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무노조 경영'을 표방하던 삼성전자에 창립 50주년 만에 상급단체에 가입한 노동조합이 출범했다.
한국노총은 16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출범식'을 개최했다. 지난 11일 경기도 수원시에 설립신고를 한 삼성전자 노조는 13일 설립신고증을 교부받아 합법 노조로 인정받았다. 그리고 이날 정식으로 출범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개시했다.
삼성전자가 '노조 없는 기업'으로 알려졌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는 사실이 아니다. 지난해 1노조, 2노조, 3노조가 설립됐다. 하지만 이들 노조는 모두 조합원 수가 매우 적다는 한계가 있었다. 그나마 가장 규모가 큰 3노조도 30여명 수준에 불과하다. 별도의 상급단체도 없었다. 이번에 설립된 노조가 규모 등에서 가장 큰 조직인 셈이다.
이날 출범식에서 진윤석 삼성전자 노조위원장은 "오늘날 삼성전자의 영광은 회사에 청춘과 인생을 바친 선배들과 지금의 우리 모두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삼성전자는 우리 노동자들의 피와 땀, 눈물을 먹고 무럭무럭 자라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회사는 모든 성공을 경영진의 혜안과 탁월한 경영 능력에 의한 신화로만 포장해 그들만의 축제를 벌였다"며 "내 몸보다 납기일이 우선이었던 우리는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죽어갔고, 살인적인 근무 여건과 불합리한 처사를 견디지 못하고 퇴사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남아 있는 사람들 역시 살아도 사는 게 아니었고, 동료가 나보다 좋은 평가를 받을까 늘 감시하고 시기하는 괴물이 되어 갔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이제 진정한 노동조합 설립을 선언한다"며 "노동자의 권익은 스스로 노력하고 쟁취하는 것이지 결코 회사가 시혜를 베풀 듯 챙겨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그간 노조가 없던 포스코와 삼성전자에 노조를 설립하는 것을 목표로 조직화 활동을 펼쳤다"며 "3년의 시간이 흘러 한노총의 깃발을 흔드는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고, 이는 더 이상 무노조·반노조 경영이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기업 문화 정착의 시작"이라고도 했다.
진 위원장은 ▲특권없는 노조 ▲상시 감시받고 쉽게 집행부가 교체되는 노조 ▲일하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노조 ▲제대로 일하는 노조 ▲상생과 투쟁을 양손에 쥐는 노조가 될 것 ▲협력사와 함께하는 노조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또 "급여 및 PS 산정 근거와 기준 명확화, 고과와 승진의 회사 무기화 방지, 퇴사 권고 방지, 일방적 강요 문화 철폐 등을 실행하겠다"고 선언했다.
앞으로 삼성전자 노조는 한국노총과 손잡고 오는 18일 삼성전자 전 사업장에서 선전전을 벌일 계획이다. 홈페이지·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통해서도 홍보전에 나선다. 조합원 가입은 비공개로도 가능하다. 이를 통해 우선 노조 규모를 키운 이후, 본격적으로 사측 대상으로 교섭을 요구할 계획이다.
진윤석 위원장은 "언론에 처음 알려진 수준(400명 규모)보다 더 많은 분들이 현재 함께 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최대한 빨리 조합원 수 1만명을 돌파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또 "일방적으로 회사가 강요하는 방향이 아니라 민주주의적인 토론과 협상 통해서 합리적인 방향으로 갔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3노조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수차례 만나서 의견을 교환했으나 상위단체 관련 이견이 있어 당장 함께하지는 못했다"며 "그러나 직원들의 권익을 높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생각이 같다"고 말했다.
이날 출범식에는 진 위원장을 비롯해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 김해광 LG전자노조 수석부위원장, 이장호 SK하이닉스이천 노조위원장, 박용락 ASE코리아 노조위원장, 신진호 스태츠칩팩코리아 노조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모두 삼성전자의 노조 출범을 지지했다.
삼성전자 노조는 이날 오후에는 여의도 국회 앞에서 한국노총이 개최하는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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