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신라免, 고가 면세품 밀반입 의혹에 홍역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HDC신라면세점이 고가 면세품 밀반입 혐의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특히 당시 대표가 직접 관여한 사실이 발각되면서 내부 물품 관리 허점이 드러나 내년 특허갱신 심의를 앞두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본부세관은 지난 19일 오전 서울 용산구 HDC신라면세점을 압수수색했다. HDC신라면세점 이 모 전 대표가 재직 당시 고가의 면세품을 대리 구매해 국내로 밀반입한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는 국내 면세점에서 중국 도매상을 통해 대리 구매한 면세품을 해외에서 건네받은 후 국내로 밀반입하는 수법을 쓴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부하 직원들도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인천세관은 현재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압수수색 목적과 수사 대상 등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압수물 내용을 면밀히 분석 후 관련자들을 소환 조사해 사법처리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지만, 사실로 확인될 경우 이 전 대표뿐만 아니라 HDC신라면세점 역시 벌금형 등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앞서 신세계면세점 부산점은 지난해 직원과 판촉사원들이 보따리상과 짜고 외국인이 대리 구매한 면세 명품을 해외로 빼돌린 후 국내로 밀수한 사실이 발각돼 운영법인인 조선호텔과 관련 직원 모두 사법처리 됐다.

양벌규정이 적용돼 기소된 조선호텔은 벌금 5천만 원과 추징금 4억1천100만 원이 선고됐고, 면세점 정직원 6명과 판촉사원 6명은 최대 1천만 원의 벌금과 최대 2억 원의 추징금이 각각 선고됐다.

이에 따라 HDC신라면세점도 이번 일로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HDC신라면세점은 지난 2015년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공동 출자한 면세점으로, 이 전 대표는 호텔신라 측에서 선임한 공동대표였다. 이 전 대표는 HDC신라면세점 오픈 때부터 약 2년간 대표로 있었던 인물로, 최근에는 유명 패션회사의 화장품 대표로 재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5년 12월부터 영업에 들어간 HDC신라면세점은 명품 브랜드 유치와 보따리상 유입에 따른 안정적인 매출을 기록하며, 지난해 판매액은 1조878억 원, 매출은 6천516억 원을 달성했다. 그러나 이번 일이 사실로 밝혀져 사법처리가 결정되면 내년 특허갱신 심의에서 상당한 압박을 받을 수 있어 사업 지속성 여부가 불투명해 진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해 대기업 면세점 특허기간을 기존 5년에서 최장 10년으로 연장키로 하며 자동갱신이 아닌 심의 통과를 전제로 내걸었다. 올해 5월 24일 신라면세점 장충점과 제주점이 첫 심사를 받아 통과했으나, 줄곧 좋은 평가를 받아왔던 신라면세점의 심의 결과가 예상보다 높지 않자 업계에서는 심의를 앞두고 노심초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내년 특허 갱신을 앞둔 HDC신라면세점이 좋은 결과를 받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면세점 운영인이 밀수에 가담한 것은 처음인 만큼, 심사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면세점 특허 갱신 심사표에서 '임원진의 비리 및 부정 여부' 항목 배점은 전체 1천 점 중 100점으로, 대표 연루 정황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특허권이 박탈 당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대표까지 연루된 면세점의 밀반입 혐의는 특허갱신 심의에서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며 "특허갱신 평가 항목에서 보세·화물 관리 역량 배점이 낮아지고 상생 점수가 높아졌다고 하지만, 민간 심사위원들이 대표가 밀수를 주도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일 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발각된 신세계면세점 부산점도 밀수 혐의가 적발돼 특허 갱신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HDC신라면세점까지 발각돼 업계 분위기가 뒤숭숭한 상태"라며 "문제가 된 이 전 대표는 신라면세점에 있을 당시에도 관련된 의혹들이 많았던 만큼, 신라면세점까지 이 문제가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조심스레 예측했다.