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철강업계와 조선업계가 올해 선박용 철강재인 후판가격 인상을 놓고 맞붙었다. 철강업계는 원재료 인상에 따른 가격전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조선업계는 업황이 녹록지 않다며 맞서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철강사들은 이달부터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사들과 하반기 후판 공급물량 단가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후판은 배를 건조할 때 주로 쓰이는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으로 선박 건조 비용의 약 20%를 차지한다.
통상 이들 업계는 상반기와 하반기 두차례 후판가격을 놓고 협상한다. 그동안 상반기 후판 가격 협상은 전년 하반기에, 하반기는 상반기 내 끝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상반기 가격협상이 연초에 시작해 6월께 마무리됐고 하반기 협상도 7월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철강업계는 지난해 후판가격이 사실상 동결된 만큼 올해 인상하겠다는 입장이다. 철광석 가격은 2018년 12월 이후 꾸준히 상승하면서 지난해 7월 톤당 122달러를 기록하며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후 조금씩 하락했지만 여전히 톤당 90달러선을 유지하면서 지난 2017년, 2018년 70달러대를 훨씬 웃돌고 있다.
실제로 철강업계는 철광석 가격 급등으로 일제히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0% 감소한 3조8천689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제철도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무려 67.7% 감소한 3천313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조선업계는 철강업계의 이같은 움직임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안 그래도 경영난에 시달리는 가운데 후판가격이 인상될 경우 수익성이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최근 신규수주는 늘고 있지만 대부분 저가 수주 물량이고 실제 실적에 잡히기까지는 2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국내 조선3사 중 한국조선해양만 영업이익 흑자전환하며 호실적을 기록하고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역성장했다. 이들은 최근 철광석 가격이 조정국면에 들어갔다는 점을 강하게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중국산 후판 비중 확대 검토 등도 하나의 협상 카드로 고려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산 후판이 그동안 품질이 나빴다면, 서서히 품질도 개선되면서 이른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비교)'가 좋아졌다"며 "국내산을 완전 대체는 불가능하지만, 조금씩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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