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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백색국가 제외…한국도 D램·OLED 수출규제카드 꺼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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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용 서버·AI 등 고사양 韓 '절대적'…日 정부 반응 더 지켜봐야 할 듯

[아이뉴스24 조석근 기자] 한국이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맞대응 카드로 일본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면서 한국의 대일 수출품 중 어느 분야가 수출규제가 강화될지 관심이 쏠린다.

일본은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기 앞서 자국 업체들이 독보적인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 3종에 대한 수출규제를 시행했다. 한국 입장에선 D램, OLED 등 한국이 세계적인 강세를 보이는 IT 핵심 부품이 거론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2일 일본을 전략물자 수출 우대국인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을 발표했다. 기존 고시상 분류된 '가' 지역(백색국가)을 '가의 1', '가의 2' 지역으로 나누고 일본을 가의 2 지역으로 분류하는 게 핵심이다.

가의 1 지역은 바세나르협정, 미사일통제체제 등 군사적으로 이용될 우려가 있는 전략물자 통제를 위한 국제협약 가입국들로 28개국이다. 일본을 여기서 배제해 별도로 분류하는 한편 일본에 대한 전략물자 수출통제는 국제협약 미가입국인 '나' 지역 수준으로 한다는 게 이번 개정안의 골자다.

일본은 한국이 분류한 1140여개 품목에 대해 기존 수출 우대인 포괄허가를 얻기가 한층 어려워진다. 사실상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배제하는 것인데 일본이 지난 2일 한국을 배색국가에서 제외한 조치를 되돌려 주는 셈이다.

우선 무역협회의 통계로 2018년 기준 대일 수출 상위 10개 품목은 나프타, 제트유, 경유 등 주로 석유화학 제품들이다. 일부 정밀화학 제품군과 함께 철 및 비합금압연강판, 용융아연도강판, 은 등 금속제품도 포함된다. EUV 포토레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 불화 폴리이미드 등 일본이 자국 점유율 90% 이상 압도적인 제품들을 수출규제 품목으로 정한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제3국 대체가 용이한 품목들이다.

다만 상위 10개 품목 중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도 해당된다. 반도체의 경우 미사일, 전자식 무기 개발에 이용될 소지 때문에 전략물자로 분류되는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삼성, SK하이닉스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70%에 달하는 D램의 경우 스마트폰, PC, 기업 서버 등 IT제품의 성능과 직결된다.

 [자료=무역협회]
[자료=무역협회]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메모리 한국 직접 수입 비중은 전체 수입의 17%가량이다. 60%가량은 대만으로 현지 진출 마이크론 등 한국 외 반도체 기업들로부터 조달했다. 상대적으로 비중은 낮은 편이지만 구체적인 품목으로 들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D램 시장에서 범용 PC제품이 가장 많은 생산량을 나타내지만 기업용 서버, 모바일 저전력, 그래픽 D램 등 고사양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갈수록 한국 기업들의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2분기 실적악화에도 반도체 부문에서 20% 수준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것도 고부가가치 제품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한 전문가는 "AI, 고성능 서버용 메모리는 국내 업체들이 세계적인데 물량이 부족한 반도체 호황기에는 삼성으로부터 제품을 얻기 위해 줄을 서기도 한다"며 "그 공급이 제한받을 경우 일본 IT 업계에서도 우는 소리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연구원 장석인 선임연구위원은 "미중 무역전쟁에서 미국이 집중 견제하는 분야가 중국의 반도체 산업"이라며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를 이끌어내는 게 가장 중요한 상황에서 반도체가 그만큼 상징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도 한국이 세계적으로 높은 점유율을 가진 분야다. 가장 일반적인 LCD의 경우 중국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강세지만, 차세대 디스플레이 OLED 시장은 얘기가 다르다. 모바일용 중소형 패널은 삼성디스플레이가, TV용 대형 패널에선 LG디스플레이가 90%가량의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일본 스마트폰 업체들의 경우 자사 플래그십 모델에 삼성디스플레이의 패널을 적용한다. 다만 소니, 후지쯔 등 일본 스마트폰은 거의 내수용으로 세계 상위 10대 브랜드에 이름조차 거론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OLED 패널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일본 내 1위인 애플과의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

소니, 파나소닉, 후나이 등 TV업체들의 경우 LG디스플레이로부터 OLED 패널을 공급받는다. OLED 패널 차질이 어려워질 경우 기존 라인에선 프리미엄 제품을 만들기가 어려워지는 셈이다.

다만 이같은 수출규제가 실제 적용될 경우 수출규제 대상인 국내 기업들의 매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해외 공장에서 생산해 역외수출할 경우 적용이 어려운 측면도 있다. 일본 IT 업계가 베트남, 중국 등으로 상당 부분 공장을 이전한 만큼 수출규제가 시행되더라도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

한국의 일본 백색국가 제외 수출입고시 개정안은 20일간 의견수렴과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9월 중 시행된다. 전략물자 품목의 개별허가 전환 등 실제 수출규제는 국내 여론과 일본 정부의 반응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장석인 선임연구위원은 "일본의 정치적 의도에 따른 수출규제가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수출규제가 이뤄진다면) 일본 산업현장, 기업이 심각하게 볼 만한 품목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석근 기자 mys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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