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손님도 많았고 참 열심히 일했던 기억 뿐인데 회사가 이렇게 돼서 안타깝습니다. 사업이 원활하게 정리돼 앞으로도 계속 일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30일 오전 서울 동대문에 위치한 두타면세점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지난 29일 알려진 두타면세점의 면세특허권 반납에 대한 질문에 안타까운 표정으로 이 같이 대답했다. 이어 "어제 회사로부터 매각이든, 철수든 고용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는 설명을 들은 만큼 믿고 기다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쟁 과열·시장 상황 악화 속 갤러리아 이어 두 번째로 '백기'
과도한 송객수수료로 인한 시장 왜곡이 시내면세점 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지난 9월을 마지막으로 한화갤러리아가 3년 동안 1천억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뒤로 한 채 여의도 63빌딩 면세점 문을 닫은 가운데 두산면세점도 특허권 만료를 2년 앞두고 백기를 들었다. 폐점은 오는 2020년 4월 30일이다.
두타면세점은 지난 3년 동안 600억 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2016년 4월 개점 초기에만 해도 중국인 관광객의 주요 방문지인 동대문이라는 입지가 장점으로 작용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사드 보복으로 인해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들고 시장이 따이궁(보따리상) 중심으로 개편됨에 따라 송객수수료가 폭등해 개점 이래 줄곧 적자를 기록했다.
또 롯데·신라·신세계 등 업계 '빅 3'가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시장 형태에도 악영향을 받았다. 특히 '규모의 경제'를 이룬 '빅 3'가 상품 다양화도 이루고, 보다 좋은 혜택을 제공해 고객의 발걸음을 자사로 이끄는 상황 속에서 중소 규모 면세점인 두타면세점이 타격을 입게 된 것이다.
두타면세점 관계자는 "중장기 수익성 악화가 예상돼 특허권을 반납하고 면세점을 조기 폐점하기로 했다"라며 "기존 자체사업과 신성장 사업 육성에 전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원들은 '차분'…"계속 일할 수 있는 기회 주어지길"
다만 이날 찾은 매장은 최종 영업종료가 반 년 가량 남은 있는 만큼 대체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였다. 많은 수는 아니었지만 층마다 수 명 이상의 고객이 쇼핑을 하고 있었고, 물건을 가득 가지고 가는 보따리상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직원들도 당장 눈 앞에 다가온 문제가 아닌 만큼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는 아니었고, 폐점에 대한 아쉬운 감정을 내비쳤다. 다만 고용 문제에 대해서는 다소 걱정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매장에서 근무하고 있던 B씨는 "회사가 고용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준다 하더라도, 다른 회사에 팔려가게 될 경우 그 회사의 방침을 따르게 되는 만큼 다소 불안한 마음이 든다"라며 "원활하게 해결돼 계속 일하고 싶은 마음 뿐"이라고 전했다.
두타면세점은 사업이 어떤 방식으로 정리되더라도 현재 근무하는 인원의 고용 승계를 최우선적 과제로 삼고 폐점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이를 직원 대상 간담회를 통해 공지하고 원활한 출구전략을 짤 계획이다.
다만 일각으로부터 제기되고 있는 현대백화점의 두타면세점 인수에 대해서는 매각보다는 임대 방식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으며, 현대백화점 또한 같은 입장을 보였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두타면세점을 인수하는 것은 아니며, 장소를 활용하는 것에 대해 협의를 하고 있다"라며 "협의가 되면 신규 면세점 사업권 입찰에 참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시내면세점 업계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 동화면세점은 구조조정을 단행했음에도 지난해 10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SM면세점도 138억 원의 적자를 냈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는 다음달 서울 3곳, 인천과 광주에 각각 1곳의 시내면세점 특허권에 대한 입찰을 실시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방은 차치하고 서울 3곳의 시내면세점 입찰도 미달이 기정 사실인 상황에 두타면세점 폐점은 이에 쐐기를 박은 것과 마찬가지인 일"이라며 "신규 사업자의 등장은 물론 기존 운영사들이 두타면세점 위치에 입찰할 가능성도 그렇게 높지만은 않은 상황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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