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과학 산업 경제
정치 사회 문화·생활
전국 글로벌 연예·스포츠
오피니언 포토·영상 기획&시리즈
스페셜&이벤트 포럼 리포트 아이뉴스TV

두 개로 쪼개진 한진家…'전문경영인 체제' 앞세워 표심잡기

본문 글자 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전문경영인에 오너 입김 개입 가능성…진정한 전문경영인체제 불가능

[아이뉴스24 황금빛 기자] 한진그룹 총수 일가가 두 진영으로 나뉘어 경영권 다툼을 본격화하고 있다. 현재 두 진영 간 지분율 격차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나머지 주주들의 표심 잡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이에 양 진영 모두 내달 열릴 주주총회를 앞두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앞세워 주주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전문경영인 체제에서도 오너의 입김이 개입될 여지가 있는 만큼 진정한 의미에서의 전문경영인 체제는 불가능 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 총수 일가가 장남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 두 진영으로 나뉘어 경영권 다툼이 치열해지고 있는 모양새다.

현재 조 회장에게는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동생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 등이, 조 전 부사장에게는 한진칼 주요 주주인 KCGI(강성부펀드)와 반도건설 등이 각각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이렇게 경영권을 두고 두 진영으로 나뉘어 다툼이 본격화한 이유는 내달 열리는 한진칼 주총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 두 진영의 지분율이 팽팽한 상황이다. 조 회장은 본인 지분 6.52%에 이 고문 5.31%, 조 전무 6.47%, 재단 등 특수관계인 4.15%,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델타항공 10.0%와 카카오 1.0%를 더하면 한진칼 지분 33.45%를 확보하게 된다. 한진칼 지분 6.49%를 보유하고 있는 조 전 부사장의 경우 KCGI 17.29%, 반도건설 8.28%를 합하면 지분율 32.06%를 확보한다.

조 회장이 사내이사 연임을 하기 위해서는 지분율 40% 정도를 확보해야 한다. 이에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이 캐스팅보트로 떠오르게 됐다. 그러면서 양 진영이 캐스팅보트의 지지를 얻기 위해 한 목소리로 '전문경영인 체제'를 통해 경영개선, 주주가치 제고 등을 이룰 것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조 전 부사장은 KGCI, 반도건설 등과 '반(反) 조원태 3자 연합'을 구성하고 공동 입장문을 냈다. 이들은 "세 주주의 합의는 그동안 KCGI가 꾸준히 제기해 온 전문경영인제도의 도입이다"며 "세 주주는 경영 일선에 나서지 않고 전문경영인에 의한 혁신적 경영이 이루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3자 연합은 본격적으로 전문경영인 선임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적임자를 정해 주주제안을 하고 소액주주로부터 추가적인 우호지분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3자 연합에 대한 반격에 나선 이 고문과 조 전무도 지난 4일 조 회장에 힘을 실어주는 입장문을 내면서 "조원태 회장을 중심으로 현 한진그룹 전문경영인 체제를 지지한다"며 "현 경영진이 최선을 다해 경영성과를 개선하고 전문경영체제 강화와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개선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밝혔다.

(왼쪽부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진=아이뉴스24 DB]
(왼쪽부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진=아이뉴스24 DB]

전문경영인 체제는 기업 경영을 소유자가 아닌 전문적인 관리자에게 맡겨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것이다. 전문경영인과 오너경영인 체제 모두 각각의 장단점이 있지만, 전문경영인 체제 강화를 요구하는 것은 기업을 그 분야 전문가에 맡겨 성장·발전시키고 오너 일가의 전횡과 독단적 경영을 막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

하지만 전문경영인 체제는 협의의 문제다. 윤창현 서울시립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대주주가 주요 주주들과 연합해서 전문경영인을 배치하는 것은 어떤 공식적인 선발 과정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협치다"며 "예를 들어 조 전 부사장, KCGI, 반도건설이 모두 동의할 수 있는 사람을 전문경영인으로 앉히는 것"이라고 얘기했다.

이어 "전문경영인은 실무적으로 회사 경영에 상근하면서 참여하는 사장, 부사장, 전무 등을 말하기 때문에 지금도 기본적으로 전문경영인 체제가 일부 있다고 봐야 한다"며 "그런 분들한테 대주주가 뒤에서 힘을 많이 실어주고 큰 그림만 그려주고 세세한 부분에 관여를 하지 않으면 전문경영인 체제가 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즉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화한다고 해도 전문경영인으로 누구를 앉히고, 전문경영인에게 어느 정도 권한을 위임할지 등을 결정하는데 오너의 입김이 개입될 여지는 충분한 것이다. 물론 대주주 입장에서 믿을 만한 전문경영인을 앉히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오너의 개입이 과감한 의사결정과 이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한다는 점에서 나쁜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전문경영인 체제는 불가능 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 진영에서 한 목소리로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화할 것이라고 하는 것만 봐도 전문경영인 체제라는 것이 누가 경영권을 쥐고 있는지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실제로 지난 2018년 고(故) 조양호 전 회장이 조 전무(당시 대한항공 광고담당 전무)와 조 전 부사장(당시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의 '물컵 갑질'과 '땅콩 회항'에 대해 사과하며 전문경영인 도입 요구에 부응한다며 전문경영인 부회장직을 신설해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를 보임하겠다고 밝혔는데, 석 대표이사는 전문경영인이기도 하지만 고(故) 조 전 회장의 오른팔로 불린 측근이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오너가 있는 한 전문경영인 체제는 형용모순이다"며 "전문경영인은 곧 바지사장이나 다름없어 전문경영인 체제를 가고 안 가고는 다 말장난이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우리 재벌 체제에서 실질적으로 오너 일가의 횡포을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지 있는 걸 없는 걸로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한편 참여연대도 3자 연합의 공동 입장문과 관련해 지난 4일 논평을 내고 전문경영인 제도 도입을 비판했다.

참여연대 측은 "조 전 부사장이 전문경영인제도 도입을 내세우지만 '조양호 전 회장의 유훈을 받들 것'을 다짐하는 등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해도 향후 기업 가치를 훼손하는 행보를 보일 공산이 크다"며 "상법 등 관련법과 주주총회, 이사회 등 절차에 따른 회사 경영이 아닌 선대 회장 유훈을 거론하는 문제 많은 한진그룹 총수일가는 경영에서 손을 떼고 독립적 이사로 구성된 이사회가 경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금빛 기자 gold@inews24.com



주요뉴스


공유하기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 해주세요.
alert

댓글 쓰기 제목 두 개로 쪼개진 한진家…'전문경영인 체제' 앞세워 표심잡기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댓글 바로가기


뉴스톡톡 인기 댓글을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