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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날갯짓③] 日 수출규제로 소재 국산화 공감대…성과 평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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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 국산화 주요 쟁점화 의미…민·관 공동 노력 필요

[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반도체 핵심 소재에 대한 일본 수출규제가 단행된 지 100일이 넘었다. 당시 고순도 불화수소·포토레지스트·플루오린 폴리미이드 등 반도체 제조공정에 쓰이는 핵심소재들의 수입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반도체 업계는 상황 파악을 하고, 대체재를 구하는 데 분주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등 고위 임원들이 잇따라 제품 수급 등을 위해 일본을 방문하기도 했다.

일단 반도체 업계는 대응책을 조금씩 마련하는 중이다. 99.999999999999%(트웰브 나인) 순도의 초고순도 불화수소, 차세대 반도체 공정인 EUV(극자외선) 공정에 쓰이는 포토레지스트 등 일본 의존도가 높은 고품질 소재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했지만, 일부 공정에서 국산 불화수소를 투입하는 등 성과가 잇따라 나타나는 모습이다.

 [출처=아이뉴스DB]
[출처=아이뉴스DB]

삼성전자는 지난 9월 초부터 일부 반도체 라인에서 일본산 이외의 액체 불화수소 제품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 중에는 국내 업체가 생산하는 제품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민감도가 낮은 공정부터 순차적으로 적용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 역시 9월부터 일부 공정에 국내 업체의 액체 불화수소를 투입하고 있다. 불화수소를 만드는 주요 국내 업체로는 SK머티리얼즈, 솔브레인, 후성 등이 거론된다. 오는 2020년에는 국산화 대체가 가능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이처럼 액체 불화수소를 중심으로 조금씩 일본산 제품의 비중을 줄이는 움직임이 뚜렷하지만, 전반적인 국산화 비중을 더욱 높이는 것은 약간 다른 문제다. 반도체 공정에서는 액체뿐만 아니라 기체 불화수소도 필수적으로 쓰이는데 고순도 기체 불화수소의 경우 아직 국내 생산 사례는 알려지지 않았다. EUV용 포토레지스트도 마찬가지다. 동진쎄미켐이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본격적인 양산 단계는 아니다.

즉 당장 소재 국산화 성공을 논하기에는 시간도 얼마 지나지 않았고, 가시적인 성과를 평가하기에도 이르다는 얘기다. 애초에 일본도 이들 핵심 소재를 개발하는 데 수십 년에 달하는 시간 동안 공을 들였는데, 단시일 내에 급속하게 국산화라는 목표에 다다르기는 어렵다는 것.

업계에서는 또 무조건적인 국산화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산화가 제1의 목표처럼 거론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소재를 국산화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무조건 국산 제품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반도체산업 전체가 이번 기회에 특정 국가에의 의존에서 탈피해 보다 균형 있는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측면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본의 수출규제 사태로 소재는 물론 부품반에 걸쳐 '국산화'라는 화제가 수면 위로 오른 것은 업계에서도 분명히 의미가 있다는 시각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 같은 국면을 소재·부품·장비 생태계를 아우르는 전반적인 토대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

정부도 국산화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소·부·장 생태계를 아우르는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지난 8월 발표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을 토대로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았다. 골자는 소·부·장 산업 전반에 예산과 금융·세제·규제특례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 국산화를 이루고 특정 국가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대체적으로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우려도 나온다. 이전에도 수차례 소·부·장 산업 지원정책을 펼쳤으나 실질적인 효과로 이어지지 못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대중,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모두 소재·부품산업 발전을 위한 갖가지 장기계획을 내놓았지만 결과적으로 일본이 수출규제를 단행하자 국내 반도체 업계는 그야말로 '패닉'에 빠졌다. 수없는 육성정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내 산업 경쟁력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설사 국내 업체들이 제품을 개발한다고 하더라도, 실제 반도체 생산라인에 적극 쓰이기 위해서는 결국 반도체 대기업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반도체산업구조선진화연구회는 지난 8월 배포한 보고서에서 소·부·장 국산화 성공의 관건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전방 소자업체의 국산화 추진 의지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소자업체들의 국산화 추진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강력한 독려 대책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국산화 달성률을 기업의 사회적 기여 척도로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소·부·장 업체들의 제품 평가가 소자업체의 개발·양산라인에서 적극적으로 진행되도록 정부와 소자업체 간 협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소·부·장 기업들에 대한 소자 대기업들의 불공정 행위를 근절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규제로 국산화에 대한 공감대가 조성된 것은 분명히 긍정적이지만, 아직 성과를 평가하기는 이르다"라며 "앞으로도 정부는 물론이고 민간 기업 차원에서도 지속적인 국산화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선훈 기자 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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