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연춘 기자] '매출 3조6천239억원, 영업손실 2천819억원'. 지난해 쌍용자동차가 받아든 성적표다. 지난 2009년 2천934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한 후 10년 만에 최악의 적자를 기록했다.
쌍용차는 르노삼성차, 한국지엠(GM) 등과 함께 완성차업계 '언더덕(underdog)'으로 평가된다. 언더독은 본래 투견(鬪犬)에서 밑에 깔리는 개를 뜻했다. 경쟁에서 '이기거나 성공할 가능성이 낮은 약자'에 비유된다.
문제는 올해다. 심각한 실적악화로 '생존의 기로'에 놓였다는 평가마저 나오기 때문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가 돌파구 마련을 위해 신차를 선보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티볼리와 코란도, 렉스턴 등 기존 모델들의 신형으로 돌파구에 나섰지만, 올해의 상황은 불투명해지고 있다.
애초 쌍용차는 코란도 기반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선보일 계획이었지만, 개발지연으로 이마저도 시기를 논할 단계가 아닌 상황이다.
가뜩이나 경쟁이 심화한 가운데 돈줄까지 마르면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쌍용차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의 파완 고엔카 사장이 한국을 다녀간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 이렇다할 투자 발표는 나오지 않고 있다. 쌍용차의 경영 정상화 이정표는 고엔카 사장이 방한 때 밝힌 '2023년 흑자전환' 계획이 전부다.
쌍용차는 최근 이사회를 열어 오는 2022년까지 수익성 회복을 뼈대로 한 '3개년 사업계획'을 승인했다. 총 5천억원의 자본 투입을 전제로 한 것이라 자본 조달 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5천억원의 자본의 절반 이상은 빚을 갚는 데 쓰인다고 마힌드라가 밝혀 쌍용차의 지속 가능성에 여전히 물음표다. 자금이 모두 마련되면 마힌드라는 각각 쌍용차 운영 정상화에 3천억원, 부채 상환에 2천억원을 사용할 계획이다. 쌍용차로선 경쟁력 있는 신차 개발이 중요한데 여기에 필요한 자금이 충분한지 불확실하다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쌍용차는 올해 신차 출시 계획이 없어 내수 판매를 늘리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남은 카드는 해외시장 드라이브를 통한 돌파구다. 고엔카 사장 역시 쌍용차의 신규 해외시장 진출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고엔카 사장은 "쌍용차는 올해 러시아와 베트남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시장은 한때 쌍용차 수출 물량의 30%가 판매됐지만 지난 2015년 루블화 폭락에 따른 영업환경 악화로 철수한 곳이다. 베트남은 한국 브랜드 선호도가 높은 시장이다.
아울러 벨기에, 독일, 영국 등 유럽 주요 시장에서의 맞춤형 마케팅 활동을 강화함으로써 올해 유럽시장 수출 확대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하지만 여러 가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쌍용차의 현실이 그리 녹록치만은 않다.
현대기아차, 한국지엠이 SUV 전문업체인 쌍용차보다 많은 SUV 라인업을 갖추고 있는데다 올해 다수의 신차를 출시하기 때문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올해 판매 목표 달성을 위해 수출 회복이 시급한 만큼, 신흥시장 진출과 함께 유럽 현지에서 인기 있는 모델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브랜드 인지도 제고 및 판매 확대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연춘 기자 stayki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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