 활용 …메르스 이후 시스템 갖춰

로밍 정보를 감염병 확산 방지에 활용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이미 로밍정보를 활용한 사례도 있다. 2015년 발생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MERS)가 계기가 됐다.

과거 우리나라는 메르스 1번 환자, 지카바이러스 1번 환자 모두 제 3국을 거쳐 들어오면서 동선 확인이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이에 따라 질병관리본부는 이동통신 3사로부터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특정 감염병 오염국가에 방문한 사람에 대한 정보를 공유받고 있다. 2015년 메르스 방역에 어려움을 겪은 뒤 이에 통신 데이터를 활용하고 나선 것.

당시 정부는 중앙메르스대책본부 내 위치정보팀을 구성, 이통 3사의 데이터를 수집해 확진자 이동경로를 파악했다. 이후 2016년 이통 3사와 '감염병 오염국가 방문 국민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게 됐다.

해당 시스템으로 실제 효과도 봤다. 2015년 메르스 발병때 확진자가 186명에 달했지만 2018년 발병 때는 추가 확대 없이 38일만에 종식됐다. 초기 대응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자료=KT]
[자료=KT]

이번 코로나19 사태에도 활용되고 있다. 이에 더해 확진자 동선 파악에는 카드사 이용내역 등도 활용된다. 통신사 '위치정보'의 경우 개인정보여서 경찰서를 통해 정보를 공식 요청해 제공받고 있다.

◆가입자 위치 확인 등 원리-아직은 제한적

로밍 정보가 감염병 확산 방지에 쓰일 수 있는 것은 로밍에 기지국과 단말이 주고 받는 데이터, 즉 '기지국 GPS 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통신사의 서비스 지역일지라도 전송방식은 동일하기 때문에 기지국 기반의 위치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것.

가령, 특정 통신사 가입자가 해외로 나가 단말을 켜면 해외 통신사는 서비스 제공을 위해 국내 통신사와 가입자 정보를 공유한다. 가입자 휴대전화 정보와 로밍 네트워크 국가 및 사업자 정보 등이 제공되는 것.

이는 최초 연결과정에서 근처 기지국을 통해 통신신호를 한번이라도 받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우리 국민이 해외 도착 후 외교부 안내 문자 및 통신사 로밍 서비스 요금에 대한 다양한 문자를 자동으로 받는 것도 같은 원리다.

이재호 KT AI/DX융합사업부문 AI이니셔티브팀 차장은 "KT 가입자가 외국 방문시 휴대전화 신호를 잡으면 해당 통신사는 KT에 가입자 접속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며, "이 정보를 통해 KT는 가입자가 어느 국가에 머물렀는지 파악하고,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제공받은 오염국가리스트와 대조해 감염병 오염국가 방문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정보는 일정 기간 보관되며, 질병관리본부는 입국 이후 시점부터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을 통해 잠복기 기간 중 오염국가 방문이력정보를 의료기관에서 조회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로밍정보를 활용한 빅데이터 분석 [사진=KT]
로밍정보를 활용한 빅데이터 분석 [사진=KT]

그러나 이 같은 방식에도 일부 한계가 있다. 먼저 해외 도착 전, 또는 단말을 켜기 전 현지 유심(USIM)으로 교체할 경우 이 같은 과정이 생략돼 위치 파악이 어렵다는 맹점이 있다. 국내 특정 이통사가 아니라 현지 이통사와 직접 연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SK텔레콤 로밍사업팀 송인방 매니저는 "해외 도착전 현지 유심으로 교체하면 여행자의 해외 여행 여부를 확인할 수 없어 재난 사태 발생시 긴급연락을 받지 못할 수 있다"며, "최초 신호와 외교부, 통신사 안내 문자는 모두 무료로, 해외 여행에서 안전을 위해 현지에서 통신신호를 한번 정도 받는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이는 굳이 통화나 데이터, 문자를 주고받지 않아도 확인은 가능하다.

이통사가 제공하는 정보는 휴대전화의 시간대별 기지국 위치 정보로, 사용자가 실제 통신 서비스를 사용하는 과정과 사용하지 않을 경우 통신 과정이 구분돼 있다. 두 가지 데이터를 모두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휴대전화가 꺼지지 않는다면 확진자의 동선 파악에 필요한 데이터는 확보할 수 있다.

◆ 해외 방문객 로밍정보 공유, 국제 공조 등 보완 필요

이 같은 '로밍' 정보를 감염병 확산방지 등에 적극 활용하려면 국제적인 공조도 필수다.

현재 이통 3사와 질본 등이 협력한 시스템은 우리 국민 로밍 정보에 국한된다. 로밍계약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 통신사, 국가의 국민이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 그에 따른 로밍 정보는 얻을수 없다.

코로나19 사태에서 보듯 외국인 국내유입에 따른 2차 감염의 경우 동선 파악 문제로 대응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다. 이에 따라 방문객의 로밍 정보까지 획득하려면 국가간 협력체계부터 구축돼야 한다.

KT가 제안한 'GEPP'의 경우도 이의 일환. 현재 케냐, 가나, 르완다, 캄보디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등가 협조하고 있다.

로밍 등 위치도 개인정보인만큼 이의 보호, 유출을 막는 장치 등도 구비돼야 한다. 다만 충분한 글로벌 공감대만 형성된다면 기술적인 제한은 없다는 설명이다.

이재호 차장은 "수집된 로밍데이터는 감염병 잠복기 기간 동안만 보관되고 이후에는 시스템에 의해 자동 파기된다"며 "KT의 경우 데이터를 질병관리본부에 제공함과 동시에 가입자에게 정보 제공 사실을 SMS를 통해 통지, 투명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오염국가 지정 시에도 질병관리본부와 통신사가 합의 해야해 감염병 유입 방지 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한 구조"라고 덧붙였다.

통신사-질병관리본부의 시스템이 모두 폐쇄망에 위치하고 있고, 양 시스템간 연결도 인터넷이 아닌 전용회선을 통해 이뤄지고 있어 외부 해킹 등에서도 안전하다는 설명이다.

김문기 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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